EA의 동명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니드 포 스피드>는 그 게임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플레이 해본 적은 없기 때문에 게임의 어떤 부분을 가져와서 영화로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하이라이트가 됐던 부분인 일명 '차 놓고 차 먹기 게임', '데 리온' 레이싱만을 따온 것인지, 아니면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와 조력자들 등 출연하고 있는 인물들까지 모두 게임에서 가져온 것인지 궁금한데 역시 이번 작품도 '게임 원작 영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더군요.

언제나 고전하는 게임 원작 영화들, 이번 작품도 북미에서는 역시...

< ▲ EA 동명의 유명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게임 속에 이런 인물들의 관계 역시 다 설정되어 있는지 궁금하더군요 >

그동안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졌지만 성공을 거둔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역대 흥행 순위 1위 작품은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로 2억달러의 제작비가 들었지만 북미에서는 그 반도 안되는 9075만 달러 정도를 회수했을 뿐인데 다만 월드 와이드에서 선전하면서 토탈 3억 3515만 달러를 벌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제작비 대비 결코 좋은 성적이라고는 할 수는 없는데 이 정도 성적의 영화가 '역대 흥행 순위 1위'이니 그동안 게임 원작 작품이 얼마나 고전을 했는지 알 수 있죠. 그런데 왜 이렇게 게임 원작의 영화가 고전을 하는가라고 생각해보면 '소설'과 같은 작품을 원작으로 하면 일단 이미 완결된 이야기라는 큰 틀이 있지만 '게임'은 그런 큰 틀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게임은 누가 플레이 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보여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게임 원작의 영화는 다른 사람이 게임을 플레이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일 수 밖에 없을 것일테고 때문에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는 작품들이 많지 않을까 싶은데 이번 영화 <니드 포 스피드> 역시 그와 비슷한 선상에 놓여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장점, 배우들 보다 더 주인공 같은 어마어마한 슈퍼카들의 향연

< ▲ 자동차 스턴츠 묘기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장면들이 많다는 ! >

이 작품은 장·단점이 분명한 영화였습니다. 우선 장점부터 말해보자면 주인공 배우보다 더 주인공으로 느껴지는 엄청난 슈퍼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살아 생전 과연 타볼 기회가 있을까 싶은 코닉세그 아제라, 부가티 베이론, 포드 쉘비 머스탱, 살린 S7, GTA 스파노, 멕라렌 P1, 람보르기니 세스토 엘레멘토 등등 그 이름부터 어렵고 보기는 더 어려운 어마어마한 슈퍼카들이 한 장면에서 질주하는 장면은 이런 작품이 아니라면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싶고 그들이 내는 엄청난 엔진음과 마찰음은 그 어떤 효과음보다도 훨씬 더 멋지게 들리면서 현장감을 극대화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토비'가 미국 대륙을 횡단하면서 보여주는 '자동차 스턴트' 같은 상황들 역시 눈을 즐겁게 해주는데 최대한 CG를 배제하고 대부분 실제 촬영한 장면들로 만들어진 이런 부분들은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해줍니다. 특히 그 아름다운 슈퍼카들이 사고로 박살나는 장면에선 왜 그렇게 아깝게 느껴지던지.. 아마 비슷한 생각 하신 분들 많으시지 않을까 싶네요

단점, 짜임새로보나 이야기의 힘으로 보나 <분노의 질주>에는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영화

< ▲ 하지만 이 질주하는 차들이 멈추면, 재미도 같이 멈춰버리던 영화, 위의 차는 코닉세그 아제라 >

그런데 영화의 명확한 단점은 이 슈퍼카들이 스톱하면 영화의 재미도 스톱해버린다는 것이죠. <분노의 질주>와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이긴 했지만 <분노의 질주>에 비하면 짜임새로 보나 이야기의 힘으로 보나 여러모로 많이 부족한 영화였던 것인데 단순한 이야기 흐름을 갖고 있는 영화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그 모습 그대로 전개되고, 45시간의 시간 제한을 갖고 시작하면서 긴장감을 부여하려는 것 같지만 이 제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무실해져버립니다. 게다가 주인공 '토비'를 돕는 조력자들의 역할 역시 상당히 모호하게 느껴지고 결정적으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데 리온 레이싱'은 그저 '그들만의 쇼' 정도로만 느껴지던지라 아쉬움이 있더군요. 그 대회를 주최한 미스테리한 인물 '모나크'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장소를 떠나지 않는데 그가 하는 '해적 방송' 느낌의 대회 중계는 혼자 흥분하고 혼자 기뻐하고 혼자 말하는 그야말로 '모노 드라마' 정도로 보일뿐, 그 어떤 스케일이나 흥분이나 감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요.

속 빈 강정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장점이 단점을 어느 정도 덮어줄 수 있을듯..

< ▲ 역시 매력적이었던 이모겐 푸츠 ! 앞으로 자주 볼 수 있기를 ! >

이처럼 볼거리는 푸짐했지만 그 속은 많이 비어 있는, 속 빈 강정 느낌의 영화 <니드 포 스피드>. 하지만 이런 작품이 아니라면 결코 보기 쉽지 않을 슈퍼카들의 질주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충분히 만족스럽게 보실 분들도 많으시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4중주>에서 처음 봤던 배우 '이모겐 푸츠'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던지라 그녀의 모습이 반갑기도 했었는데 작품 속에서 4차원스러우면서 왈가닥스럽고 귀엽게 느끼지기도 하는 등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던 그녀의 모습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다양한 작품들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