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중반 아일랜드의 수녀원에서는 미혼모들의 아기를 돈을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입양시켰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동의는 전혀 구하지 않은채 이뤄진 이 불법 입양으로 인해 자식들과 생이별한 어머니들이 수천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 작품 <필로미나의 기적>은 그때 당시 아이를 강제로 입양 보내야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어머니 '필로미나'가 50년이 지난 뒤 자신의 아이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 여정에 함께 했던 전직 BBC 기자 출신의 마틴이 그녀의 이야기를 옮긴 책 '잃어버린 아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도 하구요.

강제로 아들을 입양보내야 했던 '필로미나'의 아들 찾기, 거기에 함께하는 '마틴'

< ▲ '필로미나의 아들 찾기'와 거기에 동참하는 '마틴' >

50년간 아들이 있음을 숨기고 살았던 필로미나는 아이의 50번째 생일날 더 이상 그 사실을 숨기지 않고 딸에게 털어놓습니다. 눈을 감기 전에 아들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었던 간절한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어머니의 간절한 진심을 느낀 딸은 그 사실에 놀라지 않고 적극적으로 돕는데, 어머니 혼자 그 일을 하는 것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전직 BBC 기자인 '마틴'에게 부탁합니다. 하지만 '휴먼 드라마'와 자기의 성향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 마틴은 처음엔 거절하지만 기자 일을 다시 하기 위해서는 기사거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결국 그녀의 아들 찾기에 동참하게 되죠.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참 많이도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수녀원 생활 중에 그토록 가슴 아픈 일을 겪었지만 종교적인 신념을 잃지 않았고, 나쁜 수녀가 있는 반면 착한 수녀들도 많았다면서 무작정 그녀들을 비판하지도 않았으며 사람들에게서 좋은 모습만을 보려고 했던 '무한 긍정'의 필로미나와는 달리 마틴은 종교와 신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까칠하기 그지 없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역시 언제나 '대조'되는 인물들의 조합이 재밌는 법이기 때문에 이 둘은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이야기의 중심을 탄탄하게 잡아주고 이들의 에피소드는 웃음짓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부디 '세월호'에도 기적이 있길 바랍니다. 오늘은 구조자의 소식을 들을 수 있기를..

< 부디 오늘은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원합니다.. >

그런데 때가 때인지라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지금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부모님들이 떠오르더군요. 아들을 강제로 입양보낸 뒤 50년간 한시도 아이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던 필로미나처럼 실종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지금 얼마나 자녀들이 보고싶고 걱정스러우실까요. 때문에 필로미나가 흘리는 눈물에서 절로 그 부모님들의 얼굴이 떠올라서 울컥할 수 밖에 없었는데 부디 기적이 있기를 바랍니다. 신이 있다면 한평생 아들을 그리워한 필로미나의 그 고통을 그 부모님들이 겪게하지 마시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그 부모님 곁으로 실종된 아이들이 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언론들도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네요. 현재로서는 소식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할 수 밖에 없는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마치 테레사의 헌신과도 같았던 그녀가 보여준 진정한 '용서의 가치'

< ▲ 남은 여생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용서했던 필로미나 >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필로미나와 마틴은 아들의 흔적을 찾아 미국까지 건너가게 되고 그 곳에서 아들의 흔적과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 여정의 끝에서 결국은 크나큰 비밀과 마주하게 되는데 그 사실과 마주한 필로미나가 보여줬던 행동들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철없는 젊은 시절, 수녀들이 금기시하는 성적 쾌락을 맘껏 누렸고 그것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일을 겪게 됐지만 끝까지 자신의 신념은 놓지 않았던 필로미나는 한 평생 수녀원에 몸바쳤음에도 남은 것은 결국 광적으로 변해버렸고 비뚤어진 신념뿐이었던 수녀들보다 훨씬 더 성스러운 수녀의 모습으로 보였으며, 바로 그런 것이 진정한 종교의 모습이나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들어줬으니까요. 그 결과 종교에 관해 무척이나 회의적이었던 마틴 역시 조금은 변화하도록 만들어주기도 했는데, 저 같아도 마틴의 말처럼 결코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을테지만 필로미나의 모습에서는 평온함까지 느껴졌기 때문에 이런 것이 진정한 '용서의 가치'인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용서는 받는 사람이 준비되어야만 하는 것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누군가가 용서를 구하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그저 '남은 여생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다른 이들을 용서했던 필로미나.. 특히 이것이 실화였다니 더 놀라울 따름이더군요.

'주디 덴치'의 명품 연기,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절로 가슴이 뭉클해지는..

< ▲ 명품 연기를 보여준 '주디 덴치', 그리고 오른쪽이 실제 필로미나 >

특히 이 필로미나를 연기했던 배우가 '주디 덴치'였기 때문에 이 영화가 더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007> 시리즈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M의 모습만 봤었기 때문에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던 그녀의 모습, 하지만 주디 덴치는 아들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 어머니의 그 깊은 감정들이 절절하게 와닿을 만큼 정말 좋은 연기로 필로미나를 표현해냈는데 때문에 그녀의 모습에서 절로 연민이 생길 수 밖에 없었고 결국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게 만들어줬습니다. 정말 훌륭했던 그녀의 명품 연기.. 이런 그녀를 돋보이게 만들어준 스티브 쿠건의 역할 역시 인상적이었구요. 이처럼 <필로미나의 기적>은 좋은 배우들이 좋은 연기료 표현해낸 무척이나 감동적인 이야기였고 짙은 여운을 남겨주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신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님이게 박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