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의 2014 공연 리뷰 NO.19

연극 <유쾌한 하녀 마리사>

'두산아트센터'의 '연강홀'은 가봤지만 같은 건물에 있는 소극장인 '스페이스111'은 이번에 처음 방문하게 되었다. 3월 초부터 시작한 연극 <유쾌한 하녀 마리사>의 공연을 보기위해 찾았는데~  

저녁 공연이라 더욱 눈에 띄는 '두산아트센터'의 네온 간판.

이곳에 어둑해졌을때 오면 분위기가 참 좋다.

난 지하철을 이용하는 뚜벅이라서 종로5가 역에서 내려서 1번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약국을 끼고 우회전하면 바로 공연장이 보인다. 두산아트센터에는 대공연장인 '연강홀'과 소극장인 '스페이스111'이 있는데 둘다 계단을 통해 한층내려간 곳에 티켓박스가 있으니 일단은 건물안으로 GOGO~  

현재 <히스토리 보이즈>와 <유쾌한 하녀 마리사>가 공연중인가보다.

좌측에 보이는 출입문으로 들어가면 밟으면 소리가 나는 대형 건반도 보이고 독특한 붉은색 조각상들도 보인다. 특히 돼지 모양의 붉은 조각상들은 뭔가 묘한 매력이 있는듯. 역시나 건반을 밟아보면서 나이를 잊고 즐기는 관람객들도 보였다. 나는 그냥 소심하게 툭툭 건드려보고 바로 티켓팅을 하러 내려갔다.

로비는 정말 쾌적하고 넓다. 두산아트센터에 올때마다 느끼지만 공연장보다 로비와 휴식공간에 더 많은 노력을 쏟은건 아닐까 하는 착각이... 

공연장 내에선 당연히 사진촬영이 제한된다. 소극장임에도 어셔들이 출입구쪽에 자리를 잡고 공연에 방해되는건 없는지 살피고 있었다. 내가 사이드 좌석이어서 그럴수도 있지만 자꾸만 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바람에 공연에 살짝 집중하지 못할때가 있었다.

커튼콜 때는 사진촬영이 가능하다고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뮤지컬도 아니고 연극이기때문에 커튼콜을 크게 기대할건 없다. 그저 인사만 후다닥 하고 퇴장하고 끝~! 심지어 인사하는 시간도 매우 짧은 편이다. 배우들과의 포토타임 시간 같은건 없다. 독특한 의상의 배우들이라서 같이 사진을 찍으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조금 아쉽다. 대학로 공연장들과는 조금 다른 서비스.

오늘의 캐스팅은?

캐스팅 보드가 따로 진열되어있지는 않고, 티켓박스 앞에 작게 준비되어 있다.

요안나 (서정연 배우): 연극의 제목은 <유쾌한 하녀 마리사>이지만 마리사 못지않게 주인공에 가까운 인물이다. 작가인 토마스의 부인으로 최근에는 점성술과 전생같은 미신에 빠져있다. 지식인인 토마스에게 무식하다며 무시를 받기도 하지만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진실되보인다. 마리사의 주인마님이지만 하녀에게도 인정을 많이 베풀고 자상하게 대해주는 착한 캐릭터이다... (였다?) 

서정연 배우가 극 초반에 대사가 꼬이는 실수를 몇번 했었는데 큰 실수는 아니어서 무난하게 넘어갔다. 워낙에 대사가 빠르게 내뱉어야해서 조금 이해는 가긴한다.

토마스 (김태근 배우): 요안나의 남편이자 소설가이다. 미신이나 비과학적인 일들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부인 요안나에게 실증이 난건지도... 그래서 바람을 피우게 되는데 하필 그 대상이 요안나의 친동생인 나디아였다. 부인에겐 거짓말을 하고 처제와 프랑스의 휴양도시로 여행을 떠나는 토마스. 하지만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는 알았을까?

붉은 구렛나룻수염이 인상적이었던 배우. 당당하고 호탕한 느낌의 고집스런 작가를 잘 보여줬다. 후반에는 거의 누워있는 연기만 해야해서 대사도 없었지만 그와중에도 깨알같은 몸짓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마리사 (이은 배우): 제목에도 등장한것 만큼 이 연극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보면 모든 사건과 해결과정은 마리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진정 본인 위주로 상황을 만들어버리는 재주를 가진 유쾌한 하녀. 그녀 덕분에 자칫 무거워질수 있는 분위기도 언제나 유쾌하고 코믹스럽게 전개되어진다. 

머리에 빵을 달고 다니는 독특한 분장이 기억에 남는다. 게다가 항상 누군가를 설득할땐 "우리 고향에서는요~"하면서 믿거나 말거나 식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이 하나하나 재미있었다.

나디아 (권귀빈 배우): 연극에 등장한 캐릭터중 가장 정상적으로 보였던 인물. 분장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하지만 나름 반전있는 캐릭터다. 똑똑한척은 혼자 다하더니만... 형부와 밀월여행을 떠나고 죄책감에 언니에게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독해지는 모습도 함께 보여주었다.

그리고 프로필 사진보다 연극에서의 실물이 훨씬 나아보이던 권귀빈 배우. 머리스타일이 참 탐나더라~

파올로 (김기덕 배우): 극 후반에서야 등장하는 캐릭터인데, 그 잠깐 동안의 연기에서도 임팩트는 강했다. 우리나라 고전으로 치면 돌쇠같은 느낌의 캐릭터랄까? 마리사의 오빠이고, 오랫만에 동생을 보기위해 토마스의 집에 방문하기로 했다. 직업은 어부... 아니 참치잡이! 바다사나이라서 그런지 행동도 거칠고 무식함을 과시한다. 뱃일이 없을때는 뭐든 돈되는거라면 하는 스타일이라서 사건해결의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등장과 함께 어딘가 낮이 익은 얼굴인데? 하는 느낌이었는데 김기덕 배우는 작년에 세차례나 관람했던 연극 <퍼즐>에서 트레비스 역할을 했던 배우였다. <유쾌한 하녀 마리사>가 워낙에 분장이 독특한 연극이라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지만 집에와서 프로필을 보니 딱 알겠더라.

얀커 순경 (이창훈 배우): 이번 공연 최고의 수훈감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 마리사보다 더 웃기는 캐릭터! 그냥 말만하면 빵빵 터진다. 무대에 등장하기전 전화받는 목소리만으로 관객들을 포복절도 시킨 장본인이다. 경찰인데 약간 모잘라보이는 행동과 말투를 보여준다. 토마스가 지식인들의 숨겨진 욕망을 보여줬다면, 얀커 순경은 공권력을 조롱하듯이 멍청한 모습으로 사회비판적인 모습도 담고있는것 같다.

특히 딱붙은 머리스타일과 그 머리를 이용한 경찰모자가 인상깊다. 게다가 경례할때마다 외치는 "분리수거는 환경을 지킵니다."라는 구호는 대체 뭔지... 실제로 프랑크푸르트 경찰은 그렇게 말하나? 나름 사건 수사를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항상 헛다리만 짚고 바보짓을 계속 보여준다.

브루노 (노현우 배우): 토마스의 친구역할로 초반에 잠깐 등장한다. 유일하게 멀티역할을 수행한 배우이다. 나중에 잠깐 소방관으로 나오던가? 능글맞은 연기가 맘에 들던데 출연 분량이 적어서 좀 아쉬웠다.

수잔느 (안해경 배우): 옆집사는 과부. 토마스에게 관심이 있는것 같다. 언제 한번은 일광욕중인 요안나를 차로 치어 죽이려고 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진실인지 사고인지는 알길이 없다. 토마스와 바람핀 상대로 제일먼저 용의선상에 올랐던 인물. 

소극장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무대가 그리 작지만은 않다. 객석에 비해 무대는 더 넓은 느낌이랄까? 게다가 이런 작은 공연의 경우 배우들이 많아봐야 서너명 나와서 멀티역할을 하면서 정신없이 의상을 갈아입는 경우가 허다한데 <유쾌한 하녀 마리사>에서는 각자 한가지 배역만 충실하게 소화했다. 어찌보면 당연한건데 최근 본 공연들에서 워낙에 멀티역할을 수행하는 배우들을 보는게 익숙해서인지 신선한 느낌도 받았다.

그래도 정리를 한번하고 갈까?

중년의 작가인 토마스와 요안나 부부. 연극은 토마스의 집 거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사소한 문제로도 다투기 일상인 부부의 모습이 그려지고, 어느날 토마스는 소설 취재를 위해 여행을 다녀오기로 한다. 아무런 의심없이 남편을 배웅한 요안나는 편안하게 하루를 즐기고 있었는데...

토마스의 자칭 절친이라는 브루노가 방문해서 그 달콤한 휴식은 깨지고 말았다. 뭔가 의심할수밖에 없는 의미심장한 말들을 던져놓고 떠나는 브루노 덕분에 계속해서 남편에 대한 의심을 떨칠 수 없는 요안나. 거기에 더해 하녀 마리사는 요안나와 함께 토마스의 행방에 대해서 생각에 잠긴다. 결론은 남편이 바람을 피는구나! 상대는 누구지? 옆집 과부 수잔느? 아니면 전화번호부에 적혀있을 누군가? 유쾌하고 익살스런 추리극이 펼쳐지고 결국 자신의 친동생인 나디아로 좁혀지게 된다.

죽을 결심을 하고 남편에게 편지를 남긴채 계획했던 자살을 실행에 옮기는 요안나. 하지만 마리사의 유쾌한 착각으로 그 숭고해보였던 자살극은 어이없는 상황으로 돌변하고 마는데...

독특한 의상이 눈길을 끌고, 우스꽝스런 모습과는 대비되게 나름 진지한 구석도 있었던 좋은 공연이었다. 일종의 블랙코미디를 표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극중에서 희화되는 인물들을 통해 삶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하게 만들어준다.

관객들은 공연 내내 끊임없이 웃을 수 있었지만 공연이 끝난후에는 약간 씁쓸한 느낌도 남지는 않았을까? 적어도 나는 그랬다. 부부간의 사소한 갈등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커지고, 지식인이랍시고 부인마저 무시하던 남편은 용서받지 못할 일을 저지르고 다니고... 유쾌하고 즐거워 보이기만 했던 하녀는 누구보다도 철두철미하게 사건을 덮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등. 앞에선 웃고있지만 뒤에선 더러운 술수와 음모들이 숨어있던 스토리였다. 실수라고는 하지만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너무 태연해져 버리는 인물들을 보며, 말도안되!라고 생각하기보단 그럴수있어...라고 이해해버리는 현실이 너무 싫어지기도 했다.

대놓고 범인이 보이는데도 멍청하게 헛다리짚기만 하는 경찰의 등장도 나름 의미가 있는것 같았다. 그래도 멍청하긴 해도 아예 모르쇠를 무시하지 않고 사건을 풀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한편으로 보기 좋았다. 연극 제목은 <유쾌한 하녀 마리사>인데 주인공 마리사가 그렇게까지 활약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냥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보여주면서 모두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된다. 누가 주인공이라고 딱히 말할 수 없는 공연. 

포스터나 무대사진만 보고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이 너무 특이해서 어린이 연극이 아닌가 착각하는 사람도 나오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니까 한번쯤 추천하고 싶은 공연이다. 

<2014. 3. 19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