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책도 영화도 드라마도..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내용이 좋다는 얘기는 계속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작가가 쓴 책이라고 한다. 제목도 표지도.. 정말 편한 느낌인데다 관심이 있던 작가의 작품이라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그런데.. 오! 좋다! 괜찮다! 가속성도 괜찮고, 책의 전체적인 느낌도 좋다! 갑작스러운 삶의 변화가 있었지만 차분하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느림과 정성이 주는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또 여러가지 일들로 고민하고 또 고민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해결되거나 고쳐지거나, 반성하거나 정착되는 모습들은 기분좋게 다가온다. 정말 소개되어 있는 그대로, 힐링소설! 딱 이 느낌의 소설이다.
갑자기 쓰러져 세상을 떠나버린 엄마의 죽음, 거기에 직장에서의 불합리한 인사이동. 한꺼번에 닥친 불행이었지만, 두가지 일은 아키코를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냈다. 엄마의 가게를 물려받아 자신만의 작은 가게를 새로 오픈한 것이다. 주변엔 따로 알리지 않은채 1년간의 공부로 조리사 자격증을 따내고,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요리 선생님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준비해낸 아키코. 그녀의 가게는 점원이 시마씨 한명 뿐이고, 메뉴도 수프와 샌드위치 두가지 메인 메뉴가 다였다. 최고의 재료로 정성을 다해 만들어 손님에게 드리고 싶었던 그녀의 선택이었다. 엄마의 가게 단골이었던 아저씨들은 가게문이 열자마자 몰려들었다가 자신들이 편하게 웃고 즐기던 예전의 가게가 아닌 것을 보고 실망을 하며 돌아서지만, 아키코는 그녀 나름의 고집과 자부심을 가지고 가게를 운영한다. 가족으로는 우연히 발견한 작은 고양이 타로가 전부! 그렇게 시작한 가게는 점차 입소문을 타고 가게문을 열기도 전에 줄을 서서 먹고, 마감시간 전에 재료가 떨어져 문을 닫는 가게가 되었다. 하지만 아키코는 점원을 더 늘리지도 메뉴를 더 늘리지도 않은채 자신이 할 수 있는만큼 정성을 들인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가게에 들른 어머니의 옛 친구분에게서 친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복 형제들의 소식도 듣게 된다. 이제와서 동생이라며 나설 수는 없지만, 궁금함에 이복오빠가 살고 있는 곳을 찾는다.
주어진 자신의 자리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내는 아키코의 삶을 보다보면, 너무 빠른 삶 속에서 무엇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채 지나가는 삶과 조금 느리지만 하나라도 제대로 챙길 수 있는 삶을 떠올려 보게 된다. 도심 속에서 '여유'를 찾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에 느림과 정성의 소중함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듯 하다. 그녀의 수프와 샌드위치를 맛보러 놀러가고 싶어진다. 너무 빠른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힐링이 되어줄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