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습득하는 지식과 실제로 부딪혔을 때의 차이는 정말 크다. 그래도 조금은 알고 있는 것이 어느 정도의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 앞으로 나도 엄마가 될 것이고, 부쩍 자라는 조카를 보면서 느끼는 것도 많고, 궁금하기도 해서 보게된 책이다. 목록엔 평소에 궁금해하던 질문들이 수두룩했다. 그런데.. 저자의 답변들은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과 좀 다른 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시니컬하게 느껴진건 왤까? ^^;;
어머니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읜 아이들도 있습니다. 육아는 아버지도 가능하며, 그 아이를 이해하고 보호해 줄 사람이 있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입니다. 하물며 하루 종일 어머니가 아이 곁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도 잘못된 것입니다. 본래 육아는 어머니만이 아니라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지역이나 보육원 교사 등 주변의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앞에서 말한 "적어도 세 살까지는 어머니의 손으로"라는 말에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속박되어 온 것입니다. 아이가 아직 나이가 어릴 때는 어머니가 가정에 있으면서 양육하지 않으면 아이의 미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 육아를 어머니 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고, 어머니와 자녀의 과도한 밀착을 낳았습니다. - P 19 (세 살까지는 어머니가 직접 키우는 것이 좋다?, 아니다?)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으로,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생활한다고 해도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만 보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키운다면 아이의 성장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입니다. 아이에게는 어머니와 자녀 사이의 정이나 부모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육친가의 정이나 애정은 함께 있는 시간의 길이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함께 있는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질'인 것입니다. 하루 종일 부모 곁에 있으면서 방치되는 것과 낮 동안은 보육원에서 보육교사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집단생활을 하고 밤에 부모의 품에 안겨 사랑을 받는 것 중 어느 쪽이 아이에게 행복한 생활일까요? 아이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후자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 P 23 (0세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면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 아니다?)
3세까지의 육아는 엄마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책에서 읽어왔고, 그 때문에 나도 3살까지는 내가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여건이 된다면 말이다. 어떤 책에선 3살까지도 자신의 손으로 키워낼 자신이 없으면서 어떻게 아이를 낳느냐는 호된 질책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반대.. 하지만 조카를 떠올려보면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동생이 100일간의 출산휴가 끝에 회사에 복귀하면서 조카는 동생이 퇴근 후 데려가기 전까지 1년여동안 할머니의 손에서 키워졌다. 거기에 이모들과 강아지도 조카의 곁을 지켰다. 이제 막 어린이집을 들어가게된 조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보육교사들이나 다른 엄마들도 의젓하고 말도 잘하고 큰언니 노릇을 하는 조카를 신기해하며 부러워한다고 했다. 또, 강아지와 함께 자란 시간이 있어서인지 동물에 대한 거부감도 없고, 나눌줄 알고 책임감도 있다. 이런 조카를 보며 여러가지를 느끼곤 한다. 그 중에서도 아이를 키우는 것은 혼자의 힘으로 안된다는 것과 일을 하기 때문에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은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이다.
예를들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의 어리광을 너무 받아주신다", "남편은 아이를 전혀 돌봐주지 않는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부모와 조부모와의 의견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어느 쪽이 옳은지,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사람에 따라 말하는 것이 다르면 아이는 혼란스러울지도 모릅니다. 아니, 혼란스러워해도 괜찮습니다. 어느 쪽이 옳은지, 어느 쪽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 좋을지 헷갈리거나 혼란스러움을 겪으면서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배우는 탓일까요. 아이들은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상대에 따라 적절히 다른 대응을 합니다. - P 34 (할아버지, 할머니와 육아 방식이 다르면 아이가 혼란스러워진다?, 아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른데 육아의 방식이 똑같을 수가 있나. 어떤 육아 방식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아이에게 혼란을 줄 수 있을지라도 저자의 말처럼 그 혼란이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판단의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일이 될지도 모르는 일.
엄마가 행복하면 뱃속의 아기도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말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아기가 기뻐하고 있는지, 행복한지 어떤지 하는 것 등은 아무리 엄마라도 잘 모릅니다. 행복하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은 부모의 자유이지만 엄마가 좋으면 아기에게도 좋다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 P 69 (뱃속에 있는 태아는 어른들의 말을 듣고 있다?, 아니다?)
평상시 생활에서 누구나 느낄 정도의 일상적인 스트레스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기의 흥분도 진정되어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의 상태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임신 중의 스트레스는 절대 금물이라는 식으로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개 태아는 산부인과 전문의, 생후는 소아과 의사가 담당합니다. 지금까지 이 양자 사이에는 단절이 있어 태아에서 신생아까지 이어지는 연구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태아기와 생후의 관계는 아직 미개발 분야라고 할 수 있으며, 일반화할 수 있는 과학적인 자료도 없습니다. - P 99(임신 중의 스트레스는 아이의 성격에 악영향을 미친다?, 아니다?)
.....이러한 답변은 과학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 이 역시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답변이다. 물론 저자의 말이 맞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아이니 누구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엄마의 감정 변화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지 않을터. 이 답변들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기쁘지 않아도, 행복하지 않아도 방긋이 잘 웃습니다. 이것을 '신생아 미소' 또는 '생리적 미소', '배냇짓'이라고 합니다. 감정을 수반하지 않는 선천적인 행동입니다.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하던 행동입니다. 하지만 아빠나 엄마는 "나를 보고 웃었어.", "웃는게 너무 귀여워요."하고 자기 마음대로 기뻐하고 부모가 된 행복을 맛봅니다. 아기는 "저 귀엽죠? 잘 키워주세요." 하고 말하는 듯이 본인도 자각하지 못한 채 부모에게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알립니다. 아기는 무의식적으로 '천사 같은 미소'로 손쉽게 부모의 사랑을 얻습니다. - P 131 ('천사 같은 미소'는 행복하다는 증거다?, 아니다?)
이 답변은 안 본걸로 해야겠다. 나중에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웃으면.. 그저 '나 보고 웃은거야! 엄마를 알아보는구나!' 하면서 마냥 기뻐하련다.
태교를 잘하면 머리가 좋은 아이가 태어날지 어떨지 현재 과학적으로는 해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 P 153
필자 개인적으로 태교에 찬성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가르치는 상대, 즉 아기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교육을 할 수 있을까요? 아기가 태교를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도대체 누가 판단할 수 있는 걸까요? 태어난 이후라면 아기는 음악을 듣고 싫어하는 몸짓이나 표정을 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뱃속의 아기에게는 음악이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 기쁜지 싫은지 과연 누가 알 수 있을까요? 태교가 두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뱃속의 아기의 인권을 무시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아기에게 "넌 내 뱃속에 있으니까 내가 하는 말을 들어라."라고 한다면 아이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되는 셈입니다. - P 154 (태교의 효과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없다?)
헉.. 이 답변은 뭐지.. 난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태교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은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자신이 했던 태교와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보여지는 행동을 어떻게든 연관시켜 봤을 뿐이라는 것밖에 안되지 않은가. 난 뱃속의 아이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을지라도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를 듣고, 그 손길을 느끼는 등 어떤 태교든 분명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저자의 발언엔 반발심이 불쑥 솟아올랐다. -_- 분명 저자의 말처럼 엄마 아빠가 어떻게 아이를 키우겠다는 계획과 생각을 가지고 태교를 시작하기 때문에, 아이의 판단은 무시되는 것은 사실이다. 뚜렷하게 보여지는 과학적 증거 또한 없으니, 이런 감정은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고, 이렇게 말한 책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거부감 뿐일지도 모른다. 그저 저자의 하나의 의견일 뿐인데 왜 난 황당하지? ^^;
이 책을 보면서 느낀건, 정말 육아에 관해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니 육아 방식도 아이에 따라 바뀌는게 맞다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어떤 육아의 방식이든 아이와의 친밀감과 교감을 충분히 교류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