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의 2014 공연 리뷰 NO.17

"현대에 맞게 각색된 안톤체홉의 단편모음, 순수극은 아직 죽지않았다." ​ 

지난달에 관람했던 연극 <안톤체홉의 사랑>의 후기... 이미 공연이 끝나버려서 이제서야 늦은 후기를 남기는게 너무 뒷북치는 느낌도 있긴하지만 간만에 주말에 여유가 생겨서 후기를 써보기로 했다. 혹시나 언젠가 재공연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지난달 21일에 관람했으니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간다. 대학로에 자주가는 편이라 지나가면서 새로나온 포스터가 있으면 유심히 보곤하는데 연극 <안톤체홉의 사랑> 포스터는 딱봐도 정극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진지하기만 한 연극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볼생각은 없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지인이 함께 보러가자고 해서 보게된 연극.

일단 공연장에 입장하고나서의 분위기는 내가 상상하던것과 매우 달랐다. 분명히 안톤체홉의 유명한 작품 몇가지를 묶어서 많는 순수극이다. 하지만 상업극이 아니라고 할수도 없는... 흔한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지만 현대에 맞게 많은 부분 각색이 이뤄졌고, 코믹한 요소들을 많이 추가했다.

연극 <안톤체홉의 사랑>에는 소설가 안톤체홉의 인기 단편 4 작품을 한번에 볼 수 있다. [어느 관리의 죽음], [마지막 유혹], [곰], [청혼] 이렇게 네개의 작품을 보여주는데 서로 다른 작품이면서도 은근히 자연스럽게 연결된듯한 느낌을 준다. 배우진이 적어서 인력이 부족한 부분은 관객들의 힘을 빌려서 해결하기도 하고, 역시나 대학로 연극의 전통(?)답게 중간중간 이벤트를 통한 선물증정도 빼놓지 않는다. 특히 후원사중에 '네X치킨'이 있나본데 찌나 대놓고 PPL을 하는지 그것조차 개그코드로 만들어버렸다.

오래된 인기 단편을 엮어서 만든 순수극이지만 상업성이 전혀 없다고 할순없다. (먹고는 살아야지!) 하지만 작품에 담겨있는 메시지는 마음에 참 와닿는다. 현대적으로 각색되긴 했지만 본래의 내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100년전에 쓰여진 작품에서 이렇게 지금의 정서와 비슷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는게 신기했다. 특히 첫번째로 보여주는 작품인 [어느 관리의 죽음]이 인상깊다. 사소한 실수에 너무 연연하고 신경쓰느라 계속해서 더 크게 일을 벌여버리는 어느 관리가 결국은 자살로 생을 마감해버린다는... 참 아이러니하고 안타까운 블랙코미디다. 하지만 작품속의 인물정도는 아니어도 누구나 그런 생각들을 머릿속에 담고 살아가는것 같다. 흔히말해 소심한 성격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누구나 소심한면을 다 가지고 있는거 아닐까?

사랑에 대한 인식은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변해왔지만 그 본질만은 그대로라는것이 느껴진다. 어이없는 사랑, 믿음, 뼈아픈 사랑과, 욕망... 많은것들은 한데모아서 보여주었던 좋은 공연이었다. 

솔직히 공연을 본후 한참지나서 쓰려니 잘 기억나지 않는 대목들도 많다. 역시 후기는 바로바로 써야지... 늦으면 의미가 없는것 같은~ 아주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다음에도 이런 단편들이 모인 순수극이 나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공연이었다. 앞으로 후기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바로바로 써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 반쪽짜리 후기는 이만 마쳐야겠다.

<2014. 2. 21 대학로 뮤디스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