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의 2014 공연 리뷰 NO.16
"종교색만 조금 옅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대학로 배고파 씨어터에서는 연극 <배고파> 시리즈만 공연하는줄 알았는데 이번엔 다른 공연이 올라왔다.3월 한달간 연극 <해이비>가 공연되는데 영화배우겸 연극배우인 '이승비'씨가 첫 연출을 맡고 직접 주연까지 한 작품이라서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주는 공연이다.
이승비씨가 많은 영화에 출연한건 아니지만 그나마 기억나는 영화로는 <모던보이>에서 '유키코'역을 맡았다는것 정도. 확실히 미모도 출중하고 직접 연출을 할만큼 연기에대한 깊이도 있는 배우다. 그렇다면 <해이비>는 어떤 내용인가. 3월에 딱 어울리는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인 '삐삐'는 독립만세를 외치다 세상을 떠난 '유관순'열사를 재해석한 인물이다. 생전에 말괄량이이고 쾌활한 성격이었다고 전해지는 유관순 열사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찾다가 말괄량이 삐삐를 접목해서 탄생시켰다고 한다. 주인공이 '삐삐'이긴 하지만 그당시의 사건을 최대한 재연하면서 극은 진행된다.
이화학당에서 공부하고 교회에서 신앙을 접하며 독립만세를 외치던 그 모습까지. 안타까운 우리 역사에 희망의 불씨가 되던 그 모습을 멋지게 재연했다. 아무래도 엄숙해질수밖에 없는 내용을 '삐삐'라는 재밋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관객들에게 거부감이 없게 만든점은 참신하다. 공연시간이 불과 1시간정도밖에 안되는점은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데, 짧아서 부담없이 볼수있는 반면에 그 짧은 시간안에 많은것을 담아내지 못하는것은 조금 아쉽다. 첫 연출작이니까 부담없는 길이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실험적인 작품이고, 누구나 알고있는 '유관순'열사를 재해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큰 점수를 주고싶지만 아쉬운점도 분명히 있다. 작품 이면에 내포되어 있는 종교색이 너무 강하다고 해야할까? 나라를 생각하며 어린 목숨을 내던진 '유관순' 열사의 뜻을 신앙의 힘이 있었기에 그 모든것이 가능했다며 마치 종교적인 순교자로 탈바꿈되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종교는 삶에 큰 도움을 준다. 신앙의 힘이 어떠한 행동에 큰 작용을 일으키는것도 어느정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에 대한독립을 외치며 쓰러져간 열사를 단지 특정 종교의 복음 수단으로 이용하려는것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편치는 않았다. '유관순' 열사가 크리스찬이었고, 실제로 '매봉교회'라는 곳에서 열심히 활동했다는 것에대해선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 반박할 생각은 없다. 연출에 따라서 인물에대한 해석은 어떻게든 바뀔 수 있는거니까 '그것이 옳다 그르다'라고 따질생각은 없지만 연극을 시대정신이 표출이 아닌 복음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반대하고 싶다.
<2014. 3. 14 대학로 배고파 씨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