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는 아내를 살해하려다 체포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죄수이다. 어느 날 감방을 옮기게 된 그는 동료 죄수들이 탈옥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에 동조하여 계획을 실행시켜 나가던 지오는 5년 정도의 형량을 받게 된다. 탈옥에 성공해서 자유를 눈앞에 두고 있던 죄수들은 막판에 지오의 배신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형량을 더 줄이기 위해 탈옥 계획을 누설한 것이다.”

1947년 프랑스 상테 감옥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구멍’은 감옥을 배경으로 탈옥을 위해서 치밀한 계획과 실행 과정을 담고 있는 수작이다.

물론, 프랑스 작품답게 멋지고 통쾌한 방식의 결말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암울하고 무언가 개운하지 않는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은 실화라는 설명과 함께 사건의 관계자라고 알려주는 이가 자신의 과거를 퉁명스럽게 말해주며 시작하고 있기는 하지만 얼마나 사실인지, 그리고 진실을 담고 있는지는 솔직히 알 수 없다.

감독인 자크 베케르는 이미 ‘현금에 손대지 마라’라는 작품을 통해서 접했었기 때문에 기대감을 갖고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멋진 작품으로 완성해냈다.

급작스럽게 새로운 수용실로 옮기게 된 죄수 가스파의 시선으로 이끌어지고 있는 ‘구멍’은 우연찮게 들어선 감방에 모여 있던 죄수들이 꾸미던 탈옥 계획에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고, 조금은 느슨한 방식으로 계획과 실행 그리고 성공 직전의 좌절을 서서히 보여주고 있다.

1947년이라는 시대가 배경인데, 2차 대전이 마무리 된 직후의 상황이라는 점과 재건을 위해서 노력하던 시절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감옥의 열악한 시설이 좀 더 이해가 가능할 것 같고, 그곳에서의 건조한 일상과 풍경이 탈옥에 대한 열망을 숨긴 등장인물들의 무기력한 표정을 통해서 좀 더 사실적으로 다가오도록 만들고 있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들과

그들이 화합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모습도 보여주면서 공동의 목표로 인해서 서로에 대한 삐걱거리는 마찰음 속에서도 함께 행동하는 모습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거기에 더해서 탈옥에 대한 계획과 실행의 과정과 함께 주인공 가스파를 중심으로 각각의 등장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담아내기도 하고 단순하게 담아내기도 하면서 좀 더 다채롭게 느껴지도록 작품은 의도되고 있고, 서서히 고조되는 긴장감 속에서 탈옥을 위한 과정 중에 일어나는 여러 급박한 상황들은 감옥-탈옥영화가 만들어낼 수 있는 짜릿한 순간들을 부족함 없이 담아내고 있다.

단순히 탈옥을 위한 과정들만을 담아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스파의 경우를 통해서 좀 더 다른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고, 부분적으로는 가스파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도 여러 사연들을 풀어내며 흥미로운 진행을 보여주고 있는 ‘구멍’은 결국 가스파의 배신과 그로 인해서 모든 계획이 물거품으로 끝맺어지는 허망한 결론으로 끝을 내고 있다.

프랑스 영화답다는 느낌이 들게 되는 결말이기는 하지만 가스파의 모습을 통해서 그리고 그런 가스파를 쳐다보는 다른 (배신당한) 동료들의 모습을 통해서 가스파 또한 그리 좋지 않은 끝을 향할 것 같은 불길함으로 가득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작품이면서, 지루한 듯 상황을 조금씩 고조시키는 진행 방식은 무척 인상적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