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 브리너.
당시로서는 무척 파격적인 민머리를 항상 고집했고,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을 속에서 무감각하고 무감정한 표정과 강인한 인상으로 가득한 배우였다.
그에 대해서는 일종의 신비한 느낌으로 가득한데,
그가 연기한 배역들도 심각함으로 채워진 배역들이 많았고, 이렇다 할 웃음이 기억나지 않는 그런 배우였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범접할 수 없는 그런 배우인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일종의 칭송을 하게 되기는 하지만 율 브리너의 작품을 실제로 보게 된 것은 처음인데, ‘더블 맨’은 그의 매력을 잘 담아내고 있는 작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충분히 그가 갖고 있는 매력-인상을 찾아내기에는 부족하지 않는 작품일 것 같다.
냉전 시대.
이데올로기-이념대결과 체제전쟁이 한껏 벌어지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 첩보물인 ‘더블 맨’은 어떤 식으로든 상대방 체제에 비해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그리고 상대방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온갖 행동들을 서슴지 않던 시절을 배경으로 그때는 실제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계획이 실행되고 그 과정 속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제목을 통해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내용의 진행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만들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인상적인 이야기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갑작스러운 아들의 사망 소식과
그 소식으로 인해서 무작정 아들이 사망한 장소인 스위스로 향하는 주인공 댄 슬레이터
그리고 아들의 느닷없는 사망에 대한 진상을 알아내는 과정 중에서 밝혀지는 거대한 음모
작품이 시작되는 직후에는 어쩐지 거대한 규모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용이 진행되는 과정을 통해서 생각보다는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당시 시대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냉전
온갖 계획과 작전들
체제의 승리를 위해서 일어난 온갖 잔혹함들
그 시대의 단면을 그리고 긴박함과 혼란스러움을 잘 담아내고 있고, 율 브리너는 무표정함 속에서 냉정과 함께 그 차가운 표정 속에서 숨겨진 들끓는 감정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무감정한 인물이지만 결국 감수성으로 가득한 인물이라는 끝부분의 불필요한 장면은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감정보다는 이성과 냉정함을 요구하는 시대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고 있고, 그 냉혹한 시대의 표정을 율 브리너는 아무런 감정 없는 표정 속에 충분하게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 댄 슬레이터가 뒤바뀌는 순간을 (뒤늦게) 확인시켜주는 장면이 역시나 가장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그 장면을 통해서 놀라움을 만들려고 의도했겠지만 최근의 영화들처럼 등장인물들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오해와 왜곡으로 내용을 진행시키지는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블 맨’이 대중영화의 영역에서 머물려고 하고 있거나 그게 아니면 그런 고민까지 생각하게 될 정도로 그 시대는 개인의 내면으로 침잠할 의도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내용이기는 하지만 그런 흥미로운 요소들이 스위스 설원의 풍경 이상으로 기억에 남기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다.
좋고 만족스러운 작품이기는 하지만... 어쩐지 스치듯 지나치는 작품이라는 느낌도 지우기는 힘들다.
워낙 이보다 더 출중한 첩보물들이 많았기 때문일까?
군더더기 없는 작품인데도 이상하게 허전한 느낌이 머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