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인근 해상, 

리차드 필립스 선장이 이끄는 화물선 앨라배마 호가 해적의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한다. 

필립스 선장은 순간의 기지로 해적들의 1차 공격을 막는데 성공하지만 

해적들은 곧 앨라배마 호를 점령한다. 

선원들을 대피시킨 채 홀로 해적들과 대치하는 필립스 선장. 

숨막히는 경계와 팽팽한 심리전 속 

필립스 선장은 19인 선원들을 대신하여 홀로 해적들의 인질이 되는데…!”

폴 그린그래스와 톰 행크스가 함께한 ‘캡틴 필립스’는 폴 그린그래스가 이전에 작업했던 ‘플라이트 93’가 많이 떠올려지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것 말고는 딱히 특별한 인상을 찾아내긴 힘들었다. 그때가 잠시 그리워져서 ‘캡틴 필립스’를 만든 것일까?

긴장감을 충분히 이끌어내기는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예상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무덤덤한 기분이 드는 것일까? 그럼에도 긴장감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뛰어난 역량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처럼 뻔하게 예상되는 진행 속에서 어떤 방식의 연출을 보여주고 있는지, 그리고 그 예정된 결말의 과정 속에서 어떤 인상적인 점들을 찾아낼 수 있는지가 ‘캡틴 필립스’를 보면서 들게 되는 생각이었다.

2009년에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토대로 완성된 ‘캡틴 필립스’는 잊을만하면 접하게 되는 아프리카 해안에서 활발하게 벌어지는 해적들의 선박 납치 활동에 관한 일종의 사건사례와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든다.

얼마만큼의 사실관계 속에서 완성되었는지는 모르기 때문에... 이게 제대로 된 사실관계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심병 환자이기 때문에 그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캡틴 필립스’를 지켜보게 되는 것 같다.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한 구호물자를 운송하는 업무를 맡은 선장 필립스는 배를 타고 업무를 떠나기 위해 아내와 헤어지기 전 대화를 나누며 자신들이 젊은 시절과는 많이 달라진 세상에 대해서 근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될 것이라는 긍정과 낙관 속에서 다시 만나기를 약속한다.

업무에 관해서는 꼬장꼬장하고 철두철미함을 보여주는 선장 필립스는 해적들의 습격을 예감-예상하며 여러 방식으로 미리 대비를 하지만 결국 해적들의 습격을 막지는 못한다. 하지만 영리한 대응으로 다른 선원들을 지켜내지만 본인은 해적들의 인질이 되면서 더욱 위기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해적들이 습격하는 과정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처음은 화물선에서 벌어지는 해적들과 선원들의 숨바꼭질이 주된 긴장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선장 필립스의 영악함과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해적들의 모습, 그리고 혼란스러운 과정 속에서 구명정으로 어쩔 수 없이 해적들과 향하게 되는 선장 필립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일단락된다.

그 과정 속에서 선장 필립스와 선원들이 잠시 겪게 되는 갈등과 그 갈등을 계약조건으로서 무마시키는 모습, 그리고 선장 필립스의 계약과 관련된 언급 한마디에 아무런 말을 꺼내지 못하는 선원들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로 생각된다.

물론, 과거에도 그런 상황과 장면을 넣어졌어도 의미심장한 느낌이 들었겠지만... 지금의 시대적 분위기 때문인지 좀 더 인상적인 느낌과 시사적인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다음으로 진행되는 긴장은 좁은 구명정 안에서 일어나는 불안감과 좌절감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절실한 희망과 낙관 속에서의 흐름인데, 내부적으로는 선장 필립스와 해적들의 우두머리 무세와의 대립과 서로에 대한 이해와 함께 무세와 부하 해적들과의 내부갈등, 미군이 선장 필립스를 구하기 위한 교묘한 작전이 결합되면서 긴장감은 고조되고 마지막 저격을 통해서 긴장을 폭발-해소시킨다.

이어지는 구조와 선장 필립스의 눈물 그리고 공허한 눈빛의 무세의 모습은 아마도 그 폭발의 여운과 같은 감정일 것이다.

선장 필립스와 (또다른 의미에서 해적들의 우두머리이자 구명정의 선장인) 무세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서로에 대한 공감-이해는 현실적인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그 구분과 이해 속에서 최선의 선택들을 해내는 (물론, 점점 상황이 악화되면서 감정적인 행동 혹은 돌발적인 행동들도 하지만) 선장 필립스와 자신의 부하들을 제대로 다뤄내지도 못하고 상황에 대한 인식도 정확하지 못한, 이유 없는 낙관과 긍정 그리고 왜곡된 꿈을 안고 있는 무세의 차이는 단순히 두 등장인물의 대립을 보여줌과 동시에 지도자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속되는 충돌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마냥 무세를 비난하기도 곤란한 기분이 드는데,

그가 소말리아에서 겪고 있는 지독한 빈곤과 가난은 그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게 되고, 어째서 그가 그런 위험을 자초하는지도 충분히 이해되기 때문에 선장 필립스에게 왜 자신이 이런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현실이 바뀔 가능성이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악으로 계속해서 향하는지를 알게 만들고 있다.

다만, 폴 그린그래스는 그런 무세의 모습을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내기 보다는 그의 입장을 잠시 주장하도록 만드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기 때문에 ‘캡틴 필립스’가 좀 더 정치적인 논쟁을 담아내려고 애써보진 않는 것 같다.

어떻게든 좀 더 제대로 먹고 살고 싶어서 선택하는 그들의 악순환은 이 작품이 놓치지 말았어야 할 내용이었지만 아쉽게도 그걸 충분하게 담아내진 못하고 있다. 혹은 그럴 생각까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빼놓은 긴장감으로 나머지 부분을 채우고 있는데, 불편함으로 가득한 좁은 구명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다툼 그리고 죽음에 대한 예감과 탈출에 대한 희망 등 다양한 감정들이 오가는 장면들을 능숙하게 담아내는 것에 성공한 것은 폴 그린그래서의 능력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고, 구명정 밖에서 벌어지는 미군의 움직임은 또다른 속도감과 긴박감을 만들어내면서 이미 알고 있는 진행이지만 충분한 재미를 느끼도록 만들어내고 있다.

마지막 저격 장면은 긴장의 최고조에서 멋진 폭발-해소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어쩐지 적절한 시점에서의 저격이기 보다는 얼떨결에 성공한 느낌도 들기는 하지만 분명 어떤 식으로 장면이 완성될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충분히 호감을 얻을 수 있는 흐름과 장면 그리고 모든 것을 종합하는 완성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것이 잘 될 거야

어떤 의미에서 ‘캡틴 필립스’가 담아내고 있는 정서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는 듯이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말해지는 잘 될 것이라는 무작정한 낙관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식으로든 잘 될 것이라는...

모든 것은 그렇게 정리될 것이라는...

대책 없이 엉망으로 흘러가고만 있는 온 세상의 모든 것들을 조금이라도 달려들어 해결해내려고 하기 보다는 그저 잘 될 것이라는 대책 없는 믿음만이 넘쳐지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흥청망청한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는 폴 그린그래스의 통찰력은 전혀 무뎌지지 않은 것 같다.

그것 말고는... 잘 모르겠지만.

참고 : 미국-미군은 1명을 구하기 위해서 엄청난 규모의 군대가 투입된다. 만약 한국인이 그런 일을 겪었다면? 아마도 어영부영하다가 인질에게 큰 위협이 끼쳤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다행히 그렇지 않은 일도 있었으니 제발 쓸데없이 인터넷으로 댓글이나 달려는 짓거리를 하지 말고 진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군대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