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이 별로 없었던 관계로 한동안 리뷰가 뜸했었는데 오랜만에 극장에서 개봉작 한 편을 봤습니다. 이 영화 <시절인연>이 그것으로 '탕웨이'의 출연작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이 그냥 보게 되었는데 때문에 '시절인연'이라는 영화의 제목에서 '시대극'이 아닐까 하는 느낌도 받았었지만 그렇진 않았고 '시절인연(時節因緣)'은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라는 뜻의 사자성어라고 하는군요.

'인연이라면 꼭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 로맨틱한 도시 '시애틀'이 배경인 영화

< ▲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그 곳, 아름답고 로맨틱한 도시 '시애틀'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 >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 즉 다시 말해서 '인연이라면 꼭 다시 만나게 되어있다'라는 뜻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영화의 분위기는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가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러한 '인연'을 이야기 하는 작품들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으로 제가 봤던 영화들 가운데에서도 <세렌디피티>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같은 작품들이 떠오르는데 <시절인연>은 특히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인듯 했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 역시 로맨틱한 도시 '시애틀'이고 주인공 '쟈쟈'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고 했으며 극중에서 실제로 그 영화를 보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이야기의 분위기도 그 작품처럼 전체적으로 밝고 가벼운 느낌이 많이 드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던 '쟈쟈'와 '프랭크'는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이끌림을 느끼게 되고..

< ▲ 출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미국의 시애틀로 올 수 밖에 없었던 여자 '쟈쟈' >

이렇게 무대는 마련되었으니 이제 '인연'이 필요한데 영화속 쟈쟈의 인연은 처음 시애틀에 도착한 날 임신한 그녀를 임산부 조리원으로 안내해 준 운전기사 '프랭크'입니다. 애인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중국내에서는 출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국으로 올 수 밖에 없었던 '쟈쟈'와 원래는 의사였지만 사정상 운전기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프랭크', 성격은 전혀 달랐지만 두 사람은 서로 닮은 구석이 있었는데 돈 많았던 아이의 아버지는 쟈쟈에게 한도 무제한의 카드를 쥐어주며 맘껏 돈을 쓰라고 했을 뿐 그녀와 아이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했고, 프랭크 역시 능력 있는 아내를 뒀기에 돈 버는 것은 아내가 책임지면서 자신은 딸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의사일을 관둬야 했지만 그의 아내 역시 아이와 남편에게는 무관심 했으니까요. 이처럼 물질적으로는 풍족했지만 비슷한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끼고, 그래서 외로움을 느꼈던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에게 이끌림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상투적이고 예측가능한 이야기, 각본이 많이 아쉽게 느껴지는 작품 <시절인연>

< ▲ '쟈쟈'와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었던 그녀의 '운전기사' 프랭크 >

그런데 <시절인연>의 이야기는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배우자에게나 아이에게나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돈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과 관심'이라는 이야기는 분명 좋은 이야기이고 공감가는 것이긴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상당히 상투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며 예측가능한 것이라서 아쉬웠었는데 이런 아쉬움은 영화 초반에 혹시 '이런 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닐까?' 라고 해봤던 생각이 그대로 현실이 되면서 더 커지기도 했었습니다. 게다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영향을 많이 받은듯한 영화는 그 영화처럼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를 보여주려는 듯 하다가 후반부에는 사라 맥라클란이 부른 <시티 오브 엔젤>의 그 유명한 OST 'Angel'을 깔면서 '애절함'까지 담아내려고 하는데 이처럼 이야기 전개는 상황에 따라 온도차이가 크게 느껴지지만 그런 분위기의 전환에 있어서 좋은 연출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조금씩 따라하고 좋은 음악을 까는 것을 통해서만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려고 한다면 그저 어색하게 느껴질뿐임을 보여 주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각본이 아쉬웠고 연출이 아쉬웠던 작품이기도 했구요. 마치 작년 <이별계약>을 보는 것 같은 식상함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영화의 아쉬운 부분을 상쇄해주는 매력 포인트, 주연배우 '탕웨이'

< ▲ 눈부시게 빛나는 탕웨이의 매력만큼은 한가득 담겨있었던 '시절인연' >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아쉬움을 상쇄해줄 매력 포인트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탕웨이'의 존재입니다. 개인적으로 탕웨이의 작품을 본 것은 <색계> 뿐이고 <만추>는 요약된 장면들을 통해 그 분위기 정도를 느꼈을 뿐이었는데 이 작품까지 포함한 세 작품 가운데 극중 캐릭터는 이 작품의 '쟈쟈'가 가장 밝습니다. 아니 밝다 못해 처음에는 상당히 철이 없어 보인다고 할 수 있을만큼 자기 잘난 맛에 살고 천방지축 안하무인이었으며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여자였었죠. 영화는 그랬던 쟈쟈가 '세상 어디에도 없을 착한 남자' 프랭크와의 만남을 통해 돈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가게 되고, 다른 사람의 돈이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는데 이런 과정이 앞에서 언급했듯이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했었지만 그런 쟈쟈를 연기한 배우가 탕웨이였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캐릭터를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소화해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나쁘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어느 영화에서 탕웨이가 '비욘세'의 'Single Lady'를 귀엽게 불러대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