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지금과 같은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가장 근본적인 것은 잘 살아보자라는 것이였다. 잘 살기위해서는 예전부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사람들에게는 명확하게 갖고 있는 개념은 바로 공부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잘 살기 위해 부모들이 자신들보다 더 잘 살게하기위해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게 해 줬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였다.
그렇게 자라난 세대가 지금의 40~50대 였다. 공부만 잘 해도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대였던 것이다. 이 세대의 학생들이 부모가 되면서 스스로 학습한 효과가 있다보니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이야기한다. 공부를 잘 하면 잘 먹고 산다는 선입견과 확신을 스스로 봤고 믿었고 신화가 아닌 신화가 되었다.
자신의 주변을 봐도 그렇고 자신을 봐도 공부를 잘 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직장과 주택과 위치를 가질 수 있었다는 자괴감마저 있기도 하고 자신이 지금 현재 위치에 있는 것을 볼 때 공부를 잘한 결과라는 증거가 되어 더더욱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게 한다. 예전 부모들은 못 배우고 짧은 학력으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했지만 지금의 부모들은 상대적으로 많이 배우고 긴 학력을 갖고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한다.
몰랐던 부모들은 그저 열심히 공부하라고 이야기하고 믿었다. 자녀보다 더 높은 학력의 부모들는 스스로 똑똑한만큼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이야기한다. 이제, 단순히 공부하라고 이야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도적으로 아이들이 공부하게끔 유도하고 강요하고 아이들의 삶을 설계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알고 있고 주변을 통해 배우고 깨달은 것을 투영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불행이 시작된다고 본다. 이제 부모들이 너무 똑똑하다. 똑똑한 만큼 지혜롭지 못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도 싶다. 자신의 학창시절은 아주 짧은 추억과 경험으로 남아있고 자녀들의 학창시절은 하루 하루가 길게만 느껴진다. 아이들을 위해 부모로써 공부하라고 하는 강요가 어느새 서로가 부담스럽고 미안한 감정이 앞서지만 멈출 수 없는 브레이크가 고장나버렸다.
1편은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와 부모에 대한 간단히 서로가 상대방을 잘못 알고 있다는 점에 대해 설명을 한다고 보이는데 이미 가족간의 단절된 대화의 다큐를 통해 익히 봐왔던 상황이 공부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시 등장한다는 기시감이 느껴진다. 서로 자신의 이야기만 한다. 서로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상대방을 위한 노력이라고 자부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이뤄주기 위한 최선이라 믿는다.
서로 상대방에 대해 자신의 생각에만 함몰되어 있지만 정작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차분하게 이야기를 할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서 단절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춘기라는 과정을 통해 자아를 탐구하며 스스로 독립하려는 시기에 들어선 아이들에게 부모는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받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을 한다는 모순이 있지만 자식으로써 당연히 갖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 할 수는 없다.
다큐를 보면서 나도 우리 아이들과 저런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는 점이 가장 두렵다.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을 해도 자녀가 느끼는 것은 미처 모를 수 있다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나도 모르게 유일하게 자녀에게는 - 특히, 아들놈에게는 - 울컥하고 감정을 다스리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런 감정이 아무리 자녀에게 잘 되라는 과한 표현이지만 나도 모르게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 서 행동할 때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나 스스로 자녀를 한 명의 인간이라는 존재보다는 또 다른 나이거나 내 맘대로 다룰 수 있는 존재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뒤 돌아보게 된다. 뭐, 부모로써 적당히 윽박지르고 유도하고 강요하고 처벌과 보상과 혜택을 주는 것은 하나의 교육방법이기는 하지만.
부모로써 어느 부모도 자신의 자녀가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을 숨기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자녀의 학업성취도는 부모로써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러다보니 더더욱 자녀들이 공부를 잘했으면 하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자녀들이 공부를 잘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 편견이고 선입견일 수 있지만 - 대체로 부모의 영향을 받아 자녀들이 공부를 잘 하는 케이스가 많다. 좋은 학력 밑의 자녀들이 좋은 대학을 가는 확률이 많다. 타고날 때 공부하는 머리를 갖고 태어나는 점이 어느정도 있다고 본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부를 잘 하려는 본인의 의지이지만 두 부분이 다 중요하다는 것은 무시할 수는 없다.
서울대 특정 인원을 상대로 설문조사와 탐문조사를 통해 이 친구들이 어떻게 해서 한국에서 가장 최고의 학벌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를 들어왔는지에 대한 조사를 알려준다. 대부분 자기주도 학습이라는 것을 통한 친구들이다. 누가 강요해서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를 한 친구들이고 학원도 많이 다니기 보다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부를 한 친구들이다.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라는 윽박과 강요보다는 공부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믿고 기다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큐를 보면서 든 의문은 집답을 이루는 구성원의 숫자가 너무 적지 않나하는 것이였다. 정확하게 몇 명의 인원을 갖고 조사를 했고 그 중에 몇 명이 이렇게 되었다는 보다 객관적인 통계를 보여주지 않고 그저 많아야 20~30명 정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이는데 경영대생 1학년이라 하니 조금 더 늘어날 수는 있지만 보다 객관적으로 여러 종류중에 가장 많다라는 제시가 아닌 그냥 우리 생각과는 다소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고 하면서 알려주는것이 다소 불만스러웠다.
또한, 공부를 첨부터 잘 한 친구와 갈수록 잘 한 친구들을 보여주기는 하는데 갈수록 잘 한 친구의 성적표는 300명 넘는 인원중에 30등 전후를 하다가 1등을 한것으로 나왔는데 그 정도 아이는 좀 좌절스럽다. 반에서 한 20~30등하는 친구들도 아니고 반에서 2~3등은 하던 친구로 보이니 말이다. 물론, 다큐에 나온 친구들은 전부 누구의 강요나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을 느끼고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고 부모들이 공부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믿고 기다리면서 아마도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부모는 스스로 자녀에게 책 읽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다는 이야기도 하고.
나라고 우리 아이들이 서울대를 가면 엄청 좋겠지만 강요할 생각은 없다. 자신이 원한 삶을 살기 위한 노력과 경험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고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할 재미를 알거나 필요성을 느껴 했으면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각자 자신의 능력만큼 성적은 나올 것이다. 그럼,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한다. 공부를 잘하면 남보다 앞 선 출발을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닌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전부 고위공무원이나 사회지도층 인사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 원하다면 말릴 생각은 없지만 부모가 알아서 강요할 생각은 없다. 하긴, 둘째 놈이 학원을 가고 싶다고 해서 오히려 가지 말라고 했다. 학원을 가려는 목적이 공부가 아닌 친구들이 간다고 해서 가려는 목적으로 보여 말이다. 덕분에 학원비는 들지 않는다만. 문제는 스스로 공부를 하려고도 하지 않고 컴퓨터 게임, 핸드폰 게임을 열심히 하고 TV를 보려 한다는 것이다.
그저, 기다리고 내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내가 못난 부모가 되지 않는 것이 먼저라 생각한다.
현실을 너무 모르는 부모일 수는 있어도 이런 부모도 저런 부모도 있고 저런 아이의 삶도 있고 이런 아이의 삶도 있는 것이 사회가 더 풍성하고 창의력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한다. 성공의 잣대는 서로 다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