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 알베르 카뮈 / 책세상 / 8000원
제목 한번 잘 지었다,
타인 말고는 그 어떤 설명도 가능하지 않은 것.
완전한 타인에 관한 내용.
우선 본격적인 책의 내용에 앞서 짧으니 괜찮다는 식의
작가의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는 해설을 집어넣은 편집부에게 실망부터 하고
[이방인]으로 빠져볼까 한다.
물론 그 해설을 먼저 읽어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자신을 낳아주고 스스로가 부양해야 했던 어머니조차
타인임을 제대로 까발려주는 장례식의 묘사들.
인간의 눈물은 오로지 추억으로만 반응한다, 특히나 이 책에선 더욱 그렇다.
만약 뫼르소가 그 어미와 진하고도 진한 추억을 동반했고 그것을 마음 깊이 받아들였다면
그가 얻은 장례절차의 모습은 책에서 보여줬던 그것과는 많이 달라졌을 터였다.
물론 그는 어머니가 아닌 엄마를 잃었다고 책의 처음부터 설명하려 들지만
그것 또한 지극히 일방적이고 설명이 어려운 그저 그 나름의
너무나 개인적인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책의 전반에 걸쳐 그가 의미 없는 말을 결코 던지지 않는 사람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다정하게 엄마'라 표현한 그의 진심을 믿어주는 것이 좋겠다.
형무소 안의 뫼르소는 생각했다.
단 하루의 시간만 살고 그곳에 들어온 사람일지라도 그만큼의 기억만을 가지고도
형무소의 길고 긴 시간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처럼 많은 기억을 더듬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물론 그것은 추억이 아닌 그저 방 안의 풍경에 관한 기억일뿐이다.
그에게 있어 움직이는 모든 것은 과거가 없는 듯 보이며
과거를 가질 수 있는 것들은 그저 서 있어야만 하는 물건이나 거리 또는
붙박여 있음이 운명인 나무 등에 한한다.
그는 진실로 이해하지 못했다.
사후 세계가 있으며 결국 당신은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마음을 편히 가지라 하며 그를 위해 기도를 한다지만,
엄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것이 사형을 면하게 할 수 없는 이유임을
받아들여야 하는 자신을 구할 수 없는 신부님을,
지독하게도 철저히 타인일 수밖에 없는
그 사람을.
나 또한 그런 것이다.
그러니까 그에게 이렇게나 깊이 빠져버린 것이겠지.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가 무죄로 풀려난다면 그는 매일 사형집행을 구경하며 생각하겠지.
모든 내 언행은 이미 내게서 벗어난 이상 내것이 아니니
더욱 자신을 가두는 게 옳은 일일 것이라고,
죄가 없는 사람이 사형대에 오를 수 있는 사회부조리를 이를 득득 갈며
지독한 침묵을 통해 다짐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