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 김언수 / 문학동네 / 12000원
변화된 징후를 보여주는 심토머(symptomer)의 이야기.
기억에 남는 심토머, 손가락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는 사람,
입 속에 도마뱀을 키우는 여자(자신의 혀 안 쪽에 미세한 칼질을 해 그 피로 도마뱀에게 영양을
공급하다 결국 혀가 없어지고 도마뱀이 그 자리에 눌러 앉는다는 이야기),
일년이고, 몇 개월이고 한꺼번에 잠을 자서 회복하는 토포러들 이야기 등.
메모리 모자이커는 '이터널 선샤인'이 훨씬 더 재밌고,
그 밖에 남들이 먹지 않거나 하는 것을 먹는 얘기는 '세상에 이런 일이'를 보는 게 훨씬 흥미롭다.
김연수도 아닌 김언수인 이 작가는 종종 마음에 드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가령 " 꺼져버려, 이 쌍년아, 네 할일은 아무에게나 열려 있는 네 밑구멍으로 하든가,
터질 것 같은 네 가슴으로 하든가, 네년이 알아서 해." 같은 경우나,
셀렜냐고? 그렇다. 너무나 설레서 꼭두새벽부터 기차를 타고 여기까지 찾아온 내 발목을
잘라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같은 경우인데 이런 표현은 내가 가끔 사용하는 언어였기에 매우 반갑고 신기했다.
사백오십 박스의 캔맥주를 사서 땅콩과 물과 그것을 백칠십구일
동안 마시는 남자의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일까?
어쩐지 끌렸다.
어째 이 소설,
끝으로 다가가면서 프랑켄슈타인 같은 느낌이 스멀스멀 들기도 한다,
자신의 실험 폐해들이라..
아니나다를까 325쪽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이란 단어가 실제로 등장하기도 한다.
완전 훌륭한 작가고 작품이다'는 아니지만,
상상력 하나는 정말이지 대단했다.
어찌나 잘 꾸며댔는지 실제로 그런 징후들이 있나 찾아볼까
란 생각을 갖는 것과 동시에 '이 작품에 나온 모든 의학용어나 상황은 모두 거짓이니
다른 사람들 앞에서 진실인 듯 말했다가 창피당하지 말라'는 경고문구를 읽고 말았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