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중국, 수많은 무술가들의 메카가 된 불산. 그 곳에서 ‘엽문’은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영춘권의 고수이자, 백전불패를 자랑하는 신화와 같은 실력으로 중국 전역에 명성을 떨친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이 중국대륙을 침략해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불산은 일본의 식민지배 하에 놓이게 된다. 일본은 먼저 ‘민족혼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불산의 무술가들을 비열한 방법으로 하나하나 격파해 나간다. 심지어 이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무술가들이 늘어가자 엽문은 큰 충격에 빠진다. 그 후 엽문은 제자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던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국민들이 일본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도록 무예를 가르치며, 중국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무술로 일본에 저항하는데...”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13695

왕가위의 ‘일대종사’를 접하기 전 동일하게 (이소룡의 스승으로 널리 알려진) 엽문에 대한 영화인 ‘엽문’을 미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접했던(그리고 견자단의 매력을 알게 되어서 그의 다른 작품들까지 찾아보게 되어버린...) 엽위신의 ‘엽문’은 단순히 ‘일대종사’와 비교하기 위해서 보기에는 나름의 매력이 큰 작품이다.

어차피 ‘일대종사’와 ‘엽문’은 적절하게 비교할 수 있는 작품들도 아니니 전혀 알고 있지 않던 엽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기 위해서 보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좀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도화선’에 이어 엽위신 감독과 함께 작업하게 되어서 액션영화에 열광하는 이들의 엄청난 관심 속에서 제작하게 된 ‘엽문’은 ‘도화선’이 만들어내는 수준의 (어떤 평론가의 말대로 경계-한계를 넘어선 수준의 액션을 만들어내는) 액션을 보여주진 못하지만 오직 견자단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들이 그리고 지금-현재의 액션영화들 중 가장 최대치의 장면들이 담겨져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일본에 의해서 점령당하기 전과 점령당한 후의 이야기로 나눠진 ‘엽문’은 개인적으로는 점령 전의 이야기에는 많은 매력을 느끼게 되었지만 아쉽게도 점령 이후의 내용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영화나 이야기라고 말하기 보다는 일본에 대한 분노, 민족감정 등 감정적인 내용으로(만) 가득해서 액션을 즐기기 보다는 액션을 응원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엽문’을 통해서 중국인들이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이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기는 했지만(어딘 안 그러겠나...) 그 감정을 대결구도로 만들어내고 감정의 폭발-해소가 이뤄지는 방식이 그다지 올바른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기도 해서 최근 점점 더 높아지고만 있는 한국-중국-일본의 보수화와 민족주의의 새로운 부흥-움직임에 대한 걱정스러움이 생겨나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분석적인 바라봄 보다는 역시나 견자단의 액션을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엽문’은 여러 볼거리를-매력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미친 듯이 마구잡이로 달려드는(물론, 고도의 계산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만) ‘도화선’과는 다른 절제되고 정제된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견자단의 액션에 대한 다른 접근을 엿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이런 생각은 실제 영춘권을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고, 영춘권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엽문’에서의 견자단의 액션을 본다면 어떤 생각일지도 궁금하게 느껴진다.

항상 그렇듯 ‘엽문’도 기억나는 것도 내세워지는 것도 견자단의 액션이지만 때때로 그 액션들을 떠난 다른 볼거리들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점령 이전의 집안과 옷차림 혹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느껴지는 과거에 머물고 있는 모습과 함께 중국 거리의 풍경에서 보여주고 수많은 간판들을 통해서 느껴지는 앞으로의 모습들, 엽문의 아내에 대한 애정과 존중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절제, 형제애, 주사장을 통해서 점차 중국에도 자본주의의 토대가 생겨나게 되는 모습들, 점령 후 빈곤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모습들 등 단지 액션영화라고 말하기에는 다른 볼거리와 생각할만한 내용들이 있어서 견자단의 액션과 함께 엽위신 감독의 의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결국에는 견자단의 액션이 있고, 그 액션 속에서 ‘엽문’은 자리를 잡게 되는 것 같다.

견자단이 보여주는 강렬함으로 가득한 액션 속에서 ‘엽문’은 완성되고 있고, 그 완성으로 인해서 여러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엽문’은 빼어남을 획득하는 것 같다.

처음과 끝에는 견자단의 액션이 있고,

그것이 최소한이자 전부인 것 같다.

어떻게 중심을 잡을 것인가?

‘엽문’에서 엽문은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려고 하고 있다.

물론, 그런 것들은 견자단의 액션 뒤에 감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