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가의 전지전능한 신으로 군림하는 '왕보(홍금보)'는 법의 울타리를 비웃으며, 홍콩의 모든 범죄의 중심에 선다. 강력 범죄팀장 '진국충(임달화)'은 고군분투 끝에 왕보를 잡아 넣을 수 있는 자물쇠가 될 '증인'을 찾아낸다. '포'의 극악무도한 범죄의 끝을 볼 수 있었던 그 날, '포'의 오른팔인 '잭(오경)'은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증인을 살해하고, '찬'에게 중상을 입힌다. '찬'은 포에게 살해당한 증인의 딸을 친딸처럼 양육하며, '포'에 대한 원한을 키운다. 시간이 흐른 뒤, '찬'은 종양을 얻어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고, 명예퇴직을 권고 받는다. 이제 '찬'에게 남은 일념은 단 하나, 제복을 벗기 전 '포'를 잡아 억울하게 살해당한 증인과 그의 딸의 원수를 갚아주는 것이다. 한편, 진국충의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팀장이 부임한다. 그는 바로 누구든 한 방에 보내버리는 격투의 신으로 악명 높은 형사 '마군(견자단)'이다. 어느 날 진국충이 왕보의 조직에 심어 놓은 강력계 요원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분노의 극에 달한 진국충과 그의 형사들은 왕보의 알리바이를 인멸하여 '왕보'를 잡아 넣는데, 적법하지 않은 진국충과 그의 팀의 수사 방식에 마 형사는 불만을 표시하고, 마찰을 일으킨다. 진국충의 기대와는 달리 왕보의 알리바이가 증명되자, 왕보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사히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오게 된다. 분노만을 간직한 채 원점으로 돌아온 주인공들로 인해 사랑이 깃들어야 할 홍콩의 아버지날은 이내 붉은 빛 혈투로 물들게 된다.”

흔히들 견자단 출연작 중 3대 걸작으로 ‘살파랑’, ‘용호문’, ‘도화선’을 꼽고 있는데(2005년부터 2006년까지 제작된 작품이다), 작품들 중 ‘도화선’은 어째서 걸작으로 평가되는지 이해될 수 있었고, 다른 두 작품인 ‘용호문’은 아직 구하질 못해서 명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리고... ‘살파랑’의 경우 이런 구분이 가능하다면 ‘도화선’은 (어떤 의미에서) 오직 견자단(만)을 위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고, 견자단이 모든 것을 이끌고 압도하는 작품 위에서 군림하고 있는 영화라면, ‘살파랑’은 견자단이 출연한 작품들 중 (고작 몇 편 접하지 못했지만) 가장 빼어난 작품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불길함으로 가득하고,

무언가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로 가득한,

견자단이 중심에 있기 보다는 다른 배우들과 함께 동등한 자리에서 서로 뒤엉켜 지옥도로 향하는 무척 광폭한 분위기의 작품이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비장함으로 가득하면서 그 비장함이 웃음거리가 되지 않는 수준의 강도를 유지하며 강렬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쩌면 엽위신 감독의 최고작일지도 모를 ‘살파랑’은 이처럼 전율로 가득하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힘이 넘치고 있다.

1994년 홍콩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살파랑’은 홍콩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범죄영화-액션영화답게 조직폭력단과 경찰들의 대립과 대결을 중심에 놓고 있는 작품이지만 그 전형성에서 조금은 다른 내용도 함께 담아내고 있기도 한 작품이다.

일반적인 홍콩 범죄영화-액션영화의 구성처럼 정의감과 범죄조직과 그 우두머리에 대한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는 경찰(들)이 등장하고 있고, 어떤 식으로든 감정적인 다가섬이 일어나질 않는 조직폭력단과 우두머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큰 차이가  없지만 각각의 인물들의 개별적인 성격을 부여하는 과정 중에서 다들 가족에 대해서 큰 애착-집착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과 아버지라는 존재를 무척 의미심장하게 다룬다는 점에서는 여타의 작품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속도감과 박력으로 가득한 진행을 보여주고 있고,

대립관계를 극단적으로 만들어내면서 강렬함을 안겨주고 있는 ‘살파랑’은 작품의 중심에 (임달화가 연기한...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가 출연한 작품 중 가장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는) 진국충 반장과 (홍금보가 멋지게 악역을 연기하고 있는) 왕보의 갈등을 축으로 하면서 새로 부임한 (견자단이 연기한) 마군 반장이 점차 중심에 합류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진반장과 왕보가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견자단은 중심이기 보다는 주변으로 밀려나져 있다는 느낌도 들게 되지만(혹은 작품에서 조금은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그를 위해서 만들어진, 그리고 그가 자신을 위해서 만들어낸 액션장면에서는 부족함 없이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견자단은 중심이 아니면서도 어쩐지 중심에 있어 보이지만 결국 작품 전체를 놓고 본다면 임달화와 홍금보가 ‘살파랑’을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는 견자단의 작품처럼 느껴지지 않기도 한데,

그것이 견자단의 팬들로서는 좋지 않게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작품 자체를 놓고 본다면 절묘한 균형감각을 보여주고 있기도 해서 무척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단순화-극단화시키고,

그 단순화-극단화된 성격 덕분에 각각의 인물들의 행동들도 현실감이 적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런 단순화-극단화가 등장인물들을 무척 선명하게 만들어내고 있고, 굵은 인상을 만들어내고 있기도 해서 오히려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이전의 홍콩 느와르 작품들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의리를 강조하는 등 세련됨 보다는 투박함이 느껴지게 되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아쉬운 부분이기 보다는 만족스러운 느낌이 우선 들게 된다.

폭력을 폭력으로 대응하고

증거를 조작하기도 하면서 공정하고 정당한 모습에서는 벗어난 행동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진반장과 그의 동료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은 자신들의 그릇된 행동에 대해서 어떤 정당성을 내세우기 보다는 당당하게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 점에서 색다른 진행이기도 한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에 대해서 무척 집착하고 있기도 한 작품인데,

엽위신 감독은 자주 액션 이외에 다른 내용들을 첨부하거나 관심을 기울일 때가 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운 감독이라는 생각이다.

‘살파랑’은 후반부에 있는 견자단의 짜릿함으로 가득한 액션이 인상 깊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임달화의 작품이라고 말하는 것이 적절한 평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살파랑’에서 이야기의 진행과 작품의 주된 정서-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임달화(와 홍금보)라면 액션을 담당하는 것은 견자단(과 홍금보)라고 구분할 수 있어서 하나의 작품에서 서로가 가장 돋보일 수 있는 부분을 나눠서 담당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살파랑’은 어딘지 모르게 공포영화가 떠올리게 될 정도로 불길함과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분위기로 가득하기도 한데, 이런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음산한 분위기는 거의 모든 장면들이 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일지도 모르고, 그런 어두컴컴함과 함께 등장인물들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배우들을 배치하지 않고 있어서 도시의 공허함을 강조하면서 그 비어진 허전함을 긴장감으로 채워지도록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일지도 모르겠다.

화면 구성이나 조명을 통한 강조는 B급 영화나 공포영화의 분위기로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런 연출이 철저한 의도 속에서 이뤄진 것인지 그게 아니면 제작비의 한계 때문에 어떤 제약 속에서 이뤄진 것인지는 분명하게 알 수 없을 것 같다.

의도든 우연이든... 최상의 결과물이다.

어쨌든 ‘살파랑’은 여러 문제점들이 있을 수도 있고, 짜임새에 있어서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단점들을 가볍게 뛰어넘는 (남성적인) 힘으로 가득한 작품이고 (이른바)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작품이었다.

걸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처럼 힘이 넘치는 작품은 오랜만에 경험한 것 같아서 꽤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견자단으로서는 본인이 중심에 있지는 못하기에 ‘도화선’이 더 만족스러운 작품으로 생각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가 출연한 작품 중에서는 ‘살파랑’을 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견자단은 어느 작품을 더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액션을 좀 더 즐기고 싶다면 ‘도화선’을

작품의 완성도를 생각한다면 ‘살파랑’을 꼽게 될 것 같다.

작품이 갖고 있는 넘쳐나는 힘으로 모든 것을 돌파해내고 있다.

이런 작품... 흔하지 않다.

참고 : ‘살파랑’을 통해서 어쩐지 두기붕의 작품들이 언뜻 떠올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