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대중문화) - 여성포털이지데이

“모두가 떠나버린 지구의 마지막 정찰병 '잭 하퍼'(톰 크루즈)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정체불명의 우주선을 발견한다. 자신을 이미 알고 있는 한 여자(올가 쿠릴렌코)를 만나 기억나지 않는 과거 속에 어떤 음모가 있었음을 알게 된 잭. 그는 적인지 동료인지 알 수 없는 지하조직의 리더(모건 프리먼)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의심을 품기 시작하고 지구의 운명을 건 마지막 전쟁을 시작한다!”

조셉 코신스키가 감독한 작품이라고 생각되기 보다는

톰 크루즈가 주연한 작품이라는 인상이 강한 ‘오블리비언’에 대한 평가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간단하게 말해서는 어떤 독창성이 느껴지거나 흥미로운 내용이 다뤄지기 보다는 기존의 SF 작품들에서 다뤄졌던 이야기들-설정들을 적당히 가져오고 보기 좋게 다듬어낸 느낌이 무척 큰 작품이었다.

너무 직접적인 영향이 느껴져서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당장은 ‘더 문’과 ‘인디펜던스 데이’를 뼈대로 이런 저런 SF 작품들이 하나씩 떠올려지게 되는데(누가 더 많이 인용된 작품들을 나열할 수 있는지를 걸고 내기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떠올려짐이 참고와 인용을 넘어선 느낌도 들기 때문에(표절이라는 공격적인 지적보다는 ‘오블리비언’ 자체로서의 매력은 도무지 찾아낼 수 없게 완성되었다는 수준으로 말하고 싶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관심을 끌게 되는 소품들과 배경들은 기억에 남을만한 인상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게 구매자-수집가로서의 관심만이 들 뿐 영화로서의 매력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소품과 배경들을 통해서 안겨주는 시각적인 재미를 이야기나 연출과 같은 방식으로도 안겨주었다면 좋았겠지만... ‘오블리비언’은 그걸 해낼 생각도 하지 않고 있고-하려 하지도 않고 있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특별한 고민을 갖고 있어보이지도 않고 있다.

겉보기만 좋을 뿐이고 정작 내용은 비어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단지, 시각적 쾌감과 함께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서 지나친 허점만 없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진행하고 있을 뿐인... 그렇게 꾸며진 작품이다.

적당하게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고,

적당하게 음모와 반전을 채우고 있고,

거기에 적당하게 눈을 즐겁게 만드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작품일지도 모르지만

예전 같으면 이런 작품도 만족스럽게 즐겼을지는 몰라도...

이제는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작품들을 접하게 된 것 같다.

그게 아니면 참을성이 적어진 것 같다.

외계인의 침입으로 인류가 절멸한 2077년 지구를 배경으로 얼마 남지 않은 인류가 우주로 향하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남은 에너지들을 끌어 모으는 과정 속에서 홀로(는 아니고 아내이면서 동료이기도 한 비카가 함께한다) 지구에 남겨져 있는 주인공 잭 하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끌어지는 ‘오블리비언’는 핵무기를 사용함으로써 황폐하게-황무지가 되어버린 지구를 배경으로 파괴된 지구에 남겨진 외계인-약탈자들의 방해 속에서 지구를 떠나기 전 마지막 임부를 수행 중인 잭 하퍼가 겪게 되는 모험들을 중심으로 여러 내용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어쩐지 처음 접하면서도 익숙하게만 느껴지는 여러 설정들과 이야기의 진행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수준에서 모든 내용은 진행되고 있고, 그렇게 뻔하고 진부함으로 가득하기 때문인지 이야기 진행보다는 현란하면서도 눈길을 끌게 만드는 소품들과 배경들 그리고 황폐함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이상하게도 멋지게만 느껴지는 풍경 속에서 주인공 잭 하퍼를 연기한 톰 크루즈를 최대한 활용해내고 있다.

그나마 M83이 만들어내는 음울함으로 가득하고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음악 덕분에 고독함과 어두운 분위기를 강조하기 보다는 가벼움만이 느껴지는 작품에 생명력이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이야기의 진행 속에서 인류가 절멸한 지구를 보여줌과 함께 그 허전함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홀로 정찰을 하면서 이런 저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잭 하퍼의 생활-일상에 흥미를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그가 느끼는 고독감과 과거에 대한 기억이 ‘나는 전설이다’와 같은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정서적인 고독감-고립감의 수준까지는 만들어내지 못하며 그저 풍경으로서만 시각적으로서만 그런 감정에 쌓이도록 만들기 때문에 큰 감정적인 설득이 가능하진 못하고 있다.

눈은 즐거운데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에는 어떤 식으로도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한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던 소재인 복제인간에 대한 내용과 기억이 제거된 등장인물이 다시금 기억을 되찾는 내용도 있어서 다시금 흥미를 느끼게 되기는 하지만 기억과 관련된 문제나 복제인간에 대한 문제나 둘 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흥미로운 입장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 무척 인상적인 논의도 가능할 수 있을법한 내용을 만들어 내고 있기는 하지만[특히 잭 하퍼가 복제된 자신을 만나게 되었을 때와 복제된 또다른 비카를 만났을 때, 마지막 장면에서 복제된-다른 잭 하퍼가 결국 줄리아를 만나게 될 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문제(잭 하퍼로서나 줄리아로서나 그냥 그걸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일까? 그렇게 감정이라는 것이 쉽게 모든 것을 이해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 등] 그것들을 이야기의 진행 속에서 깊은-깊지않든 문제의식을 갖고 다뤄내기 보다는 순전히 재미를 위해서 만들어낸 설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편안하게 접근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것 자체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게 만든다는 문제점도 있게 되는 것 같다.

꼭 그런 것들을 진지하거나 의미심장하게 다뤄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런 점들에 대해서 별다른 반응이나 충격이 없다는 점 또한 이해될 수 없는 점이기도 하다.

특히 기억을 되찾게 되면서 복제인간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의 개성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부분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그 개성 또한 복제인간으로서의 한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에(우연히 각성한 잭 하퍼를 만난 또다른 잭 하퍼는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는 몰라도 각성했던 잭 하퍼와 다를 것 없는 수준-상태가 되었다는 점은 잭 하퍼가 다른 복제인간들과는 다른 존재였다는 것을 부정하는 결론이 되어버린다) 인간이 갖고 있는 개성과 다른 존재들과의 차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기도 하지만 ‘오블리비언’은 그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걸 같고 고민하는 내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저 생각할만한 문제의식을 제시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인지 큰 고민 속에서 내놓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고민은 한쪽에 밀어 넣고 재미에만 충실한 작품을 만들어낸 것도 아니라 이도저도 아닌 신통치 않은 결과물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결국, ‘오블리비언’은 톰 크루즈가 중심에 있을 뿐이고, 그가 연기한 잭 하퍼가 겪는 모험담에 불과한 작품이면 어떻게 톰 크루즈-잭 하퍼가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갖게 만들어주며 승리를 안겨주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졌을 뿐이다.

점점 더 모든 것에 대해서 의심을 하게 되고 거대한 음모를 알아가게 되는 일련의 진행 속에서 잭 하퍼가 마치 구원자처럼, 특별한 존재가 되어버리는 이야기 구조는 이해되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톰 크루즈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 생각인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고민하고 있을 뿐이라 최대한 톰 크루즈의 이미지를 토대로 잭 하퍼를 만들어내고 써먹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직 그를 위한 그만의 영화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 이야기에서 다뤄지는 여러 흥미를 끌게 되는 내용들은 단순히 지나쳐질 뿐이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 진행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인상적이랄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작품이 되어버리기는 하지만 그런 완성 속에서 그나마 관심을 끌게 되는 내용은 잭 하퍼-비카와 잭 하퍼-줄리아의 엇갈린 관계인 것 같다.

정찰병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엔지니어-기술자라고 볼 수 있는 잭 하퍼와 그의 아내이자 동료인 비카의 관계는 그들이 생활하는 공간처럼 중산층 이상의 생활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들의 옷차림이나 행동 또한 그런 모습들(안정된 직장, 경제적인 풍요, 부족할 것 없는 여러 조건들 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들은 우주로 나가는 것에 무척 관심을 갖고 있는데(잭 하퍼는 그렇지 않는 모습을 보이니 비카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그건 마치 자신들의 위치에서 신분이 좀 더 상승되기를 바라는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계급적으로는 중간계급의 위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계급상승을 위해서 애쓰는 것 같은 모습이 살짝 엿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잭 하퍼는 계급상승에 대해서 심드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과 그가 엔지니어-기술자라는 육체노동에 좀 더 가까운 입장과 그의 아내 비카는 사무업무와 함께 관리자로서의 위치라는 그들이 실제로 행하는 노동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어긋남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고민되기도 하다.

비카는 그래서 보다 규정에 충실한 존재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고,

잭 하퍼는 그래서 규정을 무시하기도 하면서 상황에 따라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반면, 줄리아와 잭 하퍼는 그들이 사랑을 확인하고 사랑을 나누게 되는 공간에서 알 수 있듯이 도회적인 모습이기 보다는 시골-농촌-도시 바깥에서 머물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자연 속에서 책과 음반 그리고 미술품으로 채워진(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잭 하퍼-줄리아의 집은 온갖 전자제품과 투명함으로 가득한 잭 하퍼-비카의 집과 비교되며 그들의 행동이나 옷차림 혹은 기타 모든 모습들은 시각적으로 계속해서 두 연인들을 대립시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의 아니게 두 여성과 사랑을 나누게 되는 잭 하퍼의 선택과 비카의 짝사랑-외사랑, 그리고 1970년대의 분위기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마치 히피들의 낙원과도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는) 잭 하퍼와 줄리아의 집은 흥미를 느끼게 되면서도 어쩐지 그 대립과 갈등구조 또한 전형적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함께 들게 된다.

거기에 어떤 의미부여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오블리비언’이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는...

‘오블리비언’이라는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품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느낌이 더 컸다.

어떤 의미에서 ‘오블리비언’은 하나의 멋진 디자인의 전자제품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좋은 부품들을 써서 만들어낸...

하지만 그런 완성을 통한 결과물은 그다지 신통치 않은...

겉만 번지르르할 뿐 결과물은 불량품인 제품을 손에 쥔 기분이었다.

나쁜 작품도 아니고...

그렇다고 엉망인 작품도 아닌데...

무엇하나 만족스럽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만약 ‘더 문’을 보지 않았다면 그나마 좀 더 괜찮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 참고를 했어도 지나침이 큰 것 같다. 실제로 어떤 작품이 앞선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참고 : M83의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그의 음악이 없었다면 이 밋밋하기만 한 작품이 더욱 심심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오랜만에 음악이 더 기억에 남는 작품인 것 같다. 이건 전혀 칭찬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