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2(토) - 2013.09.22(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에 대한 소식을 접한 후 찬찬히 그동안 접했던 지브리 작품들을 떠올렸다.
거의 모든 작품들을 좋아했고,
여전히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동안 지브리 작품들을 잊고 지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깨닫게 되었다.
내가 여전히 지브리 작품들을 무척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취향이라는 것이 생겨나고
그 취향이라는 까다로움이 커져가면서
점점 지브리 작품들에 대해서 무덤덤한 기분이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개인적인 평가의 달라짐은 다양한 작품들을 접하게 되면서 일어나게 된 당연한 변화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잊게 되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지브리 작품들처럼 사랑스러운 작품은 흔하지 않다는 것과
그렇게 사랑스러운 작품들을 너무 쉽게... 긴 시간동안 잊고 있었다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이번 ‘레이아웃 전’은 한동안 잊고 지냈던 지브리 작품들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되살리게 되는 시간이었다.
지브리 작품들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동안 미야자키 하야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이 다뤄지지 못했던 다카하타 이사오의 작품들도 접할 수 있어서 무척 좋은 전시였던 것 같다.
첫날부터 무척 많은 관람객이 찾아왔다고 해서 사람이 많을 각오를 하고 찾았는데,
역시나 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느긋하게 그림들을 즐길 수는 없었다.
어차피 세세하게 그림들을 볼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개미떼처럼 앞사람만 졸졸 따르며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아서 혼자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봤는데, 덕분에 자세하게 그림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신나게 본 것 같다.
순서대로 본 다음 다시 발걸음을 돌려 다시 처음부터 보기도 했고,
한 그림을 뜯어보듯 보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최대한 여러 번 보려고 했다.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고
익숙한 작품들이라
많은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림들을 보게 된다면 그 작품들이 떠올려지고,
그런 떠올림을 통해서 얼마나 좋은 작품이었는지를 되새김하는 시간이었다.
레이아웃들이 완성된 작품의 설계도라는 표현이 글자 그대로 맞는 말인 것 같고,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멋진 그림들이었고,
그 때문인지 그림들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한 느낌이었다.
그 그림들이 어떤 결과물로 완성되었는지도 생각하게 되니...
잊고 지냈던 지브리 작품들을 발표 순서대로 보고 싶은 생각도 들게 될 정도였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관련된 레이아웃들이 많아서 좋기는 했지만 너무 눈높이와 맞지 않은 위치에 전시되어 있는 것도 있어서(다른 작품들은 눈높이에 맞게 전시되어 있다면, 유독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만 눈높이 위아래에도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제대로 즐기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나 지나칠 정도로 많은 관람객 덕분에 편한 관람이 불가능했다는 점인 것 같다.
이렇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게 아니라 순전히 지브리 작품들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좀 더 높아져서 더 좋은 작품들을 많이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약간의 헛된 기대도 했는데, 그게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단지 레이아웃이라고 말하기에는 아깝기만 하고 아름답기만 한 그림들이었다.
무언가 기념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비싼 가격의 레이아웃들을 전시장 옆 기념품 매장에서 구입할 정도로 좋은 그림들이 많았다.
물론, 이런 기분 좋음은 그 레이아웃을 토대로 완성된 작품들을 기억하고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기쁨일 것이다.
그러니... 만약 지브리 작품들을 보지 않고 향한다면 무척 불만스러운 전시일지도 모른다.
전시회를 갈 의향이 있다면 이것 저것 지브리 작품들을 최대한 많이 챙겨보도록 하고, 지브리 시절 이전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의 작품들까지 챙겨본다면 더욱 기쁜 순간들이 많을 것이다.
빨강머리 앤과 하이디와 셜록 홈즈와 코난도 만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니까.
참고 : 1. 개인적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고작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카하타 이사오의 작품은 아마도 ‘이웃집 야마다군’을 꼽게 될 것 같다.
2. ‘벼랑 위의 포뇨’도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도 좋아하니... 나란 놈도 참 이상한 놈이다.
3. 내가 갔을 때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가오나시가 있지 않았었다(있을 줄 알았는데...). 무척 애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