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요리는 키요모리가 없는 틈을 타서 산조성을 공격한다. 노부요리의 부하들은 키요모리의 군대를 막을 수가 없기에 키요모리의 가족만이라도 살려서 보내기 위하여 키요모리의 여동생으로 가장한 키사를 미끼로 만들고 그녀를 보호하는 임무를 모리토에게 준다.

이때의 인연을 시작으로 모리토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키사는 벌써 와타루라는 모리토 보다 계급이 높은 사무라이 남편이 있는 몸. 모리토는 충성스러운 사무라이지만 그녀를 향한 사랑 때문에 결국 이성을 잃게 되고 키사의 고모까지 인질로 잡으면서 키사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키사를 위협하여 남편 와타루를 죽일 음모를 짜지만 자신의 남편을 너무나 사랑한 키사가 남편 대신 죽게 되고 모리토는 키사를 자기 손으로 죽인 이후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는데...

가도가와 픽처스와 일본국립필름센터가 복원한 이 작품은 1160년대 헤이지 난을 배경으로 본인이 구해준 여인과 결혼하려고 하는 사무라이의 이야기이다. 인간의 욕망과 집착, 선과 악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걸작으로 특히 이스트만 컬러를 사용한 다이에이의 첫 컬러 필름이자 해외에 배급된 최초의 컬러 일본필름이기도 하였다. 당시 아시아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으며, 1955년 아카데미 의상상,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괴담 怪談 Kwaidan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24416430

실제로 접하기 전까지 ‘지옥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차피 영화에 대한 지식은 그다지 넓지도 깊지도 않기 때문에 나름대로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한 적도 없었지만 이렇게 개인적으로는 생소할 뿐이지만 무척 널리 알려졌고 다들 잘 알고 있는 작품이라는 설명을 들을 때면 앞으로도 찾아볼 작품들이 무척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될 뿐이다.

그동안 보았던 것들에 대해서 만족하기 보다는 또다른 작품들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가끔은 이런 것도 몰랐다는 좌절감을 느끼게 될 때도 있는 것 같다.

이런 하찮은 감정에 지나치게 몰두할 필요가 없기는 하지만...

사람이란 때로는 별 것 아닌 것들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되도록 영화도 미친 듯이 집착하기 보다는 즐길 수 있도록 애써봐야겠다.

그게 쉽진 않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으니 최대한 보고 싶은 영화들을 보도록 하고 좋은 영화들을 찾도록 해야겠다.

물론, 때때로 그렇지 않은 영화들도 보게 될 때도 있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지옥문’은 작품이 발표됐을 때 큰 화제를 모았었고 작품에 대한 설명에서 언급되었듯이 각종 상들을 휩쓸었던 작품이라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만한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모르고 있던 작품이라 무척 생소한 기분으로 접했고, 선명한 화질에 인상적인 색채-화면으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물론, 단지 색채만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면 그걸로 그만인 작품이었을 것이지만 질투와 욕망, 용서와 희생 그리고 절제로 채워진 인간의 여러 감정들을 잘 다뤄내고 있기 때문에 작품을 접하게 된다면 인간의 감정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작품이 알려주는 그런 수준의 감정의 절제와 제어가 쉽게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혼란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헤이지의 난이라는 나름대로 시대적인 중요한 분기점에서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고, 그 시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그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내게 되는 것 같다.

이스트만 컬러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없기에 얼마나 멋진 화면들을 만들어냈는지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탐스러운 색감으로 가득하고 그 다채로운 색들을 눈으로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기도 했다.

주군에 대한 충성으로 가득한 무사 모리토가 우연히 만나게 된 키사라는 여인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마무리 된 뒤 우연한 재회를 통해서 키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열정으로 가득함을 모리토는 느끼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지만 이미 키사에게는 남편이 있는 유부녀라는 사실에 깊은 실망을 하면서도 그럼에도 그녀를 갖겠다는 욕망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통해서 그의 주군에 대한 충성과 자신의 형조차 주군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용서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던 모습에 비해서 충동과 욕심 그리고 집착으로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의 감정이 이처럼 쉽게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욕망과 질투로 가득하게 된 모리토의 모습과

모리토의 굽히지 않는 애정에 난감해하는 키사의 모습

그리고 이런 일련의 상황 속에서도 무사로서의 절제와 남편으로서의 애정을 변함없이 보여주고 있는 와타루의 모습

이런 다양한 모습들을 아름답기만 한 실내무대 안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어쩐지 ‘괴담’을 떠올리게 되기도 했는데, 지금으로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인상적이게 되는 것 같다.

(아마도) 충분한 고증을 통해서 단순히 그 당시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여러 가지로 많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의 연속이었고 그 장면들의 연속 속에서 쉽게 설명하기 어렵기만 한 일본식 양식을 접하게 되는 것 같았다.

점점 더 모리토의 욕망과 질투는 더해지고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감정을 더욱 부추기게 되는 주위 사람들의 그릇된 행동들은 점차 비극을 예고한다.

비극의 예감과

그 예정된 비극으로 향하는 과정 속에서 보여주는 각기 다른 감정들의 연속

그 다양한 색깔의 감정들을 어느 것 하나 아쉬움 없이 담아내고 있으며 그 복잡한 감정들의 뒤섞임 이후의 비극과 비극에 이은 충격적인 마무리는 인간의 여러 감정들을 이처럼 격렬하면서도 고요함을 만들어내며 담아낼 수 있는 것인지 놀랍기만 했다.

질투

희생

절제

사랑

이별

고통

믿음

신뢰

그리고 반성

예정된 죽음으로 향하면서 키사와 와타루 그리고 모리토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다양함과 그걸 느린 진행 속에서 하나씩 다뤄내고 조용히 다음으로 넘어가는 흐름은 처연함으로 가득하고 감정의 억제가 쉽지 않았는데, 이런 전율하게 만드는 흐름-순간을 부족함 없이 담아낸 연출력에 한없이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와타루, 나를 벌하시오

나 같은 놈은 죽어야 하오

내가 밉지 않소? 당신 아내를 죽였는데!

왜 내게 화내지 않는 거요?

인생은 힘든 거요

자네를 죽인다고 키사는 돌아오지 않아

당신 말대로 당신을 죽이면 당신의 고통도 끝나겠지

하지만 내게는 뭐가 남지?

그녀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여 그녀를 죽게 만든

나는 어떻게 살라고?

이처럼 극단의 감정이 엉켜지고 그 엉켜짐 속에서 단순히 복수와 복수로서 완성되는 결말이 아닌 슬픔과 고통을 승화시켜 스스로를 돌아보도록 만들고 죽음 이외를-이후를 바라보도록 만드는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모습은 저런 모습을 닮아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때로는 불필요한 감정으로 뭉쳐진 내게 반성과 깨달음 그리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만든다.

아름답기만 하고,

애절하기만 하다.

너무 빼어나기 때문에 다시는 볼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다.

내 못난 모습을 사정없이 찌르고 있기에 너무 아프다.

정말 이 작품은 감정의 지옥을 경험하도록 만든다.

허탈하고 무기력해진다.

참고 : 극단의 모습을 보이는 와타루와 모리토의 모습은 어쩌면 둘 다 적절하지 않은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건 희생으로서 모든 것을 끝맺는 키사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그러니 우리들은 그들의 모습들 속에서 우리들만의 감정의 표현과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그건 항상 실천과 반성의 반복 속에서만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