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향이 드라마든 영화든 예전처럼 애절하고 절절한 사랑이야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최근에 로맨스 이야기는 거의 예외없이 '로코'라고 하여 로맨틱 코메디장르가 대세다. 과거에는 나오는 책들도 보여주는 드라마나 영화도 코믹한 요소는 거의 없이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얼마나 상대방과의 관계가 애닯픈지에 대해 보여주는 모습이였다. 추가로 주변 인물들이 약간의 코믹한 요소를 보여주면서 극희 활력소를 보여주는 정도.
무겁게 두 사람만의 안타까운 사랑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점점 사라지는 이유는 사회가 무겁고 활력을 잃어 버린 이유가 아닐까도 한다. 가뜩이나 현실이 힘들고 어려운데 현실이 아닌 곳에서라도 유쾌한 이야기가 다뤄졌으면 하고 사랑이야기도 아기자기한 이야기에 사람들이 더 많은 호응을 보여주는 사회 문화에 따라 변경이 되었으리라 본다.
개인적으로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최근에는 없어 다시 한 번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가장 근접한 드라마가 바로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아닐까 싶다. 보통 본방을 사수한다고 하는데 이 드라마같은 경우는 첫회부터 막방까지 전부 재방송으로 보게 되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본 드라마중에 유일한 작품이 아닐까싶다. 오로지 재방송만으로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노희경 작가는 예전에 KBS에서 배종옥과 이성진이 나왔던 거짓말을 무척이나 재미있게 봤다. 다시 보니 그때에 김태우도 출연을 했다. 하다보니 그 이후에는 꼭 챙겨보지는 않았던 듯 하다. 거짓말을 보면서 마지막 씬이 각자 층에서 사람들이 두명씩 있는 걸 보여주면서 끝내는 장면부터 상당히 좋았기에 각인된 작가였는데도 이상하게 그 이후로는 노희경 작가의 작품을 보지 않은 듯 하다. 화제가 된 드라마도 많이 있었는데 그렇게 되었다.
노희경작가만의 독특한 대사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화할 때와는 조금은 다른 데 가장 어울리는 배우가 배종옥이다. 물론, 배종옥은 노희경작가의 페르소나라고 할만큼 거의 전 작품에 출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여 두터운 팬층마저 확보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라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시작한 작품답게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클로즈업이 아닐까 한다. 상당히 많은 장면에서 바디샷이나 오로지 얼굴만 보여주는 씬이 무척이나 많았다. 과다 클로즈업은 상당히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피곤하게 만들 수 있었을텐데 배우들이 워낙 잘 생기고 매력적이라 그런지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클로즈업이 너무 자주 쓰여 좀 부담스러웠던 것은 있다.
이미, 일본 드라마로도 한국에서 영화로도 상영이 되었던 작품임에도 다시 작품을 상영한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 내용이 좋아서라도 작가에게는 상당한 모험이 있었을 텐데 호불호가 있기는 하지만 난 재미있게 봤다. 아마도, 이 작품만을 본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음악이다. 나오는 음악이 드라마같지 않고 영화 OST나 배경음악과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딱히, 다를 것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느낌이 그랬다.
이 드라마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초반에 드라마를 보지 못하면 극의 흐름이 잘 연결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보는 데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들이 엮어 내는 사랑, 애정, 애뜻함, 우정, 정, 배려, 배신, 사악함등의 미묘한 정서와 뉘앙스를 못 느낄 수가 있다. 이 드라마는 크게 사랑과 긴장감이 계속 극을 이끌어 가는 요소이다.
연인(남매라고도 생각한)간의 사랑, 부녀또는 모녀간의 사랑, 형제간의 사랑, 남자간의 사랑(우정), 어긋난 사랑등이 보여지고 살기위해 거짓말을 하고 너를 눌러야 되는 의식이 지배하고 내편인지 아닌지에 대한 긴장감, 내 감정을 철저히 숨기려 하는 긴장감등이 펼쳐지면서 여러 인물들이 보여주기도 하고 숨기기도 하고 알아채기도 하고 모른체 하기도 하면서 내용이 이어진다.
안타까운 것은 주요 등장인물중에는 단 한명도 제대로 된 인간이 없다는 것이다. 전부 무엇인가 부족하고 상처투성이인 모습을 감추려고 노력하고 사랑을 갈급하면서도 시치미떼고 아닌 척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로 사랑하면서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계속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마지막에 가서 서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상대방의 감정을 제대로 받아주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통통뛰는 가벼운 모습은 없고 무겁게 가라앉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두 연인의 이야기를 보여줘서 더더욱 두 사람의 사랑이 돋보이게 한다. 사랑이 모든 것을 다 채울 수는 없어도 최소한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의 이유는 된다.
순풍산부인과때부터 눈여겨 봤던 송혜교는 그동안 계속 스타가 아닌 연기자의 길을 걷기 위해 노력했던 자신의 노력을 드디어 이 작품을 통해 인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신의 틀을 깨는 것이 제일 어렵고 그 틀을 깰때 비로소 연기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데 어느덧 내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않는 작품도 꾸준히 출연하며 세상의 인정이 아닌 자신의 인정을 받기위해 노력했던 과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듯하다. 단순히 예쁜 배우로 남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성정해 가는 듯 하다.
우수어린 눈을 가진 나쁜 남자 역할에 잘 맞는 조인성은 어느 순간부터 단순히 연기자와 스타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갖춘 스타연기자로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었는데 그가 오랜 공백기를 깨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것인지를 궁금해 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 내가 여기 있음을 제대로 보여 준 것이 아닐까 한다. 여자도 아닌 남자가 클로즈업을 통해 미세하고 섬세한 연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그런 모습을 훌륭히 보여줬다. 향후 더욱 기대가 되는 배우가 될 듯 하다.
그외에도 좋은 배우는 좋은 작품을 통해 태어나고 만들어 지는 것과 같이 신인부터 당연히 중견배우들까지 딱히 흠잡을 것 없는 모습을 통해 작품에 더 빠져들게 했다. 몇몇 모습들에서 신인들이 좀 아쉽기는 했어도 다른 배우들이 훌륭히 받쳐주고 있어 크게 문제가 될 것까지는 아니였다.
남매라고 인연을 맺어 사기를 치기위해 만났고 오로지 다시 오빠를 만났다는 감정에 충실하던 두 남녀가 어느 순간 상대방의 행동과 생각에 전염되어 서로를 아껴주고 자신을 내던지는 사랑은 현실에서 그리 흔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내용이다. 또한, 사랑을 하면서도 서로가 안타깝게 바라보고 더이상 다가가지 못하거나 세상의 죽음이외에는 가라놓을 수 없는 애절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랑이야기가 최근에는 없었고 아마도 과거와 같은 내용은 촌스럽다고 만들어지지 않을 듯 하지만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정통 멜로드라마게 가까운 내용을 선사했다.
특히, 조인성과 송혜교가 보여준 모습은 여성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지 않았을까 한다. 물론, 10~20대보다는 30대 이후의 여성들에게 말이다.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무엇보다 드라마가 참 예쁘게 잘 찍혔고 배우들의 모습도 잘 나오고 음악과 영상과 배우들의 연기가 잘 어울려져 간만에 재미있게 본 드라마다.
분명히 세드엔딩으로 끝이 날 수도 있었는데 한국인 특유의 정서를 감안하여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은 듯도 하다. 원작을 보지 못해 모르겠지만. 하지만, 살기도 팍팍하고 어려운데 드라마에서라도 보는 사람들의 환상을 만족시켜주지 않으면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의 결합이 아주 만족스럽게 끝을 맺은 듯 하다.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