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에 발매 후 금지 처분이되어 찬반 양론을 불러 일으키며 영상화 불가능이라고 판정된 조지 아키야마 원작 만화를 애니메이션화 한 작품.”
네게 있어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적인 것이냐
너는 인간이로되 사람은 아니니
싸움밖에 모르는 가련한 야수로구나
자기를 지키기 위해 죽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나갈 수 없었겠지
하지만 서로 도와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란 것이다
나무아미타불
‘카라스’를 통해 인상적인 액션 연출을 보여주었던 사토 게이이치의 신작 ‘아수라’는 ‘카라스’와 같은 순도 높은 액션을 선보이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무척 강렬한 느낌이 가득한 화면 연출과 격렬한 감정적 반응을 보는 이들이 부족함 없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좀 더 공을 들이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그럼에도 몇몇 장면들에서 보여주는 멋진 액션에서 이 작품이 누가 만들었는지를 잊지 않도록 만들어주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시각적인 강렬함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의 격렬함을 어떻게 영상으로서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대사 중에 교토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 대충 어떤 시대인지 예상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굳이 언제인지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할 필요가 없는 내용이라 그걸 안다고 해도 큰 의미는 찾지를 못할 것 같고 역사책에서나 다뤄지는 아득한 과거를 배경으로 혼란기의 시대 속에서 생존-살아남음을 위해서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는 세상에서 인간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쉽게 말하는 이성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불교적인 깨달음과 접목시켜 작품의 주제를 잡고 있는 ‘아수라’는 그런 주제를 만족스럽게 풀어내놓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나쁘지 않은 연출력과 풍부한 감정의 표현 때문에 무척 흥미롭기도 했다.
지옥과 별다를 것 없는 세상에서 태어나 말도 배우지 못하고 오직 살아남고 생존하는 법만 알고 있는 아수라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름 없는 소년이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고 짐승과 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았으며, 그러던 중 알게 된 소녀를 통해서 느끼게 된 인간적인 감정과 함께 그 감정이 거부되면서 느끼게 되는 깊은 좌절감을 통해서 더해지게 된 인간에 대한 회의와 태어남에 대한 원망, 막바지에 가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쫓기며 받게 되는 저주를 뒤로하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다스리는 끝맺음까지.
광폭하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 강렬한 영상표현과
오직 일본에서만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이야기 구성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며 ‘아수라’는 무척 인상적인 장면들과 연출 그리고 이야기 진행을 보여주지만 분노로 얼룩져 있고 울분으로 가득한 감정이 화면을 통해서 충분하게 느낄 수 있기는 하지만 결국에 담아내려고 했던 어떤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내면의 평온을 담아내는 것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강렬함으로 가득하지만 그 강렬함을 작품의 이야기가 충분히 받쳐주질 못한다고 해야 할까? ‘카라스’도 그렇지만 부실한 바탕 속에서 지나친 화려함으로 치장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카라스’보다는 좋아졌지만,
여전히 아쉬운 구석들이 있는 것 같다.
철저하게 비극으로 이끌려고 하는 것 같고,
그 비극의 진행 속에서 불교적인 깨달음을 전달하려고 의도한 것 같지만,
아쉽게도 그런 깨달음의 경지에 오르진 못하고 자극적인 순간들의 연속이기만 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느껴지게 된다.
헐거운 이야기 구성을 좀 더 고심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아마도 압도감으로 가득한 연출에 좀 더 치중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되는 것 같다.
2D와 3D를 적절히 혼합해서 무척 매력적인 화면들을 만들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앙상하기만 한 이야기로 인해서 주제의식이나 목표하고 있던 많은 것들이 최상의 결과물로 만들어지질 못하게 되었던 것 같다.
좀 더 좋아진 이야기 구성 속에서 사토 게이이치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된다.
‘카라스’를 통해서 강렬한 액션을 만들어냈고,
‘아수라’를 통해서 액션과 함께 감정의 격렬함을 설득력 있게 담아내기도 했다.
이제 만족스러운 이야기까지 더해지면 최상의 조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