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음악을 좋아하고,

록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음악들을 즐겨 들으면서 점점 더 록음악에 대한 많은 정보들과 지식들을 접하게 되었고, 단순히 록음악을 들려주는 이들의 연주-음악과 무대에서의 멋진 모습들만이 아닌 그 음악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을 무렵, 그때부터 스튜디오와 녹음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되었다.

물론, 이런 넓어지는 관심이 일반적인 록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관심의 넓혀짐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여튼 이렇게 생겨난 스튜디오와 녹음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많아지고만 있다.

사운드 시티라는

한때는 유명했고,

수많은 명반들이 만들어진 녹음실-스튜디오에 관한 이야기인,

‘사운드 시티’는 단순히 스튜디오에 관한 그리고 그곳에서 녹음한 유명 밴드들에 관한 여러 비화들에 관한 이야기 말고도 록음악에 대한 다양한 진솔한 얘기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사운드 시티’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기도 전에 이 다큐멘터리의 감독이 너바나 Nirvana 에서 드럼을 연주했던 데이빗 그롤이 감독했다는 것 때문에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직접 접하게 되니 조금은 산만함이 느껴지기는 했어도 록음악과 연주와 녹음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어서 무척 좋았었다.

이야기가 좀처럼 집중을 하기 보다는 산만하게 이것 저것들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점차 이야기가 확장되거나 변형되기도 하면서 언뜻 집중력을 잃고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헷갈려지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데이빗 그롤이 음악이 아닌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명확하게 집중하는 것이 더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록음악에 대한 그리고 스튜디오에 대한 그 넘치는 애정을 좀 더 솔직하게 느낄 수 있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쁜 점을 찾기 보다는 좋은 점을 더 찾고 싶어지는 작품이었다.

환호하는 관객들 앞에서 열광적인 몸짓으로 연주를 하는 재미와는 달리

깊은 침묵 속의 녹음실-스튜디오에서 어떤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음악을 만들어야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전혀 다른 조건과 환경 속에서 록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것에 대해서 솔직한 얘기들을 접할 수 있는 ‘사운드 시티’는 단순히 사운드 시티라는 녹음실-스튜디오에 한정되어서 얘기하기도 하면서도 그 얘기들 속에서 록음악에 대한 여러 흥미로운 견해들과 사운드 시티 / 녹음실-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만들던 시절에 대한 기억과 사운드 시티를 운영한 이들의 회고가 겹쳐지면서 조금은 산만함을 느끼게 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록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이 우선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 애정에 집중한다면 무척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운드 시티’는 허름하고 지저분했다는 기억만으로 가득한 사운드 시티에 대한 기억들을 꺼내놓으며 시작하며, 그 허름한 공간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명반들을 알려주며 그곳이 갖고 있는 어떤 특별함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고 있다.

영감이 떠올려지고

그 영감이 가득하도록 만들어내는 그 공간에 대해서

이렇게 사운드 시티에 대한 기억들을 꺼내는 시작 이후 ‘사운드 시티’는 실제 녹음이 진행될 때 어떤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들을 잠시 언급하며 그 고민의 중심에는 드럼이 있었다는 여러 밴드들의 언급들을 이은 다음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기 시작하고, 사운드 시티가 갖고 있는 그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사운드를 만들 수 있는 비결 아닌 비결을 알려준다.

니브 콘솔

사운드 시티가 보유했던 니브 콘솔은 다른 니브 콘솔과는 또다른 매력을 만들어내고 있고, 그 이유를 수없이 강조하고 있는데, 다양한 표현과 은유를 통해서 니브 콘솔의 장점과 특징을 알려주고 있는 모습에서 정말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장비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의 부분은 프로듀싱과 레코딩에 관한 내용들로 진행되고 있고, 그 내용 속에서 연주와 녹음 그리고 그걸 프로듀서의 주도 속에서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또다른 예술이라는 언급은 단순히 음악이 연주하고 들려주는 것만이 아닌 좀 더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기도 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녹음에 대한 그 과정에 대한 인상적인 언급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었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말이었다.

좋은 것들이 영원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기 마련이라는 서글픈 말과 함께 좋은 것이었던, 여전히 좋기만 한 사운드 시티의 장비들이 디지털 기술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기술이 주도하는 시대를 맞이하면서 어떻게 운영이 어려워지게 되는지 알려주다 너바나 Nirvana 의 Nevermind 앨범을 녹음하게 되면서 겨우 회생하게 되지만 아날로그의 감수성과 작업 방식으로 진행되는 방식이 결국 좀 더 저렴하고 어렵지 않은 방식이 가능한 디지털 기술의 홍수 때문에 사운드 시티의 운영을 포기하게 되는 과정을 알려주며 음악을 녹음하는 방식 중 한 시대를 대표하는 방식이 어떻게 끝을 맞이하게 되지 슬프게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히 니브 콘솔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사운드 시티의 역사성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갖고 있었던 데이빗 그롤이 니브 콘솔을 인수하면서 거대한 고물덩어리에 불과했을지도 모를 탁월한 장비가 어떻게 새로운 숨결이 불어넣어지게 되는지 작품의 후반은 그 이야기들로 채워지고 있다.

여러 음악인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그들 중에는 폴 매카트니도 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과 녹음에 대한 솔직한 얘기들이 많이 기억에 남게 되고, 특히 새로운 녹음과 연주, 작업방식을 대표하는 나인 인치 네일스 Nine Inch Nails 의 트렌트 레즈너가 들려주는 음악에 대한 입장들은 절충적인 입장인 것 같기는 하지만 무척 흥미로운 의견들을 들려주고 있기 때문에 인상적이었다.

녹음실-스튜디오에서의 녹음이 갖고 있는 매력과 최근의 1인 작업 방식에 대한 여러 음악인들의 비판적인 시각(제작비의 저렴함과 녹음의 수월성을 충분히 알고 있기는 하지만 함께 연주하고 녹음하며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장점에 대해 애정을 갖고 얘기한다)과 음악 산업의 변화와 그 다양한 변화들 속에서 어떤 입장을 갖을지에 대한 고민들이 느껴지기도 했으며, 그런 고민들을 뒤로하고 다양한 음악들을 들려주는 이들을 데이빗 그롤의 요청에 의해 함께 음악을 만들고 녹음하는 과정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모습은 저렇기 때문에 많은 고민과 수고스러움을 알면서도 녹음실-스튜디오로 향하는 것이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 티격태격하고 충돌하는 과정 속에서, 그리고 함께하는 과정 속에서 생겨나는 어떤 제약들과 장점들 덕분에 더 좋은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됐다.

약간은 산만함이 있지만 록음악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사운드 시티’가 무척 기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고, 이런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음악에 대한 관심이 좀 더 넓혀질 수 있게 될 것 같기도 하다.

참고 :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한-약간의 제약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공통된 의견에 조금은 다른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현대 사회가 너무나 많은 제약들을 만들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반대로 그 제약들이 사라지고 있기도 하다는 점에서 좀 더 새로운 방식의 무언가를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이건 순전히 음악과는 전혀 상관없는 생각들이 떠올려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