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세계 대다수의 국가들은 왕이 통치하는 나라였다. 우리 역사를 돌아봐도 일본강점기전까지 국가의 통치권은 왕이 가지고 있었다. 거의 절대적 권한을 가지고 있던 왕이었지만, 국가를 다스리기 위해선 그 혼자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당연하게도 왕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조직을 필요로 했다. 역사 속에서 왕과 신하의 관계란 보통 남자들의 이야기로 현재와는 달리 여성의 사회활동이 매우 제한적이었고, 지위 또한 높지 못했다. 하지만 그 시대에서만큼은 유일하다 할 수 있는 직업적 성격을 가진 여자들의 일이 존재했다. 바로 왕을 모시는 궁녀가 그 일이다. 과연 조선시대 적지않은 수의 궁녀들이 어떤 일을 담당했고 그들의 직위는 어땠을까? 또 그들이 궁에서 보내는 하루는 어땠을까? 쉬는 날은 있었을까? 쉬는날이면.. 어떤 일을 하며 보냈을까? 온통 궁금했던 그녀들의 삶이 책 속에 소개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궁녀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큰 규모를 가지고 있던 중국에 비해 한참이 지난 백제,신라시대 때부터 그 역사를 시작한다고 한다. 최초 궁녀들의 역활이 왕을 모시는 일인지 혹은 단순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역활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기록에 의해 궁녀들의 존재는 증명되고 있다. 최초 궁녀들의 수가 100명 미만이었지만 조선후기에는 거의 700명가량 되는 궁녀들이 존재했다고 한다. 단순한 막일을 하던 무수리, 방자부터 우리가 흔히 부르는 궁녀의 의미인 상궁과 나인들. 이들에게도 엄연히 관직이 있었고, 그들의 서열 또한 존재했다. 때로는 권력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고, 쉽게 먹을 수 없는 것, 쉽게 접할 수 없는 일들을 접하며 일반 백성들보다는 나은 삶을 살았던 이들이지만, 한가지 안타까웠던 것은 어린나이에 입궁하여 왕을 위한 여인으로 존재했기 때문에 그들의 인생에 결혼이나 사생활은 보장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녀들은 일생동안 오직 왕을 위한 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얼마전에 상영했었던 "광해"란 영화가 문득 생각났다. 가짜왕의 역활을 해야하던 주인공이 다양한 궁녀들의 시중에 난처해 하던 여러 장면들이 떠올랐다. 영화에서만 봐도 그녀들의 직위도 하는 일도 매우 다양했고, 어떤 일은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때때로 생명을 내걸기도 해야 하고, 왕과 신하의 사이에서 중재하는 역활도 했다. 왕의 어린시절 유모로써, 왕비와 후궁들을 보필하는 역활로 혹은 왕의 여자가 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단순히 업무적인 궁녀들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그녀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흥밋거리를 제공한다. 잘 알려지지 못했던 궁녀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