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밥상. 그리고 어머니.
한국만큼 다양한 음식문화를 가진 민족을 보지 못했다.
물론 책상 다리 빼고는 다 먹는다는 중국도 그 유구한 역사와 넓은 땅덩이만큼이나
종류가 많지만, 우리나라 또한 이에 못지 않다.
이거 누가 다 만들었을까? 바로 우리 어머니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 어머니는, 우리 엄마뿐만, 아니라 너네 엄마도 포함된다는 말이다)
요리연구가 하선정 아줌마나, 요즘 방송에 많이 나오는 이혜정 아줌마가 만들었을까?
아.니.다.
가난에 찌들려 보릿고개 넘던 시절, 남편에게 자식에게 매일 같은 반찬 내기 미안했던
우리네 어머님들이 같은 재료를 이용해서 어떻게 자식과 남편에게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일까?하는 마음에서 나왔다. 매일 같은 도시락 반찬 싸가면, 가난이 보여,
친구들에게 놀림 받지 않을까, 그래서 자식이 가난을 원망하지 않을까하는, 어머니의 마음에서 나왔다.
결론적으로, 오늘날 우리가 맛보는 다양한 음식(레시피)의 근저에는 사랑이 깔려있다.
어.머.니.의.사.랑.이. 조상대대로 어머니에게서 어머니에게로 내려온 사랑의 레시피다.
따지고 보면,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은 원소스 멀티유즈의 창시자다.
원소스 멀티유즈란, 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방면에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좋은 텍스트를 하나 만들면, 이를 영화로도 만들고, 만화로도 만들고,
캐릭터로도 만들고, 게임으로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만화 <원피스>가 애니메이션으로 나오고, 게임으로 나오고, 캐릭터 상품으로 나오고,
완구, 의류, 문구로 나오는 게 바로 원소스 멀티유즈의 개념이다.
이는 지(知:콘텐츠)의 확대재생산과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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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이라는 소스 하나로 검색되는 레시피가 84개,
두부가 203개다.(네이버 키친 전문레시피 참고)
이외에도 각 가정마다, 달리해서 만들어 먹는 레시피는 이 수십배에 달한다
(※네이버 블로거 레시피 참고 2013년 3월 27일 현재 콩나물 8338건, 두부 17455건이 등록되어 있다)
이는 등록된 사례일 뿐, 실제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거나,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는 일반 가정주부(or 가정남편)들의 레시피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이다.
대개 택시력 10년쯤 되면, 심야에 강남대로에서 드리프트가 가능하듯
솥뚜껑 운전 10년의 주부력이 되면, 콩나물 하나 가지고도 20여가지의 요리가 가능해진다.
배우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 궁리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가족들에게 어떤 요리를 해줄까?
어떻게 하면 더 맛있을까? 어떤 재료를 써야 더 건강할까? 끊임없이 생각한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혁신해 나가는 사람은 모두다 프로다.
따라서 전업주부란 직업을 가진 여성은 모두 프로다.
짜파구리가 잉여력의 산물이라면, 부대찌개는 주부력의 산물이다.
프랑스 정찬에 대한 향수는 서구 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로망과
같은 것일 수 있다. 단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 만족하기보다 그 나라의 예법과 예절을
배워 실천한다면 처음 만나는 상대방에게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어쩌면 진정한
교양인의 시작은 테이블 끝자락에서 시작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 본문 中 -
식사의 품격(品格)이란...?
이 책의 제목이 풍기는 맛이 그러하듯. 이 책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
세계 모든 음식을 다 아우르고 있다. 전세계라고는 해도, 한.중.일.미.인도.동남아.유럽.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맛보고, 또 전문식당에서 맛 볼 수 있는 음식이 총망라 되어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세계의 음식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그 특징은 무엇인지, 또 어떻게 먹어야 매너 있게
먹는 것인지 설명하고 있다. 나야, 뭐 생긴대로 사는 놈이라, 그냥 편한대로 먹긴 하지만,
음식에는 분명 예법이란 게 있다. 이는 문화와 환경에 따라 다르다.
이 책에 그 내용이 설명되어 있는데, 그리 자세하게 나와 있지는 않다.
앞서 내가 한국음식과 어머님들의 위대성을 이야기한 건,
이 책이 <미식가의 도서관>이라 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한식(韓食)이 빠져서였다.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더니, 문학이 빠져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문학이 있다한들, 우리문학은 빠져 있고, 죄다 서양위주의 문학책만 있는 그런 느낌. 
작가는 대체로 서양음식에 대해 긍정적이고, 또한 그 예(禮)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게 서양에서 최고로 친다는 21가지 코스 메뉴에 대해서 설명한다(아쉽게도 한국어로 따로 표기되어 있지는 않다)
나에게도 프랑스 친구 한 녀석이 있는데, 예전에 자기네 음식문화를 자랑하던 때가 기억났다.
그 당시, 그 친구는 포도주에 푸아그라에 별의 별 이야기를 다 하는데,
나는 속으로 '한국에서 99첩 반상 받고, 우아하게 상다리 휘어지는 걸 본다면, 지지(GG)칠 녀석이..."
라고 생각했다. 99첩반상과 상다리가 생각나지 않아서, 말하는 걸 포기했지만...ㅠㅠ
뭐. 결론을 맺자면 이렇다.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것은, 다양한 책을 읽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편식이 나쁘다는 걸 사람들이 상식으로 여기듯, 편독(偏讀)도 나쁘다.
골고루 음식을 맛보고 그에 대한 상식과 예절까지 겸비한다면,
보는 이로 하여금 미학(美學)적으로나 미학(味學)적으로나 교양있어 보이는 건 틀림없을 터.
그.러.나.
밥 먹는 데 교양을 따지기에 앞서,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 선조들의 옛말을 되짚어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