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서출판시장에서 실용서를 찾기란 쉽지 않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무작정 따라하기(무따기) 시리즈가 있긴 하나,
어학과 IT, 금융, 비지니스 분야를 쉽게 배우고 익히는 실용서로 바꾼 개념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별의 별 실용서가 다 나온다.
예전에 일본서점가에서 책을 뒤적이다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
동성애에 관한 책이었다.
제목은 동성애 입문(同性愛 入門)과 동성애 섹스교본, 동성애 xxx 같은 책이었다.
너무 적나라하게 설명되어 있고, 사진 또한 첨부돼 있어 놀랐다.
그 사진 또한 상상을 초월할만큼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당시 내 머릿속은 어지러웠다.
'이런 책도 내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앞서
'사 보는 사람들이 있기에 내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요가 먼저인지 공급이 먼저인지 모를 이 책을 보고 한 동안 충격속에
멍했던 기억이 난다.
좀 더 심한 경우의 실용서로는 본디지(bondage) 교본도 있다.
본디지(bondage)란, 구속이나 속박된 상태를 뜻하는 말로,
쇠사슬이나 밧줄 등을 이용하여, 한 쪽 상대방을 묶고 하는 변태적 성행위를 나타낸다.
포르노 장르에 따로 분류되어 있을만큼, 지금은 유명해졌지만, 그 원류는 일본이다.
이외에도 폭탄제조법을 비롯하여, 초식남으로 살아가기, 지하철 자리 뺏기 신공,
현피(온라인게임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실제 만나 싸우는 것을 일컫는 말) 뜨는 방법 등
실용서의 분야가 무척이나 다양하고 방대하다.
한국이라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 의해 모두가 출판금지될 책들이다.
언론-출판의 자유와, 출판-미디어의 윤리적, 사회적 책임은 항상 대립해 온 문제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섰냐? 안 섰냐?로 따질 수 없듯,
지식과 정보 또한 예술과 외설의 경계로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에~휴.
"법정 다툼에서 지는 이유는 아주 사소한 데 있다.
법정(Court)을 지배하고 있는 룰(Rule)을 모르기 때문이다." -본문 中 -
책을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참한 실용서다.
피의자의 입장에서 형사재판의 과정을 설명하고, 만약... 피의자(형사재판의 대상)가 된다면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되고, 그로 인해 피의자가 어떠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설명한 책이다.
예비 피고인(범죄자)을 위한 재판안내서이다.
도덕,사회적으로는 옳지 못하다고 비난 받을 수 있으나,
억울하게 피의자가 되는 사람이나, 또는 법을 몰라 재판상에서
자신이 받아야 할 형량보다 무거운 형량이나 벌금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고, 필요한 책인 것 같다.
<범죄자, 형(刑) 줄이는 법> 이나 <고소할테면 고소해 봐>라는
제목으로 나왔다면, 더 재밌었을테지만, 제목을 제외하고라도
그 내용이 참신하고 재미있다.
합의가 되는 사건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건이 있고,
민사와 형사소송이 같이 들어갈 경우, 취할 수 있는 대처법.
합의금의 금액산정법(대략적인 추산). 합의금 줄이는 방법.
자신에게(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확보하기. 교통사고 대처법, 쌍방폭행에서 뒤집어 씌우기(?) 등등.
그 내용이 흥미롭고, 아~~주 재미있다.
이렇게 말하면, <악마의 사전>처럼 들리지 모르겠지만,
읽다보면, 의외로 양서(良書)란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껏 운전면허 갱신할 때 빼고는
경찰서 근처에도 간 적이 없고,
법원은 위치가 어딘지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인생사. 어찌 될 지 누가 알겠는가.
교통사고를 낼 수도 있고, 술 마시고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대방이 내지른 주먹에
조건반사가 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구한다면, 읽어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