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방 역사상 가장 아픈 상처로 기억될 남북전쟁. 그 사이에 노예제도가 있었다. 모든 인간은 자유로워야 한다고 믿는 링컨은 전쟁이 끝나는 순간 노예제 폐지 역시 물거품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전쟁 종결 이전에 헌법 13조 수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 하지만 수정안 통과까지 20표만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남부군으로부터 평화제의가 들어온다. 전장에서 흘리게 될 수많은 젊은 장병들의 목숨,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모든 인류의 자유. 그 무엇도 포기할 수 없는 링컨에게 위대한 결단의 순간만이 남아 있는데…”

참고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2865

참고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2867

예술작품이나 작가주의 작품이라고까지는 말하지 못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아카데미 시상식용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할 생각도 없는,

단순히 상업영화(단순한 상업영화 수준이 아닌 엄청난 수준의 물량-돈이 걸려 있는...) 감독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을 만들어 그 이상의 크나큰 성공(만)을 거둔 감독이 아닌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도 있는 감독으로 평가되기를 희망했으리라 추측되는...

스티븐 스필버그는 오랜 기간 동안 헐리우드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단순히 헐리우드가 원하는 작품(경제적인 계산으로 가득한)만이 아닌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않고 있었고, 드디어 많은 시간과 여러 시행착오 끝에 그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하게 된 것 같다.

그동안 계속되는 여러 문제점들과 한계들에 대한 냉소들을 견뎌내면서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아무리 시도해봤자 결국에는 실패하리라 생각했었는데 그런 비웃음들을 보란 듯이 이겨내고 그가 해낼 수 있는 가장 최상의 결과물을 내놓게 되는 것 같다.

흠잡을 것 없이

나무랄 것 없이

최소한 이정도의 작품이라면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 같고,

여러 가지 의미에서 흥미로운 작품을 완성해낸 그의 의지에 각고의 노력 끝에 결국 해낸 것 같다는 말을 되풀이 하게 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링컨’을 통해서 링컨의 삶에 대한 위인전 식의 이야기 구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고, 그의 말년의 정치적인 행보에 대한 집중된 검토를 통해서 링컨의 탁월한 정치적 감각과 함께 그 정치적인 능력-술수에 대해 지금-현재의 미국의 정치적 지도자들이 본받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직접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일종의 훈수라면 훈수일 것 같은데,

이정도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훈수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그의 정치적 입장과 얼마나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꾸준히 검토하고 논의하던 내용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관심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런 비슷한 관심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서로가 주고받을지 관심이 들게 되기도 하지만 전혀 서로를 의식하지 않으면서 각자의 작품들을 만들어낼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미국의 독립을 이뤄낸 건국신화와 함께 또다른 의미에서 미국의 건국을 말할 수 있는,

남북전쟁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이뤄진 노예제 폐지와 관련된 헌법 제13조 수정안을 하원의원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지지부진한 과정에 관한 작품인 ‘링컨’은 단순히 그동안의 백인들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링컨-개인의 불굴의 의지와 용기와 같은 영웅주의에 함몰되기 보다는 복잡한 정치적인 역학관계 속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조율하고 협상하며 자신이 목적하던 것을 이뤄내는 과정을 짜임새 다뤄내고 있다.

2시간 30분이 넘는 긴 호흡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는 일부러 서두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늘어지지도 않는 아주 정교하게 계산된 진행 속에서 작품을 이끌어가고 있고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모조리 담아내면서 링컨의 거대한 업적을 확신을 갖고 담아내고 있다.

어떻게 해야만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인지를...

어떻게 해야만 관객들을 설득해내고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그 모든 것들을 어떻게 하나의 작품 속에 부족함 없이 담아낼 수 있는지를...

스티븐 스필버그는 여러 과정들을 겪어내며 최고의 조합을 찾아냈고, 그 조합은 어떤 경지에 올라선 결과물로 보여주고 있다.

그 기나긴 과정이 누구나 그런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길고 긴 시간이었다고 어떤 식으로든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난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오랜 노력 끝에 그가 그 자신만의 무언가를 찾아냈다는 것에 대해서 부정하기 보다는 동의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와 이해득실,

법적인 난점들과 여러 모순점들

민주당과의(링컨은 공화당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는 공화당과 민주당은 지금과 정반대되는 입장에서 갈등했었다) 격한 갈등 속에서 어떻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 누구의 동의도 필요치 않고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과 믿음 속에서 정치적인 교착 상태를 풀어내고 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단순히 정치적인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만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남북전쟁이라는 실제로 누군가가 죽고 죽어나가는 상황 속에서 고민어린 선택을 해야 했던 링컨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직접적으로 지금-현재의 미국의 상황에 대해서 스티븐 스필버그만의 생각을 영화로서 제시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 뿐만 아니라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는 여러 명민한 배우들을 통해서 마치 그 당시를 직접 경험하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내고 있지만 정치적 논의와 그 논의가 이끌어지는 방식은 최근의 정치드라마 작품들에 큰 영향을 받은 것 같고, 그와 함께 그들이 논의하고 토의하는 모습들, 자유로운 논쟁과 대화들, 조롱과 야유, 격렬한 말다툼의 과정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어쩐지 로마 시대의 원로원의 회의 모습을 부분적으로 가져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원하는 세상이 그리고 지도자가 어떤 세상이고 어떤 지도자인지는 이런 점들을 통해서 무척 솔직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이런 지도자의 덕목과 필요한 능력, 그리고 다양성의 세계에서 어떻게 많은 논의들이 오가야 하는지를 확인하게 되면서도 결국 지도자의 결단과 결심 그리고 그 확고한 선택에 대한 신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그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고독을 맛보게 되는 것인지를 스티븐 스필버그는 놓치려고 하지 않고 있다.

어정쩡한 결론이 아닌 확실한 종결-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원하는 링컨이 어떻게 현명함과 지혜, 참을성과 정치적 능력과 술수를 통해서 얻어내고자 하는 것을 거머쥐는지 거창한 대의명분만이 아닌 누구와도 타협할 수 없는 신념 속에서 얼마나 현실적인 행동과 선택들을 보여주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면서, 헌법의 수정이라는 국회 내의 절차적인 과정을 통해서 일종의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과 전쟁이라는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수많은 희생자들을 양산하는 과정이 함께 뒤엉켜 진행되는 내용을 통해서 외부적 / 내부적 상황이 맞물려 있을 때 어떻게 최소한의 희생을 도모하면서 이뤄내야만 하는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 속에서 결국 가장 이상적인 선택을 찾아내는 과정을 우리들에게 보여주며 지금-현재의 미국이 어떤 우선순위가 필요한지를 질문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는 이것은 미국에 대한 그리고 미국을 위한... 한마디로 미국의 작품이라고 결론내릴 수 있게 되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 이런 요구와 관심은 단순히 미국의 지도자와 민중들만이 해야 할 고민은 아닌 것 같고, 모든 국가와 사회에서 동일한 질문과 고민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 과연 지금-현재의 한국 사회는 어떤 방식으로 ‘링컨’의 논의와 결론을 받아들여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또한, 그와 함께 ‘링컨’에 대한 약간의 핀잔어린 말을 꺼낸다면 그런 문제의식과 나름대로의 결론이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 과연 그런 입장과 결론들이 통용될 수 있는 구조에서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거대 기업들의 경제적인 논리가 배후에서 모든 것을 제압하고 있고,

정치적으로 다뤄지는 내용들은 결국 그런 배후에서 이미 사전에 결정되거나 대부분의 논의들이 마쳐진 다음에 논의의 장으로 꺼내지게 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최선의 해결 방안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되기도 했다.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링컨이 보여주었던 지혜를 더더욱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더는 한 개인의 능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더 들게 되는 것 같다.

수많은 것들이 각각의 이해관계 속에서 탈구되고 분절되었으며, 잘게 나눠진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위대한 지도자의 고뇌어린 결단이나 지도자의 곁에 있는 몇 명의 동조자들만으로는 어떤 것들도 해결되기 어렵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기에는 세상은 너무나 복잡해진 것 같다.

과거와 별다른 차이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 속에서 완성되었다면 무척 순진한 사고방식일 것 같다는 말을 하게 되기도 하고, 좀 더 자세히 현실을 살펴보라고 말해보고 싶기는 하지만 ‘링컨’이 담고 있는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말과 틀렸다고 결론짓는 것도 지나치게 과도한 비판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우리들만의 방식으로 링컨의 지혜를 찾아내야 할 것 같다고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이제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거장이 되었다는 것에 그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 같다. 이번 ‘링컨’과 같은 작품을 만약 하나 더 만들어낸다면... 그는 이번 성공이 우연에 불과하다는 여전한 냉소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개인적으로는 링컨의 꿈을 보여주는 그 흐릿한 영상들이었다. 그것 말고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 정도? 그의 연기가 좋고 싫고를 떠나서 그가 아니었으면 과연 누가 링컨을 연기해 낼 수 있었을까? 연기의 신이라고 말해도 특별히 부정하고 싶지 않을 연기였다.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라는 조롱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흉내라도 낼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있을까? 혹은 자신만의 링컨을 연기하겠다고 용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