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뉴요커였던 저자가 역시 완벽하게 농부였던 남편을 만나 그녀 또한 농부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나라면.. 솔직히 그녀처럼 도시생활을 완전히 버리고 농부의 삶을 선택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물론 그녀도 망설임의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도시생활만 하던 여자가 남자를 따라 농촌으로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나만해도 서울 토박이 인지라 시골의 삶은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잠깐은 괜찮아도 계속 살아야한다면.. 못견딜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데 말이다. 어디든 쉽게 갈 수 있고, 문화혜택 또한 활발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도시와는 달리 적막하고 고요하기까지한 시골의 생활은.. 왠지 무서울 것 같기만 하다. 어쨌든 그녀는 매일매일 자신들이 직접 재배한 온갖 채소와 길러낸 다양한 종류의 육류로 최고의 음식을 맛보며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면 왠지 뉴요커였을때보다 지금 농부로 사는 삶에서 더 행복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남편 마크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그때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져가는 유기농을 하는 젊은 농부들에 대한 기획 기사를 위해 인터뷰를 하게 되면서였다. 너무 바쁜 마크의 일상 때문에 이틀동안 그의 농장일을 도우며 마지막날 간신히 인터뷰를 했는데, 잠깐의 노동이었지만 그녀는 채소를 직접 기르는 것에 왠지 모를 흥미를 느끼게 된다. 그곳에서 맛본 음식이 그때까지 먹었던 요리 중 최고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뉴욕에서 먹은 음식과 같은 것이었지만, 직접 재배해서 즉석에서 요리해서 먹는 그 싱싱함이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맛이었다. 인터뷰가 끝난뒤 한동안 그를 만날 일이 없었지만, 그의 농장에서 1년동안 농장에 관한 책을 써보기로 하고 그에게 부탁을 하면서 한번 두번 만나게 되고, 이후 북쪽의 챔플레인 호수에 있는 상당히 넓고 좋은 땅에서 그들만의 농장을 찾으며 결혼을 하게 된다. 9개월만에 나타난 그들의 에식스 농장은 처음엔 볼품없었지만, 차츰차츰 그들의 손길이 닿으며 농장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게다가 이웃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도시와는 달리 주민이 700명인 에식스 농장에서는 만난 사람들마다 너 나 할 것 없이 그들에 대해 알고 있었고 서로 관심을 기울였다. 처음엔 그런 부분들이 어색했던 그녀지만 금새 적응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을 받으며 그녀 또한 농부로 거듭나게 된다.
인생이 바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너무나 행복하고 즐겁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책 속에 고스란이 드러나 보이는 것이 그녀는 자신의 결정에 한치의 후회도 없을 것 같다. 농촌의 삶을 꿈꿔본 적은 없지만, 그녀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면 그리 나쁘지는 않아보인다. (그렇다고 그녀처럼 농부의 삶을 선택할 용기는 없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