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페이지의 상당한 두께를 자랑하는 통통(?)한 책!
사실 나는 처음 받았을 때 '사랑'에 대한 러브 스토리일거라고 생각했다.
영화로 비유를 하자면.. 로맨틱 코미디물 정도?!
하지만 막상 내용을 접하고보니.. 이건 로맨틱 코미디와는 거리가 멀었다.
재치가 넘치지만 묵직함을 담고 있는..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이야기였다랄까?
이야기의 주인공인 '닐'은 자살한 아버지의 일기를 토대로 인공지능 컴퓨터를
제작 중에 있다. 이혼하고 얼마 후에 시작한 일이다.
처음 그의 일상을 따라가다보니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생각은 많지만 자신을 아낀다고 볼 수 없는.. 무기력하기만 한 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랬던 그가 점차 아버지와 비슷해져가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통해
진정한 삶과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P.45) 어디서나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닐에게도 적용되었다.
사이좋은 친구같은 아버지와 아들이 되는게 어려운 걸까? 요즘은 좀 달라지고 있는 듯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아들이 자랄수록 왠지 거리가 생긴다.
어쨌든 이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닐은 아버지과 그리 사이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가 자신을 정말 사랑했는지 의심이 들만큼..
자살을 한 아버지를 마음 한켠에선 원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공지능 컴퓨터를 제작하는데 동참하게 된 것은 생각보다 닐의 마음에
아버지의 존재가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어서였던것은 아니었을까?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이 역시 삐걱거렸던 것도.. 인공지능 컴퓨터 아버지를 통해 조금씩 엇나감의
이유를 알아가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오해를 풀어보려 노력한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먼저 다가갈 줄 아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마음의 '채움'을 두려워해 진심으로 다다가는 법을 몰랐던 그가 레이첼이라는 여성과의 관계에서도
진지함을 보이는 모습 또한 달라진 모습 중 하나였다. 그렇게 그는
실재하지 않지만 실재하는 것 같은 인공지능 컴퓨터 아버지를 통해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P483)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 좀더 대화를 나눠보고 이런 교훈을 얻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인공지능 컴퓨터를 제작함으로서 아버지화 되어간 그 기계로 이런 교훈을 얻으며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원했던 '사랑'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이 책은 '사랑'이야기가 맞았다.
뒤늦게 아버지를 통해 얻은 깨달음은 닐의 평생을 따라다니며 그의 마음에 남아있을 것이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법, 상대방의 사랑을 받아들일 줄 아는 법, 그리고 사랑을 베풀 줄 아는 법..
분명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실수는 하는 법이다. 그래도 해보는게 더 마음이 후련해지지 않을까?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은 바보천치나 하는 일!! 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