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레 노이하우스의 영향 탓인지 독일의 스릴러 작품들에 자꾸 눈길이 간다. 얼마 전에 읽었던 '안드레아스 프란츠'의 갑작스럽게 사망한 이후 '다니엘 홀베'가 완성한 '신데렐라 카니발'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 작품은 원래 작가의 온전한 작품이 아니었던 탓인지 스토리가 그리 완벽하진 못했어서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진 못했었다. 이 책은 뭐랄까.. 재미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좀 지루하게 느껴졌다. 사건의 중심에 놓인 작가의 주변 몇몇 인물들만을 대상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다른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과 유사한 사건임이 들어났음에도 꽤 좁은 시야로 사건을 풀어냈다는 점과 사건을 맡게 된 두 형사 마티센과 에르트만, 그리고 사건에 엮이게 된 인물들을 그리 개성있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좀 아쉽다. 책을 읽다보면 어떤 책은 생생한 캐릭터를 느낄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책들이 있는데, 이 책이 후자에 속했다. 뒤로 갈수록 복잡하게 사건이 꼬이는데, 그게 오히려 마이너스였다고나 할까? 복잡함보다 좀더 각 캐릭터의 심리에 집중해서 풀어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심리적인 묘사 부분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사건은 '니나 하르트만'이라는 여대생에서 하나의 이상한 소포가 배달되면서 시작된다. 그 소포 안에서 발견된 것은 캔버스로 인간의 피부로 만들어진 것임이 밝혀지고, 때마침 대형 신문사 대표의 딸인 '하이켄 클렌캄프'의 납치 사건을 조사 중이던 마티센과 에르트만 형사는 그 피부가 자신들의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알게된다. DNA 조사로 밝혀진 바, 그 피부는 바로 '하이켄 클렌캄프'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사건의 전담반이 구성되고 회의 도중 '크리스토프 얀'이라는 작가의 책인 '스크립트'라는 책을 모방한 사건임이 드러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작가의 바로 전 작품인 '밤의 화가'라는 작품을 모방한 사건이 퀼른에서 일어났고, 그 사건의 범인은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같은 범인의 소행임을 짐작한 마티센과 에르트만은 얀과 그 주변 인물들을 탐문수색하기 시작한다. 얀, 얀의 가정부, 얀의 팬이라고 주장하는 한 서점의 주인, 출판사 사장과 편집자, 그리고 소포를 받은 여대생 '니나'와 그의 남자친구 두명이 그 대상이다. 얼마뒤 등의 피부가 모두 벗겨진 여자의 시신이 발견되고, 책과 똑같이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경악한 두 형사는 다음 희생자가 나타나기 전에 범행을 막으려고 더욱 동분서주한다. 이들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인이 하나 더 있었으니.. 사건의 최고 책임자인 슈토어만 본부장이다. 오래전 자신의 형의 파트너였던 마티센 때문에 자신의 형이 죽었다고 믿는 그는 사사건건 그녀를 방해하고,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일삼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 인물들 사이에 얽혀있는 감정의 선들이 추악한 모습과 함께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범인이 분노를 폭발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긴박하게 흘러가는 빠른 사건 전개는 좋았다. 하지만 딱 맞아 떨어지는 듯한.. 깔끔함보다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아무래도 사건을 이끌어가는 인물들이 개성있게 다뤄지지 못했었기에 그런 느낌을 받은게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