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youtube.com/watch?v=qYOr8TlnqsY

어쩌다 보니 William Basinski 의 음악을 접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아마도 음악을 무척 좋아하고 이런 저런 음악들을 다 즐겨 듣는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도 William Basinski 의 음악은 무척 생소할 것 같고, 듣게 되었다고 해도 그의 음악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에는... 호감을 갖고 누군가에게 추천을 하기에는... 꽤 난감하거나 난해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쉽지 않은 음악이고,

쉬울 수 없는 음악이다.

이렇게 어렵다는 말로 얘기를 꺼내게 되지만 실제로 William Basinski 의 음악을 접하게 된다면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너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더 크게 느껴질 것 같은데, William Basinski 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아방가르드-전위음악이기는 하지만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단순한 멜로디 혹은 구절을 무한정 반복하여 어떤 효과를 어떤 정서를 어떤 흐름을 어떤 감정을 만들어내(려)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과 난해함 보다는 이런 음악 자체를 이해하려고 할 수 있는지와 받아들이고 용납할 수 있는지를... 끝까지 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참을성을 갖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글로 비유하자면 한두 문장도 아닌 한두 단어로 계속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너의 목소리가 들려’ 라는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너의’나 ‘너의 목소리’ 라는 단어 혹은 짧은 문장으로 끝도 없이 반복한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이 음악의 좋음과 흥미 있음을 이해시킬 수 있을지 난감하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난 William Basinski 의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예전에 들어봤을 때는 이런 음악을 이해하지도 용납하지도 못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다운로드한 파일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이해되기가 어려웠던 음악이었지만 지금 들어보니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이해가 가능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때늦었지만 이런 음악을 접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이 음악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게 되기도 했다는 점에 대해서 기쁘게 느껴지기도 하다.

끝없이 반복되는 음악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가라앉고만 있음 속에서 어떤 진혼곡을, 이제 끝났음을 예감하고 모든 것이 종결되었음을 받아들이는 씁쓸한 결론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음반 커버나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영상에 담겨진 9.11 의 악몽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악몽과도 같지만... 그것은 진실이고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다.

이해되지도 않고 받아들여지지도 않는 그것들을 이해시키고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이 끝없이 반복하는 음악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충격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으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자욱한 먼지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기는 하지만 그 가라앉음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음을 느끼게 만드는... 의미 없는 반복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반복 속에서 죽은-떠난-사라진-존재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슬픔으로 가득한 William Basinski 의 The Disintegration Loops 는 아마도 이 음악이 갖고 있는 장점과 좋음을 이해해주고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이 음악을 즐기고 지지하는 사람들 중 내가 속한다는 사실에 기분 좋기도 하다.

한없이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 겨울...

우울한 소식과 희망 없음으로만 가득한 이 순간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