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8(토)

관심조차 없는 이적의 공연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며(기다리기 보다는 뒤쪽에서 맥주나 마시며 졸고 있었다. 환호성이 커서 간간히 눈을 뜨기는 했지만... 지루해서 다시 잠들었다) 제임스 블레이크가 어떻게 자신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줄지를 궁금해 하고 있다가 이적의 공연이 끝나자마자 빠져나가는 관객들을 밀쳐내며 최대한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에 앞으로 달려갔다.

근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무대 바로 앞까지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공연을 기다리는 적은 수의 관객들만이 있었을 뿐 대부분은 관심이 없는지 다른 공연장으로 향하거나 토요일 공연은 실질적으로 끝난 것처럼 공연장을 벗어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어수선하고 휑한 분위기 속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면 좋을 것 같지 않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다행히 공연이 시작되면서 어느 정도는 관객들이 자리를 채워줘서 라디오헤드 만큼의 광란의 분위기는 아니었어도 생각 이상으로 열띤 분위기 속에서 공연은 치러졌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관심을 갖고 있는 음악이었고,

그의 음악이 어떻게 공연에서 들려질지 궁금했는데,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이뤄지는 공연이라 앨범에서 들려준 사운드가 과연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도 했고, 관객들의 반응도 전날의 라디오헤드와 어쩔 수 없이 비교가 되기 때문에 좋은 공연이 이뤄질 수 있는 것에 의문으로만 가득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부족함을 느끼지 못한 공연이었다.

제임스 블레이크 본인도 생각 이상으로 들뜬 반응에 무척 고마워했는데, 좋다 나쁘다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공연이기는 했어도 이런 어둑하고 음울한 전자음악을 록 페스티벌에서 다시 접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이런 공연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사운드의 질감과 두께 그리고 비트의 날렵함은 더할 것이 없었고,

앨범에 비해서 좀 더 두꺼운 느낌의 사운드는 앨범만큼만 들려줬으면 하는 기대감을 뛰어넘어 앨범보다 더 매력적인 음악으로 들릴 수 있었다.

앨범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박력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의 구성은 정규 앨범과 EP 앨범을 적절하게 섞는 예상된 구성이기는 했지만 정규앨범에서 큰 인기를 끌던 노래들은 밀도를 유지하면서 조금은 길게 편곡해 그의 노래들을 이미 알고 있는 관객들도 만족하게 하면서도 전혀 그에 대해서 모르는 관객들도 조금은 그의 음악에 흥미를 느끼도록 했다.

관객들의 호응은 좋았고,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선곡도 탁월했다.

제임스 블레이크 본인도 생각이상으로 좋은 반응에 무척 기뻐했는데, 아쉽게도 별도의 추가곡 없이 준비된 곡들만 들려주고 공연이 마쳐졌기 때문에 조금은 서운한 느낌도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로서도 어떻게 공연을 만족스럽게 완성시킬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었을 것이고 더는 보여줄 것도 딱히 없었기 때문에 더 욕심을 내기 보다는 그대로 마무리 한 것이 아쉬웠어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호의적인 평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귀가 찔리는 것 같은 비트

두께와 밀도가 느껴지도록 두텁게 잘 잡아낸 베이스

그리고 연주하기 보다는 어떤 효과를 의도하는 것 같은 혹은 음악에 좀 더 다양한 매력을 덧붙여주고 꾸며주는 것 같은 기타의 멋진 조화는 생각 이상의 만족을 느끼게 했고 빼어난 감각이었다.

이번 2012년 지산에서의 최고의 공연은 당연히 라디오헤드겠지만

제임스 블레이크의 공연은 어떤 비교도 가능하지 않는 라디오헤드의 공연에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집중력을 잃지 않고 주어진 시간동안 관객들이 최대한 만족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의 음악이 갖고 있는 매력을 부족함 없이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