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9(일)

지난 2일간으로 인해서 생각 이상으로 몸은 지쳐있었고,

마지막 날의 공연은 특별히 관심이 가는 공연도 없었기 때문에 늦은 오후가 돼서야 공연장에 도착했다.

비디 아이 Beady Eye 의 공연에는 별다른 관심이 가지 않았고(오아시스 Oasis 시절의 곡들을 많이 들려줬다고 한다), 다들 좋아하는 스톤 로지스 The Stone Roses 의 음악도 여러번 들어봤어도 영 마음에 드는 점이 없어서 그들의 공연도 포기했기 때문에(공연이 무척 좋았다고 한다) 넬과 장필순의 공연만 보면 될 것 같아서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았는데, 문제는 공연이 아니라 어떻게 집으로 향할지가 고민스러워서 이것 저것 알아본 결과 아무래도 장필순의 공연을 보고 집으로 가기란 불가능 할 것 같아서 고민 끝에 포기를 해야만 했다.

무척 좋은 공연이었다는 소식을 접해서 아쉬움이 컸는데,

이미 보고 싶던 공연들을 많이 봤으니 너무 욕심을 부리거나 아쉽게 생각하고 싶진 않다.

넬의 음악은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꾸준하게 듣기는 했어도 어쩐지 공연까지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그들의 음악이 앨범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이기 보다는 공연에서 앨범 이상의 혹은 앨범에 버금가는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인데, 실제로 그들의 공연을 접하니 예상대로 앨범에서 들려주었던 음악을 재현해주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를 않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야만 하지만 뭔가를 더 원하는 내 까다로운 기분 때문인지 이상할 정도로 무덤덤하기만 했다.

아마도 지난 2일 동안 너무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생겨난 무뎌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50분(17:40 – 18:30)이라는 짧지 않은 공연 시간이었지만 해가 저문 다음이 아닌 작렬하는 태양 아래에서의 공연이었기 때문에 이번 공연에서는 그들의 서글픈 노래들을 들려주기 보다는 그들의 노래들 중 되도록 신나고 뜀을 뛸 수 있는, 실컷 달리고 소리 지를 수 있는 노래들을 대거 들려주었는데 어떤 면에서는 아쉬움을 느낄 수 있기도 하겠지만 엄청난 무더위 속에서 처지는 노래들만 들려주어서 듣는 사람도 살짝 지치게 되었던 이이언의 공연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선택은 좋은 판단이었던 것 같다.

최근에 발표한 다섯 번째 앨범에서 수록된 곡들 보다는 팬들이 좋아하던 이전 앨범들에 수록된 곡들 위주로 공연을 꾸며서 개인적으로는 흥겹게 즐길 수 있기는 했지만 반대로 이번에 발표한 Slip Away 앨범이 좋지 않은 결과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뜻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할지 조금은 궁금하기도 했다.

록 페스티벌이라는 점 때문인지 앨범 보다는 좀 더 강하게 연주를 들려주었는데, 특히나 마지막 곡 믿어선 안될 말 과 같은 곡은 무척 강렬하게 연주를 해주어서 팬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앨범에 비해서 부족함이 없는 음악을 들려주었는데도 어쩐지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앨범의 음악을 재현해 주는 것 이상의 무엇을 그들에게서 원하는 것인지 나로서도 정확하게 말할 수 없어서 그저 까다로움이 그들에게는 좀 더 심한 것인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내 3일은 마무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