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여행가 에바에게 아들 케빈이 생기면서 그녀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에바의 삶은 케빈의 이유 모를 반항으로 점점 힘들어져만 간다. 에바는 가족 중 유독 자신에게만 마음을 열지 않는 케빈과 가까워지기 위해 애쓰지만 그럴수록 케빈은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에바에게 고통을 준다. 세월이 흘러 청소년이 된 케빈은 에바가 평생 혼자 짊어져야 할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데…”

보는 내내 불편한 기분으로 가득하게 만드는 ‘케빈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논의가 가능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 속에서 무언가를 얘기하려고 노력하는 작품일 것이다.

근데, 문제는 그 노력이 과연 올바른 접근인가 아닌가부터 논쟁거리가 된다는 점이다.

작품의 첫 장면은 꿈인지 회상인지 설명해주지 않는 토마토 축제를 즐기는 어머니 에바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하고 있다. 이후의 이야기 진행을 생각한다면 마치 핏덩이를 뒤집어 쓴 것 같은 에바의 모습과 그녀가 사람들의 손에 들려져서 이동하는 모습은 마치 순교자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심정적으로는 그런 의도를 갖고 담아낸 장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후의 이야기 진행을 생각한다면 아마도 크게 틀리진 않을 것 같다.

청소한지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은 엉망인 집안 내부와

무언가 얼빠져 보이는 그녀의 모습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넓은 집안과 말끔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두서없이 보여주며 언제부터인지 과거와는 달라져 보이는 삶을 살아가게 되어버린 그녀의 모습과 함께 어째서 지금과 같은 처지가 되어버렸는지를 궁금해 하도록 만들고 있다.

별로 궁금하진 않지만...

아들에게 면회를 가는 그녀의 모습과

그 오고감 속에서 떠올리는 과거에 대한 기억과 고통스러운 순간들은 이 불편함으로 가득한 작품이 어떠한 밝음도 없이 고통과 답답함 속에서 무언가를 의도하고 있고 제시하고 있으려고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언가를 질문하려고 하고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들려고 하는

그런 의도를 느끼게 된다.

에바가 사랑에 빠진 모습과

갑작스러운 임신

그리고 혼란스러움 속에서의 출산과 육아까지

그 과정의 곤혹스러움과 어려움을 상세하게 보여주기 보다는 정적인 화면과 건조함을 가득 머금은 얼굴 표정을 통해서 보여주며 보는 이들이 알아서 그 여백을 채우고 추측하도록 만들고 있고, 이후 아들 케빈과 어머니 에바와의 갈등과 케빈의 이해하기 어려운 /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과 낯설음으로 가득한 행동들을 보여주면서 과연 어떻게 반응해야 하고 함께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곤혹스러워하는 에바의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케빈에 대하여’의 원작소설은 어떤 내용 진행을 보이고 결론을 제시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에바와 케빈이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과 함께 케빈의 잔혹한 행동들을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이후의 어떠한 파국이 일어나는지를 조금씩 예상하도록 하면서 어떻게 그런 파국으로 향하게 되었는지를 무덤덤하게 보여주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끼도록 작품은 구성되어 있다.

에바의 양육에서의 문제인지

케빈 본인에게 있어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인지

주변 혹은 환경의 문제로 인해서인지

어떠한 이유로 인해서 케빈이 그렇게 되어버린 것인지는 이 작품에서는 뚜렷하게 알려주진 않고 있다(케빈 본인도 자신이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어떤 의미에서 케빈이 그렇게 괴물이 되어버린 이유를 찾는 것이야 말로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혹은 해석하거나 받아들이려고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케빈과 같이 (극단적인 의미에서) 전혀 다른 사람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걸 그저 인정하는 방법 밖에는 가능한 방법이 없을 때도 있다.

그저 그런 사람이 내 주변에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정말로 무서운 것은 그런 존재들이 어떤 식으로든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들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뚜렷하게 없기 때문에 근심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그런 존재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고,

어떤 방식으로 고민을 풀어나가기 시작해야 할지를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에바의 계속되는 혼란과

수많은 모욕과 힘겨움 속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줌과 함께

어린 시절의 케빈의 이상스러운 행동들과 파국이 일어나기까지의 모습을 시간 순서대로 에바의 시각에서 보여주며, 케빈이 얼마나 잔인함을 간간히 보여주고 있고 그의 길들어질 수 없는 성격과 함께 그 이상스러움이 해결 불가능한지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케빈에 대하여’는 에바가 어떻게 고통을 이겨내고 받아들이려고 하는지를 보여줌과 함께 케빈이 어째서 그랬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아보려고 하지만 그 이유를 어떤 식으로든 찾을 수 없음을 확인시켜주며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다.

일종의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는 계속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원인을 찾기 보다는 찾을 수 없음을 그 불가능성을 확인하게 될 뿐인데, 이 작품이 진정으로 의도하는 것이 에바의 모성애(그런 일들이 벌어졌음에도 아들에 대한 사랑을 유지하려고 하는)에 대해서인지 근본부터 다른 존재인 것처럼 보이는 케빈과 같은 이들(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에 대해서 말하려는 것인지 조금은 헷갈리게 느껴지고,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이 보여주는 모습들에서 어떤 이유를 찾아내게 된다면 어떤 오해를 갖을 수 있는 문제점과 위험성을 느끼게 되기도 했다.

이유가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오히려 이유를 만들어내고 일방적으로 원인을 만들게 되는 위험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경우 아들과 아버지가 갈등을 겪게 마련인데,

‘케빈에 대하여’는 어미니와 케빈 사이의 불협화음을 계속해서 강조함으로써 마치 케빈이 괴물이 되는데 있어서 어머니의 잘못에 무게를 두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게 하고, 그렇기 때문에 에바의 모성애의 문제로 케빈의 문제를 왜곡시키게 만들 우려가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이 작품을 통해서 모성애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닌 부성애에 대해서 문제제기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과연 그런 상황까지 되도록 아버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기도 하고(에바는 계속해서 케빈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걱정하고 두려워한다) 아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도 전혀 아들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 지적할 수 있기도 할 것 같다.

또한, 케빈의 문제를 가족 내부의 문제로 만듦으로써 어머니 / 아버지의 잘못으로 몰아가게 되고 케빈과 같이 흔히 말하는 태어날 때부터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정서와 도덕관념 그리고 폭력성을 갖고 있는 존재들에게 사회적인 해결 가능성을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개인과 가족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문제와 책임을 전가시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지 않도록 하게 만들기도 하다.

게다가 케빈이 외부적으로 평소 어떤 생활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고, 그의 행동이 처음부터 삐뚤어진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어떤 과정 속에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한 접근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어떤 점에서 ‘케빈에 대하여’는 반대로 (그런 경험에도 불구하고) 모성애를 잃지 않는 이에 대한 작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에바는 자유분방한 삶과

개인적인 목표와 꿈을 어쩔 수 없이 접으면서 케빈을 키우게 되고,

케빈과 좋지 않은 관계임에도 에바는 최선을 다해서 케빈을 대한다.

그리고 그런 극단적인 파국을 경험했음에도 에바는 케빈을 용서하려고 하고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그녀의 그런 의지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로 새로운 집을 청소하고 케빈을 위한 방을 꾸미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지 단순히 한없는 사랑만으로 케빈이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에는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기 때문에 케빈이 근본부터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기에 에바가 선택하는 방식과는 조금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에바의 선택과 같은 약간은 감상적인 결론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게 된다.

그녀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걸로는 해결되진 않을 것 같다.

케빈과 같은 인물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그와 같은 이가 이 세상에 없진 않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결국 그들과 같은 이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기에 ‘케빈에 대하여’는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를 해야만 하는지를 모색해야 함에도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 모성애에 대한 논의 등으로 관점을 흐트러지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척 이상한 방식으로 ‘케빈에 대하여’는 케빈에게 대해서 얘기를 하려고 하고 있다.

일부러 그런 것이라면 매우 위험한 사고방식이고 잘못된 접근이라고 생각되고,

모르고 그런 접근을 하고 있다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게 된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것이 꼭 맞는 생각이라고도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음에도 용서하려고 하고 받아들이려고 하는 모습에서 어쩌면 진정한 모성애를 확인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이 작품이 의도하고 있는 것인지는 쉽게 판단되지 않고, 만약 이런 생각이 맞는다고 해도 그건 적절한 관점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