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이트 신화의 전설이 끝난다. 배트맨이 조커와의 대결을 끝으로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8년 후, 하비 덴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떠안은 배트맨은 모든 것을 희생하며 떠나고.. 범죄방지 덴트법으로 인해 한동안 평화가 지속되던 고담시의 파멸을 예고하며 나타난 마스크를 쓴 잔인한 악당, 최강의 적 베인이 등장한다.

베인은 배트맨이 스스로 택한 유배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하지만, 다시 돌아온 배트맨에게 베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자신을 거부한 사람들의 고통을 지켜볼 것인가, 정의의 수호자로 나설 것인가. 배트맨은 승패를 알 수 없는 마지막 전투를 시작하려 하는데…“

배트맨 비긴즈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53549241

다크 나이트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66766007

다크 나이트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53987442

슈퍼 히어로와 순수한 악의 의미 그리고 Why So Serious?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53382038

‘다크 나이트’는 어떤 의미에서든 분명 놀라운 작품이었다.

아트 블록버스터라는 식으로 지나치게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누구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고, 단순한 재미만이 아닌 그것 말고의 무엇을 담으려고 했었고 그것이 어느 정도는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작품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은 무척 독특한 감독이라는 생각인데, 그는 영화가 예술이라는 생각에 대해서 그 자신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영화가 단순히 재미를 만드는 것만이 아닌 좀 더 다른 것들도 담아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혹은 재미를 만들 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철저한 상업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강한 자의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작품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 꽤 공을 들이는 무척 특이한 감독이다.

단순히 복잡한 이야기 구성만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담아내려고 하는...

워쇼스키 감독(들)에 비해서는 무척 건전한 방식으로 상업 영화를 통해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채워 넣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감독이고, 현재까지의 그의 시도들은 성공적이었다.

어쨌든 ‘다크 나이트’는 기대 이상의 놀라움을 담고 있었고,

단순히 그래픽 노블을 영화로 만드는 슈퍼 히어로 작품의 한계에서 조금은 벗어난 작품이었다는 것에는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 평가가 가능한 것이 작품이 뛰어났기 때문인지 조커라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기억될만한 캐릭터 덕분인지는 조금씩 헷갈리기 시작하지만 (요즘처럼 총질하고 치고받고 다 때려 부셔놓는 것만 고민하는 영화들만 만들어지는 시대에) 분명 꽤 괜찮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넘어설 수 있는 걸작이라는 말을 해도 나쁘지 않을 정도의 작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어떤 식으로 만들어도 상대적인 비교와 그 비교로 인해서 아쉽다는 평가가 / 실패가 예정된 작품이었을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다크 나이트’를 뛰어넘기를 기대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커와 같은 캐릭터가 그렇게 쉽게 등장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가능할 것 같진 않았다.

게다가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그런 직접적인 비교와 함께 이 작품을 통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려야 한다는, 어떤 식으로든 끝을 내야 한다는 강박과 함께 그 고민을 더하게 만드는 과연 어떻게 끝낼 것인지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많은 이들의 관심과 고민 속에 완성된 작품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지배하는 정서는 과연 끝맺음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다.

이런 생각이 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은데,

대다수가 이 시리즈가 어떻게 끝날지를 기대하며 작품을 접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진행도 관심이 있지만 과연 어떤 끝맺음을 보여줄지를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모두 끝이라는 점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크리스토퍼 놀란이 선택한 끝맺음은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끝맺음일 것이고, 단순한 끝이 아닌 여운과 가능성 그리고 어떤 넘겨줌 / 이어짐의 끝맺음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이들이 감탄을 하며 마지막 장면에 환호를 했던 것 같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어떻게 끝을 내야 하는지를 지나칠 정도로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 끝을 향하는 과정은 도대체가 만족스러운 부분이 없고, 거대한 규모와 거창함으로만 가득한 화면 속에서 앙상하고 얄팍한 신념과 철학으로 끝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인 장엄함과 장중함이 한편으로는 거대한 벽화를 만들려고 하고 이 작품에 썩 어울리기도 한 것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유치함에 언제 끝날지도 모를 이 작품을 끝까지 봐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들게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문제가 작품이 ‘다크 나이트’와는 전혀 다른 입장 속에서 완성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다크 나이트’는 그래픽 노블 / 슈퍼 히어로 작품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듯이 모르는 척 능청스럽게 만들어냈기 때문에 ‘다크 나이트’가 현실을 은유하고 과장하면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논의도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작품이 엄청난 의미를 갖고 있는 거대한 규모의 서사시 / 오페라를 완성하고 있다는 생각 속에서 만들어낸 것처럼 지나칠 정도로 힘을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됐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게 만드는 것 같다.

‘다크 나이트’가 야심찬 시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야심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야심이었다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야심은 지나치고 부담스럽게만 느껴진다.

거대한 규모에

앙상해지고 얄팍해진 사회적 / 정치적 의미부여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다들 자리를 잡지 못하고 산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우선은 제목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의 라이즈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하자면,

이 작품에서는 두 개의 떠오름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하나는 작품의 주인공인 브루스 웨인 / 배트맨이 추락-패배 속에서 떠오른다는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신념을 받아들이고 / 동의하고 계승하는 로빈이 등장한다는 의미일 것 같다.

그리고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계급적인 관점에서 비판하는(브루스 웨인이 자본가의 위치에 있다는 점부터 시작해서 그의 오만함과 사회를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자신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오해하고 있다는 비판, 경제적으로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며, 법적인 범위를 넘어선 활동을 하는 등 모든 것이 특권으로 가득하다는 비판 등) 입장과 관련해서도 자본가 / 부르주아 / 지배자인 브루스 웨인의 뜻을 고아이며 많은 재산도 없어 보이는, 노동자 계급의 입장에 가까운 로빈이 이어간다는 설정은 위와 같은 의미에 무게를 더욱 실어줄 수 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는 셀레나도 마찬가지인, 과거의 범죄들로 인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셀레나가 그녀의 새로운 삶을 위해서 배트맨을 돕는 것이 아닌 배트맨의 신념에 설득되면서(베인으로 인해서 고담시가 혼란의 도시로 되어버려 그녀가 바라던 세상이 되었음을 친구에게 축하받지만 셀레나는 그것이 자신이 원하던 모습과는 달랐는지 조금은 실망하거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 구성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누구나가 갖고 있는 인간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그 어둠을 극대화 / 극단화시키는 존재-혼란 그 자체인 조커를 위한 작품이었던 ‘다크 나이트와’는 반대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그런 혼란과 어둠을 통제해야 하고 철저하게 관리가 필요하다는 논리와 인간은 악한 모습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선한 존재라는 배트맨의 입장 속에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고, 그런 의미에서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브루스 웨인 / 배트맨의 입장을 옹호하게 되고 정당화하기 위한 존재들로 종속되어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말 그대로 거꾸로 선 ‘다크 나이트’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물론, 이런 방식의 이해가 다른 식으로 이를테면 브루스 웨인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그의 뜻(과 장비들)을 노동자 계급의 청년에게 물려준다는 방식으로도, 셀레나의 경우 브루스 웨인 덕분에 새로운 삶을 제공받고 과거의 삶으로부터 단절한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으니 해석의 차이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다크 나이트’를 직접적으로 그리고 단순하게 반복하고 있을 뿐이고, 그 반복이 ‘다크 나이트’와 같은 보는 사람이 압도당하는 느낌 속에서가 아닌 지나치리만큼 극단적인 입장 속에서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좋지 않은 결과물이 된 것 같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의 등장과 마찬가지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배트맨을 등장시키면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 베인에 대한 반복되는 언급 이후 베인을 직접 등장시키면서 그가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줌과 함께 어떤 불길함을 의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다크 나이트’와 조커를 경험했기 때문인지 이런 방식과 시도가 여전히 흥미로우면서도 조금은 신선함이 떨어지기도 했다.

어쨌든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다크 나이트’의 이야기 구성과 정서 그리고 갈등을 반복하고 있으면서,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배트맨 비긴즈’ 또한 일정부분 이어가고 있기도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독립적인 작품이기 보다는 두 작품에 종속된 작품이라고 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보다는 기존의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어떻게든 정리를 하려는 의도가 더 큰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야심과 욕심이 지나치면서 정작 그 야심과 욕심을 채우려는 노력은 게으르다.

베인의 등장 이후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씩 등장하면서 지난 7년이라는 세월을 스스로를 감금하듯이 삶을 살아가는 브루스 웨인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가, 아직까지 레이첼과 과거에 대한 고통으로 인해서 세상 밖으로 나가길 거부하는 브루스 웨인의 모습, 브루스 웨인의 생각과 같은 입장의 미란다의 등장 등 이야기가 여러 가지로 뻗어나가려 하지만 결국 어떤 것도 제대로 정리되거나 진행되지 못하면서 단순히 베인과 브루스 웨인 / 배트맨의 갈등으로만 내용을 채우고 있고, 마지막에 가서는 그 갈등도 미란다로 인해서 공들여 쌓아놓은 이야기 구성을 작품 스스로 망쳐놓고 있기 때문에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와 무엇을 보여주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는 브루스 웨인 / 배트맨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한 2시간 30분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완성을 보여주기 보다는 어정쩡하고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만 들었다.

간신히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 위대한 결말처럼 보이려고 하고 있고,

그 모래성과 같은 웅장함에 감탄하게 되기도 하지만 쉽게 무너지고 있는 완성도이기 때문에 맨 마지막의 몇 분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낭비를 하는지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될 뿐이었다.

브루스 웨인 / 배트맨이 다시금 복귀하기를 바라는 대화들과 요구가 있은 다음 실제로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이 세상으로 복귀를 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을 과장스럽게 보여주는 장면들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평가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등장을 다들 환호하고 반가워하는 모습만을 보여준다는 점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분이었다.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서라는 이유는 충분히 알고 있지만 ‘다크 나이트’에서 브루스 웨인 / 배트맨의 입장과 조금은 거리감을 갖게 되는 끝맺음을 보였던 폭스도 전혀 그 당시의 갈등을 기억하고 잊지 않은지 예전 생각이나 할 겸 새로운 장비를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보여주고 있고, 그의 복귀를 무척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어 이 작품이 어떤 입장 속에서 이야기가 완성되었는지를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철저하게 브루스 웨인 / 배트맨을 옹호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고, 마무리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유일하게 분별력을 갖고 있는 유일한 인물은 아마도 알프레드라고 생각하는데, 알프레드는 고담시 / 사회는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오만과 오해 속에서 세상으로 복귀하려는 브루스 웨인 / 배트맨에게 그런 생각이야 말로 그릇된 생각임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그의 행동과 선택을 애정 속에서 비판하지만 그런 그들의 갈등이 배트맨과는 전혀 다른 입장에서 찾아보려는 인물에 의해서가 아닌 브루스 웨인 / 배트맨에게 충직한 인물에 의해서 (즉, 외부적인 비판이나 갈등이 아닌 내부적인 비판과 갈등이다) 다뤄지고 있다는 점과 갈등을 좀 더 심화시키는 것이 아닌 알프레드를 성급하게 작품에서 제외시키면서 이야기는 다시금 베인과의 (의미 없는) 대결로 진행되고 있고, ‘다크 나이트’에서의 대립되는 입장과 갈등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면서 오히려 조금은 후퇴하고 있기도 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후의 이야기는

베인의 등장과

그가 계획하는 테러 / 혼란에 집중하는데,

처음 베인의 등장은 마치 계급적인 입장과 정치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가 만들려는 혼란이 자본주의 사회구조에 대한 공격처럼(증권거래소를 공격하는 내용은 브루스 웨인이 함정에 빠지게 만들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런 의미도 있다고 이해되고, 지역적 구조적으로는 베인이 지하-하수구에서 생활하고 있다면, 배트맨은 지상-거대한 저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해하도록 하지만 그가 만들려는 혼란은 철저한 계획 속에서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 혼란이기 때문에 그리고 조커와 같은 광기 속에서의 혼란이 아닌 동의가 전혀 되지 않는 이유 속에서 만들어내는 혼란으로 느껴지기에 조금은 불편함만으로 가득한 느낌이 었고, 거기에 더해서 베인의 정체성마저 미란다에 의해서 흐트져 버리기 때문에 그의 존재감은 잔뜩 부풀려지지만 결국에 가서는 풍선이 터지듯 의미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게다가 인디아나 존스의 한 장면이 떠올려 질 정도로 배트맨과 치고받고를 실컷 하다가 셀레나에 의해서 한방에 (가볍게) 죽는 장면은 난데없는 허무함을 넘어서 웃으라고 만든 장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불필요한 거창함은 라스 알 굴이 이루려고 했던, 서구 문명의 상징과도 같은 고담시를 파괴하겠다는 (실패한) 시도를 다시금 완수하겠다는 그리고 복수하겠다는 인물이 등장하는 내용과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그에 대응하는 것이 단순히 도시의 안전과 정의만이 아닌 서구 문명을 지키게 되는 일종의 숭고함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어떤 이들로서는 위대한 사명감으로 가득한 작품처럼 생각될 수 있겠지만 그런 목적 속에서의 혼란과 질서 없음(무질서를 원하기 보다는 단지 질서와 규칙이 있으면 안 된다는 입장처럼 혹은 자신이 원하는 질서와 규칙만이 존재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느껴졌다)을 만들어내려고 하지만 프랑스혁명 시기의 분위기를 그대로 끌어들인 재판 장면은 크리스토퍼 놀란이 어떤 사회적 / 정치적 입장 속에서 브루스 웨인 / 배트맨의 입장을 보여주려고-옹호하려고 하는지를 가늠하게 만들기도 한다.

조커가 불길함-불안감을 만들 수 있었고, ‘다크 나이트’의 이야기 진행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의 행동이 예측불가능하고 어떤 의도도 없이 혼란 그 자체만을 추구한다는 점이었는데, 베인은 거기에 어떤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고 목적에 따른 숨겨진 계획들을 밝혀내는데 시간을 들여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베인은 조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추락해간다. 또한, 조커는 자신의 규칙에 동의하지 않으면 떠나라고 말하지만(물론 그렇게 혼란을 만든 다음 페리호를 통한 제로섬 게임을 한다), 반대로 베인은 그 누구도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자신이 의도하는 혼란에 머물도록 한다는 차이들로 인해서 베인은 상대적으로 글자 그대로 광기 / 광대의 모습을 한 조커와는 다르게 어떤 확실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더 안전한 적대자가 되고 있고, 거기에 더해서 배트맨의 입장을 옹호하고 그에게 동조하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게 함으로써 시각적으로는 좀 더 규모 있는 대결(집단 대 집단의 대결)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어떤 전혀 다른 극단적인 입장을 가진 지도자들(배트맨과 베인)을 등장시킴으로써 너무나 현실에서 벗어나버리고 제대로 된 입장과 세상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하는 무정부주의자들과 반동적인 입장으로 뭉쳐진 보수주의자들의 대결처럼 이야기는 완성되어 버리고 만다.

그럼으로써 고담시를 자신의 도시라는 듯이 행동하고 생각하는 브루스 웨인 / 배트맨의 행동과 (목숨까지 내놓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의 거짓된) 희생은 결과적으로는 그의 생각이 맞는 생각처럼 어쩔 수 없이 동의하게 되어버리고, 그에게 생각을 고치라고 충고하는 알프레드의 입장은 추가적인 논의를 이끌지 못하기 때문에 성급하게 폐기되어 버린다.

거기에 거짓을 통해서 정의를 세웠던 고든의 행동도 처음에는 블레이크와 내면의 갈등에 의해서 고민하는 보여주지만 점차 그가 과도한 면은 있었을지라도 오히려 그렇지 않음으로써 발생되는 혼란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동의하도록 하게 만들기 때문에(블레이크 또한 처음에는 고든에게 냉소적이었지만 그의 생각에 충분한 공감을 하게 된다), 고든 또한 암묵적인 면죄부를 받게 된다.

이런 진행에서 그 대립과 갈등을 흐트러지게 만드는 것이 미란다인데, 미란다는 처음에는 브루스 웨인의 생각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그와 마찬가지로 사회복지를 확대함으로써 좀 더 사회가 안전하고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신념을 갖고 있던 사람으로 묘사하다가 갑작스럽게 그녀의 행동이 전혀 다른 이유로 인한 위선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며 그녀가 이전에 보였던 신념 자체가 부정되어 버리면서 배트맨과 같이(그리고 고든과 로빈이 동의하는) 법의 테두리만으로는 사회의 안정을 도모할 수 없으니 직접적인(사회적인 규칙과 법을 뛰어넘는) 행동을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도록 의도하고 있다.

이런 해괴한 진행과 마무리는 어떤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베인과 배트맨을 지나치게 극단적인 입장 속에서 갈등하도록 만들어서 다양한 논쟁과 논의가 가능하지 않게 만든다는 점과 반전을 통해서 영화적인 재미를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통해서 전달하려고 하는 의미와 관점은 흐트러지게 하고 있어서 무언가 앞뒤가 맞지가 않고 엉망이기만 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상처받고 노쇠하게 된 배트맨과

그의 생각을 이어가는 존재(로빈)가 등장한다는 이야기치고는 나쁘지 않은 진행이기는 했지만 그 진행만이 아닌 베인의 등장과 너무 거대해서 황당하기만 한 목적과 계획은 이전 작품의 조커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못하면서도 설득력은 떨어지기 때문에(조커는 아무런 이유 없음으로 인해서 누군가를 설득할 필요가 없었고, 베인처럼 사랑이나 복수와 같은 감정과도 무관하기 때문에 설명할 필요가 없는 입장이라 더욱 강렬한 불길함을 만들어냈다), 베인에게 반대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배트맨의 선택들 또한 동의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거기에 그를 우상시하고 신성시하는 모습까지 더해지는 황당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그들의 대결과 갈등은 전혀 몰입되지 않고 어떻게 끝이 날지만 궁금해졌을 뿐이었다.

브루스 웨인 / 배트맨의 입장이 조금은 과도할지라도 평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을 강조하는(즉, 쉽게 말해서 필요악을 강조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거대한 끝맺음과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면서 빈틈없는 결론이 아닌 일부러 여운과 가능성을 만들면서 좋은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런 결론을 향하는 과정은 형편없기만 한 것 같다.

어쨌든 끝을 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끝이 꽤 괜찮은 마무리였다는 점에서는 분명 헐리우드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누구나가 만족할만한 결론이기도 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끝맺음이 좋다는 점은 인정하겠지만,

이런 끝맺음을 동의할 생각은 없다.

한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어쩐지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미국영화의 전통으로 급격하게 향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 전통이라는 것은 서부영화의 영역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뜻인데, 베인이 만들어내는 혼란과 시민들의 반응은 서부영화에서 자주 접했던 악당이 마을을 장악하고 마을 사람들은 공포감과 겁을 먹고 어떤 대응도 못하며 집안에만 머무는 모습들을 떠올리게 하고, 배트맨은 그런 악당과 대결하는 정의의 사도로 이해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서부영화의 이야기 구성을 가져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어째서 이런 이야기 구성을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선택이 우연한 것인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이 미국영화의 전통으로 향하는 과도기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참고 : 1. 허수아비를 연기한 킬리언 머피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에 모두 출연한 악역이었다. 어쩌면... 그것이야 말로 대단한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2. 베인의 과거라고 생각되게 만드는 약간은 어른용 동화와 같은 이야기는 일종의 신화나 전설과 같은 과거를 만듦으로써 베인의 신비감을 커지게 했는데, 그걸 스스로 망쳐버림으로써 무슨 장점이 있는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3.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결론이 지금까지의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들 중 가장 행복한 결론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비극주의자인 그답지 않은 결말이라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어쩌면 좋은 결론을 위해서 그 과정이 형편없어졌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