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24416430

신도 카네토의 작품은 접해본 적이 없고,

그가 얼마 전 사망했다는 소식(2012.05.29 사망)도 전혀 모르고 지나쳤기 때문에 ‘덤불 속의 검은 고양이’를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 때문이지만 어쩐지 이것도 나름대로의 운명이고 인연이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이 작품이 그만큼의 의미를 부여할 정도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그렇게 잠시라도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작품은 둔탁하게 들려지는 타악기 소리가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시작과 함께 패잔병들로 생각되는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집안에 침입해서 무표정하게 두 여성을 강간하고 모든 것을 약탈한 다음 그들을 불태워 죽이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고, 그 장면을 보여주면서 무표정하게 그 모든 과정을 바라보는 약탈자들의 모습과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건조함과 뻑뻑함은 이후의 무서움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장면들보다 더 많은 놀라움과 두려움 그리고 공포를 만들어내고 있다.

‘덤불 속의 검은 고양이’의 이야기 자체는 특별히 대단하거나 신비감으로 가득하진 않다.

오히려 비슷한 성향의 ‘괴담’이 좀 더 신비함과 미학적으로도 뛰어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런 비교를 통해서 ‘덤불 속의 검은 고양이’를 폄하하고 싶은 기분은 들지 않을 정도로 나름대로의 매력과 인상적인 장면들과 순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인 것처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조금은 헷갈리게 만들기는 하지만 무사들만 유혹해서 죽이는 두 여성-요괴(첫 장면에서 강간당하고 죽은 두 여성이며, 그 둘은 나중에 무사가 되어 돌아와 그들을 없애려고 하는 이가 그들의 남편이고 아들인 며느리와 어머니다)가 어째서 그들이 그런 원한을 갖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그 원한을 어떻게 풀어내게 되고, 풀어내지 못하게 되는지를 이야기 해주고 있다.

‘덤불 속의 검은 고양이’의 독특한 점은 개인적으로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반복해서 보여주는 검은 고양이로 인해서 느끼게 되는 불안감이나 불길함도 아니고, 가끔씩 보이는 과장된 무대연출과 같은 느낌이 드는 배경과 무대 그리고 연극적이거나 이상한 느낌이 드는 몽환적인 분위기도 아닌 이상할 정도로 성적인 자극으로 가득한 장면들 때문인 것 같다.

그다지 성적인 자극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 장면들인데도 지나칠 정도로 자극적인 기분을 들게 만드는데, 그 성적인 자극과 함께 야릇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가득한 장면들 때문에 이 오래되고 오래된 옛 이야기에 불과했을지도 모를 작품이 이상할 정도로 묘한 기운으로 가득한 작품이 되도록 만드는 것 같다.

게다가 여성이 자신의 남편을 죽어서야 그리고 원한을 갖고 무사들을 죽이는 귀신이 되어서야 만난 다음에 자신이 끝없는 지옥으로 향하게 될지라도 사랑하는 이와 잠시라도 함께하는 것을 선택했다는 내용과 깊은 원한으로 인해서 자신의 아들과 서로의 목숨을 노리게 되어버린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는 슬픔을 더하면서 더욱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닌) 감상적인 분위기를 더하게 된다.

휘리릭 날라 다니고 미끄러지는 요괴들의 모습들과 간혹 무서움과 놀람, 공포감을 순간적으로 만드는 장면들은 지금 보아서는 조잡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스산한 바람과 덤불 속의 어둠으로 인해서 별 것 아닌 장면도 무척 강렬하게 담아내고 있다.

사브락거리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만들어내는 불길함은 계속해서 그 풍경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