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라이언 드 팔마의 작품들을 보게 될 기회가 간간히 생기는데, 특별히 그의 작품을 선호하거나 좋아하진 않기 때문에 무덤덤한 기분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이처럼 가끔은 내가 영화를 찾는 경우가 아닌 영화가 나를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그의 작품이 아주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불편하거나 실망스러운 것도 아니고...

히치콕을 흠모하던 이가 어떻게 히치콕을 인용하려고 하는지를 확인하는 기분으로 그의 작품을 보게 되는 것 같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초기작 ‘시스터스’는 그 당시에는 모르겠지만 지금 보게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결국 어떤 결론을 보여줄지를 예상하기 쉽게 내용이 구성으로 되어 있고,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연기자들의 연기나 기타 여러 가지에서 그가 원하는 장면들을 마음껏 담아내진 못해 보이기는 하지만 간간히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브라이언 드 팔마 본인은 얼마나 이 작품에 애정을 갖고 있고 만족감을 갖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기 보다는 그가 많은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얼핏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서 이해될 것 같다.

정신분열

샴쌍둥이

히치콕의 ‘싸이코’ 혹은 ‘로프’

위와 같은 것들을 하나의 작품 속에 버무리고 있는 ‘시스터스’는 살인이 일어나는 장면 속에서 만족스러운 공포감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 이후(즉, 살인 이후)의 장면들에서는 무척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만족감보다는 조잡함이 느껴지는 살인 장면 이후 화면을 분할시켜 살인이 벌어진 현장을 정리하고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숨기는 장면들과 우연히 살인이 일어난 것을 알게 된 기자가 경찰에 신고한 후 범행이 일어난 현장으로 경찰들과 함께 향하게 되는 장면을 (분할된) 하나의 화면 속에 보여줌으로써 시체를 어떻게 숨기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거나 그 숨겨진 장소에서 대화들을 나누는 장면 등을 통해서 화면을 분할시켜 동시에 보여주지 않았다면 아무렇지 않았을 장면들을 긴장감이 느껴지도록 만들고 있고,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어쩐지 브라이언 드 팔마는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장면들로 작품을 채울 수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어떤 장면들에서는 무척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장면들에서는 밋밋하거나 별다른 흥미를 느낄 수 없도록 장면을 담아내고 있는데, 앞서 말한 화면이 분할되는 장면들과 함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여기자가 정신병원에서 환각 속에서 알게 되는 도미니크와 다니엘의 과거를 흑백화면으로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다.

고전영화, 더 정확하게 말하면 독일의 표현주의 영화들에 영향을 받은 것 같은 장면이었는데, 그 강렬함이 독일 표현주의 영화들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강렬함까지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인상적이었고, 다른 장면들에 비해서는 유난히 강조되고 있는 혹은 다른 장면들과는 전혀 다른 압도함을 만들어내는 장면이었다.

아쉽게도 브라이언 드 팔마의 재능이 모두 발휘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작품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장면들이 허전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간간히 무척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그가 몇몇 장면들에서는 보는 이가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하면 좋을지 점차 알아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브라이언 드 팔마가 공포를 느끼게 만들 수 있는, 그 공포를 위한 도구가 어떤 것들인지를 알아가는 과정과 같은 작품으로 이해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