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레스크 - 19세기 기악곡에 부여된 명칭. 유머가 있으며 약간 변덕스러운 성격을 가진 곡으로 슈만, 드보르자크의 작품이 유명하다.

정상적인 연인들의 관계는 바라지도 않을게요

그러니 날 당신의 인생에서 쫓아내지는 말아요

날 받아줘요

난 당산을 사랑하니까 그런 것은 상관없어요

누구나 쉽게 동의하겠지만 사랑이라는 것처럼 알다가도 모를 감정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사랑에 대해서 누가 쉽게 안다고 말할 수 있고, 아는 것처럼 말할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갑작스러운 다가옴과 순식간의 떠남의 감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순간의 감정이고 머무름의 감정이기는 어려운 감정일 것 같다.

그 감정을 그리고 순간을 머무르게 만들고 잡아두려고 한다면 그 사랑은 무척 힘겨움 속에서 지내고 있을 것이다. 그 사랑을 받아줄 사람이 여전히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도 그건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힘들다는 것에는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1940년대 로맨스 영화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유머레스크’는 추천을 통해서 접한 작품이고 어떤 줄거리인지도 모르면서 접하게 된 작품이라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는 조금은 곤혹스럽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어서인지 유머레스크가 클래식과 관련된 용어인지도 몰랐기 때문에 제목을 외우기도 쉽지 않았는데 작품을 접한 다음에는 제목을 잊고 싶어도 쉽게 잊어지지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절한 사랑의 아픔을 담아내고 있다.

인상적인 바이올린 연주로 시작하는 영화의 시작은 그 시작과 함께 과거를 떠올리면서 진행되고 있는데, 주인공 폴이 어떻게 바이올린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그것에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는지를 빠른 진행으로 보여준 다음 그가 재능과 자신감은 충분하지만 세상물정은 잘 모르고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어서 보여준다.

1940년대의 작품인지 대공황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 시절의 힘겨움을 간간히 영화 속에 담아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시도가 적극적으로 영화에 끌어들여오지는 못하고 있고, 잠시 언급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우연하게 접한 상류층의 모임을 통해서 주인공 폴은 자신의 재능을 잠시 보여줄 수 있게 되고 그 재능의 빛냄으로 인해서 만나게 된 도도하고 날카로운 성격의 헬렌은 그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보고 그가 무대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언론의 호의적인 반응과 조금씩 성공으로 향하는 과정 속에서 폴과 헬렌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서로가 갖고 있는 강한 성격 덕분에 가까워지고 다투고를 반복하지만 서로에 대한 끌림 자체가 멈춰지게 만들지는 않게 된다.

그들의 끌림의 과정 속에서 영화는 여러 클래식 음악들을 통해서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과정을 좀 더 우아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혹은 그 감정의 떨림이 음악적인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내고 있고, 그런 연출은 무척 성공적인 것 같다.

클래식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라고는 하나 없는 나로서도 음악적인 느낌이 든다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니... 아마도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좀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로맨스 작품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는 클래식 음악을 잘 버무리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두 어울리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사랑에 집중을 하게 되고, 어머니의 조심스러운 충고와 그런 충고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정리되지 않는 사랑의 느낌을 연주회의 연주 속에서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표정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고, 그 끌림과 떨림, 긴장을 담아내는 방식과 연출은 왜 이 작품이 1940년대 로맨스 영화의 걸작이라고 평가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좀 더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폴과 헬렌은 주변의 반대와 충고에도 서로에게 다가감을 멈추지 않고 그렇게 서로가 하나가 되기 직전에 헬렌은 폴의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리고 이혼을 결심하는 과정과 그녀의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녀가 느끼는 사랑이 일시적이기만 한 감정이라는 것과 그녀가 바라는 사랑과는 다른 사랑이라는 것을 폴이 해줄 수 있는 사랑은 그녀에게는 상처가 될 것이라는 것을 듣게 되지만 이미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에 그녀는 그런 싸늘한 충고를 충고로서만 듣고 자신의 결심을 되돌리려고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의 결심에 흔들리게 되고 슬픔과 좌절 속에서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 선택에 대해서 지나치게 감정적인 혹은 감상적인 선택이라는 생각도 들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선택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녀로서는 너무나 뒤늦게 찾아온 사랑일지도 모르고 그 사랑이 엇갈림을 만들어낸 사랑일지라도 그리고 그녀의 대사처럼 자신을 쫓아내진 말아달라는 사랑에서 머물고 싶었을지는 몰라도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이 그렇게만 머물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더욱 다가가고 싶고 모든 것이 상관없지만 결국 모든 것이 상관있게 되기 때문에 그 혼란과 고민들 그리고 앞으로의 슬픔들을 미리 예감하며 그녀는 지금의 감정 속에서 머물기 위해서 죽음을 선택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자신의 솔직함으로 인해서 상처받던 마음을 이제야 보듬어줄 수 있는 혹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지만 그 만남이 결국 그녀가 원하는 방식의 안정을 바라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크나큰 슬픔은 충분히 공감되기도 하지만 그녀가 선택하는 결론에 대해서는 선뜻 공감은 하지만 동의하기까지 한다고는 말하기가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처음부터 폴의 인생에서 쫓아나지만 않는 사랑을 혹은 그를 사랑하니 어떤 것도 상관하지 않았으면 하기도 했지만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그리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이 쉽진 않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에 그저 그녀의 결심과 선택에 안타까움만 느껴지게 된다.

그런 사랑도 사랑이기 때문에

그런 사랑이야 말로 어쩌면 진짜 아픔만을 남기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저 그녀의 사랑에 슬퍼함을 함께 느끼게 될 뿐이다.

어떤 사람은 쉽게 사랑하고 쉽게 행복하지만

어떤 사람은 쉽게 사랑하지 못하고 쉽게 행복하게 되지 못한다.

누구의 인생도 쉽진 않지만...

때로는 하필이면 그렇게 엉킨 삶이 되어버렸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삶도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사랑과 슬픔을 담은 로맨스 영화에 불과하겠지만 그 단순한 담아냄 속에서 좀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다.

사랑은 항상 그렇게 수많은 생각을 가능하게 만든다.

참고 : 헬렌을 연기한 조안 크로포드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어쩐지 그녀의 얼굴이 이상할 정도로 기억에 남는 것 같아 확인해보니 ‘자니 기타’에 출연했던 바로 그녀였다. 한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주는 그녀인데, 이 작품에서 사랑의 다가옴과 떨림, 갈등, 슬픔을 정말 뛰어나게 연기하고 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이 이정도의 작품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