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악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40848455

누군지를 알아야 해

범인 앞에 서서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고 그 자가 맞는 걸 알아야 해

왜 당신이 해야 하지?

대체 왜?

아무도 안 하니까

데이빗 핀처의 ‘조디악’을 다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는 꽤 되었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조디악’은 보면서도 / 본 직후에도 무언가 놓친 것 같기도 했고 뭔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긴 한데, 정확하게는 뭣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면서도 미루고 있을 뿐이었고,

그렇게 미루다가 감독판까지 발표된 것을 알게 되어서 이왕이면 감독판도 발표가 되었으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까지도 했었지만 더욱 미뤄졌을 뿐이었다.

너무 미루다가는 더 이상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동안 미뤘던 작품들만 찾아보고 있는 요즘이라 이렇게 뒤늦게라도 찾아보게 되었고, 처음 접했을 당시에는 불만족스러우면서도 좋은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더 만족스러움만 커지게 되는 것 같다.

‘조디악’이 데이빗 핀처의 최고작은 아닐지라도 그의 역량을 잘 담아내고 있는 작품 중 하나로 꼽아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루하고 심심하다고 생각되었던 부분은 촘촘하고 짜임새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실제 사건에 관여된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으로 변하게 되었으며, 그들의 모습을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게 담아내면서 조디악 연쇄살인사건을 통해서 1970년대를 바라보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과연 데이빗 핀처가 무슨 의도에서 이 작품을 이런 방식으로 완성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접했을 때나 지금이나 ‘조디악’은 그의 과도기적 작품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이후의 그의 작품들을 생각해 본다면 일정하게 이 생각은 타당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데이빗 핀처의 작품 중 가장 복잡하게 구성된 작품이면서 가장 무기력한 결론 / 현실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기도 한 작품인 ‘조디악’은 1970년대를 담아내기를 넘어서 1970년대 그 자체의 작품을 의도하는 듯이 시작부터 그 당시의 제작사 로고를 보여주면서 작품을 시작하고 있다.

조디악의 연쇄살인 과정을 건조하면서도 느닷없이 보여주는 그러면서도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주는 시작과 함께 점차 도시로 향하는 조디악의 살인행각은 도시로 다가가는 조디악의 살인처럼 조금씩 관객들이 몰입하도록 만들고 있고, 긴장감이 이어지도록 의도하고 있다.

호숫가에서 벌이는 살인을 담아내는 장면에서의 건조함과 무덤덤함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공포감은 인상적이었고, 그 장면 이후에 담아내는 라디오를 통한 논쟁과 도시의 밤거리의 모습 그리고 택시에서의 살인으로 이어지는 우아하면서도 잔혹함을 동반한, 마치 여러 악기들을 잘 조율하고 연주하는 듯이 담아낸 장면은 여전히 감탄하게 만들고 있다. 그 장면 이후의 본격적인 이야기 진행은 그동안의 데이빗 핀처의 작품들에 비해서는 속도감이 덜하기는 하지만 하나씩 꿰어가면서 이 엉켜져 있고 흩어져 있기만 한 사건을 조금이라도 조각을 맞춰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영화를 통해서 다시금 풀어내고 맞춰가는 과정 속에서 실제 사건 속에서의 인물들을 바라보고 있고,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다.

데이빗 핀처는 이야기의 진행 속에서 그동안에 비해서는 자신의 장기나 재능을 마구 뽐내기 보다는 조금은 절제하고 아끼면서 / 작품에 맞춰가면서 이끌어가고 있는데, 그 때문인지 처음에는 뭔가 허전하고 심심한 기분이었지만 작품을 다시 보니 이런 방식의 진행이 좀 더 작품을 잘 꾸며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감하고 감각적인 꾸밈을 앞세우지 않고 조디악의 연쇄살인사건을 좀 더 가깝게 접근하도록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데이빗 핀처가 자신의 재능을 앞세우기 보다는 작품으로서의 완성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조디악’은 특이하게도 실제 사건에서 가장 외톨이였던 그리고 거리감을 갖고 외부에 존재하던 로버트가 점차 사건의 중심으로 향하게 접근하게 되고, 가장 많은 것을 알게 되어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기도 한데, 처음에는 가장 사건의 실체에 접근했던 기자 폴이 개인적인 문제(알콜중독)로 인해서 사건에서 벗어나게 되고, 형사 데이빗 토스키 또한 사건에 집착하지만 가까운 동료는 떠나게 되고 그 자신도 오해와 의심으로 인해서 사건을 잊으려고 하는데 끝까지 모든 것들을 알고자 했던 로버트만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게 되고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정황과 어느 정도의 타당한 설득으로 사건을 풀어내는 과정은 하나의 어지럽기만 한 퍼즐이 갑작스럽게 눈앞에서 맞춰지는 과정을 보게 되는 것 같은 놀라움을 경험하게 만든다.

데이빗 핀처는 그 과정을 마치 영화라는 조각을 통해서 맞춰가듯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해결되는 것 없이 점차 시간만 흐르고 있고, 그렇게 지쳐가게 되어가면서 잊어가는 사건이 어떤 집착 속에서 결국은 어떠한 결론을 만들어내게 되는지를 담고 있다.

데이빗 핀처가 ‘조디악’을 통해서 1970년대의 뭔가 엉망진창이었고 무엇에 홀린 것처럼 난장판이었던 시대를 바라보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무엇을 담아내려고 의도했는지는 몰라도 끝끝내 어지럽게 흩어져만 있던 조각들을 맞춰내면서 마치 조디악이 만들어낸 암호를 풀어내듯이 사건을 풀어내는 로버트의 외로운 성실함을 ‘조디악’은 담아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누구도 나서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가 나서게 되었다는 로버트의 대사처럼 ‘조디악’은 누구도 나서지 않는 익명의 세상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어떤 질문이고 대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시 한번 보게 되니 이전에는 놓쳤던 것들을 좀 더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고, 그렇기 때문인지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고 흥미를 느끼게 된다.

‘조디악’은 그동안 보았던 여러 영화들 중에서 꼭 한번 더 보고 싶은 작품들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뒤늦게 다시 보게 되기는 했지만 그리고 다시 보았어도 뭔가 많은 것들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만족스러움이 크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마음먹었던 것을 해냈다는 생각이 앞서기도 하다.

아직 ‘조디악’의 많은 것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놓치고 있다는 생각은 여전하기는 하지만 언젠가 한번 더 보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 모르고 지나친 것들을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참고 : ‘조디악’에 대한 이전 글을 잠시 대충이나마 읽어보니 어디서 저따위 글을 부끄러움도 모르고 게재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으로 뻔뻔하기도 하지만 분명 지금 게재하는 글 또한 마찬가지로 나중에는 당장 삭제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다. 글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 같다. 당시에는 모르지만 나중에는 민망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