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대중문화) - 여성포털이지데이

“삼합회의 차기 회장을 뽑는 모임이 열린다. 록과 따이디, 두 후보의 경합이 치열한 가운데 따이디는 뇌물을 뿌리며 회장이 되고자 노력하지만 현직 회장 텡의 제안으로 차기 회장은 록으로 결정된다. 이 결정을 수락하지 못한 따이디는 삼합회 멤버들에게 린치를 가하고 전통이 서린 용두 단장을 빼앗으려 하지만 결국 용두 단장은 록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2년 뒤 차기 회장이 되게 해주겠다는 록의 제안에 따이디는 회장 자리를 단념하고 록 밑에서 일하기로 한다. 록과 따이디 는 홍콩 침사추이 지역을 장악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어들이지만 결국 록은 호시탐탐 자리를 욕심내는 따이디를 낚시터에서 처치하고야 만다.”

복수 Vengeance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02878820

두기봉의 작품에는 관심이 있었는데도 게을러서인지 계속 미루기만 했었는데, ‘흑사회’는 그나마 접하기도 쉽고 그의 걸작 중 하나로 항상 꼽히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 정도는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보게 되었고, 역시나 그의 작품답게 무척 재미나게 보게 되었다.

최근에는 홍콩 영화들에 대해서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한때 많은 인기가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게 될 뿐이지만 여전히 홍콩은 흥미로운 공간이고 그곳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 중에서 인상적인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홍콩은 잊혀지고만 있는 곳이 아닌 지금도 중요한 공간인 것 같고, ‘흑사회’는 이런 생각에 대해서 쉽게 동의하도록 만드는 작품이다.

범죄조직 삼합회에 대해서는 간간히 뉴스를 통해서 접했을 뿐이고 중국과 홍콩, 좀 더 폭을 넓혀서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거대한 범죄 집단이라고만 알고 있을 뿐이라 ‘흑사회’에서 다뤄지는 삼합회의 모습이 얼마나 실제 삼합회의 모습과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작품 속에서의 모습이 현실에서의 모습과 어느 정도는 동일한 모습이 있다면 삼합회의 조직과 구성, 구조와 체계는 상명하복이라는 상하 관계가 분명하면서도 각각의 조직이 갖고 있는 개별적인 특성과 자율성도 있는 듯이 보여서 특이해 보였고, 삼합회가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로서도 그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 보다는 일정 정도는 그들을 인정하고 협상을 통해서 / 협상을 하도록 만들어서 안정을 추구해야만 한다는 모습은(일종의 중간관리자 혹은 협상을 유도하는 중재자의 모습에서)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지만 ‘흑사회’는 그런 내용들에 대해서 집중하지는 않고 있고 다른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흑사회’는 한편으로는 무협영화를 현대를 배경으로 만들어낸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범죄영화로 겉모양을 꾸민 (이상하게 들리긴 하겠지만) 정치에 대한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흑사회’의 시기적인 배경은 새로운 삼합회의 회장을 뽑는 시기이고, 회장 자리에 욕심이 있는 두 대조적인 성향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이끌어가고 있다.

각 조직을 대표하는 이들은 서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인물에 대해서 장점을 말하고 있고,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인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데, 그들의 주장과 논쟁을 통해서 삼합회라는 범죄조직이 과거나 현재나 범죄조직이기는 했지만 과거와는 다른 조직이 되어버렸고 그렇게 되어버린 이유 중 하나는 돈-금전적인 이유로 인해서 그렇게 되어버렸다고 한탄하는 모습은 그리고 그에 대한 일종의 대답처럼 간간히 주요 등장인물들의 대화들 중에서 가족으로서 혹은 조직으로서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항상 돈이 중심이라는 것을 빼놓지 않고 언급하고 있고 인정하고 있는 장면들에서는 ‘흑사회’가 단순한 범죄조직에 대한 작품이 아닌 뭔가 다른 것들도 담고자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흑사회’에서는 마치 무협영화를 보는 듯이 용주지팡이라는 회장의 권위를 상징하는 상징물을 뺏고 뺏는 과정을 박진감 있게 담아내고 있는데, 용주지팡이가 갖고 있는 상징성과 함께 그 상징물을 갖기 위해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은 삼합회의 조직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흑사회’가 갖고 있는 상부에서의 정치적인 선택과 은밀한 움직임과는 대비되는 육체적인 몸싸움과 칼부림과 피범벅이라는 현실의 폭력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흑사회’는 두 개의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하나는 범죄조직 우두머리들의 정치적인 그리고 각자의 이익이라는 계산속에서 선택하고 있는 (정치적인) 움직임이고, 다른 하나는 그 정치적인 선택으로 인해서 직접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조직원들의 목숨을 걸고 움직이는-실행하는 행동-폭력이다.

그 두 가지가 겹쳐지는 부분이 바로 용주지팡이를 중국 광주에서 홍콩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온갖 상황들인 것 같은데, 조직의 우두머리들은 경찰의 중재 속에서 조직들 간의 전쟁을 막기 위해서 최대한 협상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고, 그런 해결의 과정 속에서 용주지팡이를 둘러싼 뺏고 훔치고 전달하고 결국 정해진 주인에게 도착하는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회장의 자리에 오르는 록의 보이는 모습과는 다른 폭력과 어떠한 잔혹한 행동도 서슴없이 실행하는 모습에서 두 대비는 하나로 합쳐지고 있는데, 록은 그와 대조되는 거두와 함께 ‘흑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고 그의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은 삼합회라는 거대한 조직의 회장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어 보이지만 그런 온화함 뒤에 보이는 그의 섬뜩한 모습은 ‘흑사회’가 무엇을 담으려고 하고 있는지 좀 더 여러 생각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와 거두가 다른 조직의 우두머리를 함께 죽이는 장면과 함께 점점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었는지 서로 형제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하며 안심하도록 한 다음에 거두와 그의 아내를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장면은 너무 사실적이고 날것의 느낌이라 놀라운 장면이었던 것 같다.

일반적이라면 단순하게 총기로 죽이면서 간단하게 처리했을 것 같은 장면을(이상하게도 ‘흑사회’에서는 총싸움을 하는 장면이 일부러라도 등장하지 않는다. 모든 폭력은 육체적이고, 실제로 행하는 폭력이다) 잔혹함을 숨김없이 담아내고 있고, 그와 함께 그 잔혹함을 록의 아들이 놓치지 않고 바라보도록 만들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어떤 의도에서 그리고 어떤 의미로서 ‘흑사회’를 파악해야 할지를 고민하도록 만들기도 하고 있고, 모든 것이 끝난 다음에 시체를 매장하는 장면과 그런 뒤에 조용히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의 무덤덤한 모습에서 무엇을 이 작품에서 찾아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다.

단순한 범죄영화의 모양새이면서도,

무협영화와 정치영화의 이야기 구성을 담아내고 있고,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시키면서도 그걸 하나로 합쳐놓으면서도,

그 합쳐짐 이후에도 무언가를 담아내고 있기도 한 작품이었다.

흥미로우면서도 이걸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판단해야 할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별다른 생각하지 않고, 그저 무척 재미나고 흥미로운 작품이었다는 말만 하게 되겠지만...

여튼, 두기봉의 작품은 재미나면서도 단순히 재미만을 담고 있지는 않고 있다.

되도록 빨리 그의 ‘흑사회 2’와 ‘익사일’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참고 : 눈이 좋지가 않아서인지 그게 아니면 아직 한글을 깨우치지 못해서인지 두기봉을 두기붕으로 알고 있었다. 어쩐지... 잘 검색이 되질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