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대중문화) - 여성포털이지데이

“현직 의사인 감독은 의료 현장에서 단돈 몇 만원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을 만나며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비정한 현실을 카메라에 담기로 결심한다. 환자를 실적으로 여겨 의사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불필요한 과잉치료를 권하는 병원 시스템의 실체와 의료민영화를 위한 물밑작업에 여념이 없는 정부 관료들의 꼼수까지…온갖 위험이 난무하는 정글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의료계의 불편한 진실이 낱낱이 공개된다!”

식코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44129037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19575

다큐멘터리 ‘하얀 정글’은 어쩔 수 없이 마이클 무어의 ‘식코’와 비교될 수밖에 없고, 그건 피할 수 없는 비교대상일 것 같다.

따라붙는 작품이 지나칠 정도로 이름 높은 작품이라 조금은 불편한 비교이기는 하겠지만 그런 비교를 통해서 ‘하얀 정글’이 얼마나 후진 작품인지를 따지는 것은 아닐 것이니 아주 불만을 갖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만, ‘식코’와는 조금은 다른 입장과 시각 속에서 ‘하얀 정글’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는 것도 잊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식코’는 마이클 무어라는 미국 사회의 비판자 혹은 관찰자의 입장 속에서 미국의 의료사업과 공공의료에 대한 문제제기로 볼 수 있을 것이고, ‘하얀 정글’은 실제로 의사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의료제도와 의료사업 내에서 그 영역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고민과 불편함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현재 한국의 의료제도와 시스템-구조가 얼마나 엉성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엇비슷한 입장이고 비슷한 관점이기는 하지만 조금은 다른 입장과 관점 그리고 미국과 한국 사회라는 차이에 대해서도 분명 알고 있으면서 이 작품을 접해야 할 것 같다.

다큐멘터리는 영화이면서도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단순한 비교로서 평가를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적절하지 않은 방식의 접근일 것 같다.

‘하얀 정글’에 대해 이런 저런 좋은 점들과 어느 정도의 부족한 점들에 대한 평가는 이미 많이 있었고, 충분히 그런 긍정과 부정적인 점들에 대해서 동의를 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에 반복해서 같은 얘기를 꺼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부족함 속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는 노력에 우선은 박수를 보내고 현재의 의료제도의 한계와 공공성을 강화하기 보다는 이윤추구에 기를 쓰고 달려들고 있는 내용과 일상 속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노출되어 있는 의료광고에 대한 지적은 분명 알고 있었으면서도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려주고 있다는 점은 익숙하면서도 정작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알게 만들어준다는 목적을 잘 이뤄냈지만 ‘하얀 정글’ 내에서 다뤄지는 대부분의 의료 사례들은 지나칠 정도로 특이한 경우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들이 접한다면 그들에게 닥친 불행에 안타까워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공공성을 좀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지는 않을 수 있을 여지가 있어 보이기도 하다. 일종의 그들에 닥친 불행은 슬픈 일이지만 그 불행이 내게는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 속에서 사람들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좀 더 현재의 의료제도 속에서의 시장주의와 이윤추구에 대한 문제점들을 그리고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논의를 진행했다면 더 좋은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작품 속에서의 등장하는 의사들이 얼마나 개인적인 연민 속에서 혹은 고민들 속에서 의료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기도 했기 때문에 실제 의료영역 속에서의 그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고민들을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자괴감 속에서의 의사들과

결국은 조직의 논리를 혹은 돈의 논리를 받아들이게 된 이들의 모습들에서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좀 더 논의가 진행이 되었으면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작품이 순전히 개인적인 의미에서 시작하고 그렇기 때문에 감독의 주변 인물들에게 각자의 생각들을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데 좀 더 관심을 기울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보다 구체적이고 계획성 있게 작품을 진행했는지에 대해서 의문스럽기 때문에 완성도에서 미흡함이 생길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의 의료보험제도의 허점들과 본인부담금 문제, 없고 부족한 이들이 느끼는 의료기관에 대한 어려움과 난처함을 담아내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이들도 언급하듯이 그 어려움이 스스로가 만들어낸 어려움인지 아니면 의료기관과 제도가 만들어낸 어려움인지에 대해서 어떤 결론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확실하게 정하지 못하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동안 거의 다루는 이들이 없었던 의료제도와 공공성에 관한 문제를 당차게 제기를 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고, 일종의 내부자의 입장에서 병원과 제약회사가 어떻게 서로가 서로에게 엉겨 붙어 있는지를, 박정희 시대에 만들어진 의료보험제도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칭송하듯 말하지만 그 태생적인 한계가 어떤지에 대해서도 간단하게라도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모르는 것들을 많이 알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칭찬할 점들이 많기도 한 것 같다.

자료를 구하는데 한계가 있어서인지 관련 영상들이나 몇몇 장면들은 조악-조잡하기도 하지만 ‘하얀 정글’을 통해서 어떻게 본다면 다큐멘터리 작품이 얼마나 생각보다 어려움 속에서 만들게 되는지와 일반영화에 비해서 작품을 구성하고 완성하는 과정 속에서 어떤 난관과 어려움들이 있는지를 솔직한 의미로 알 수 있게 되는 작품이기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큐멘터리가 그저 카메라와 장비를 들고 무언가를 찍으면 그냥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하얀 정글’의 아쉬운 점들과 부족한 점들이 얼마나 채워 넣기가 어려운 점들이고 많은 고민과 공을 들여야 채울 수 있는지를 깨닫게 만들기도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