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목소리 오정세)’은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목소리 양익준)’을 찾아 나선다. 소설가가 되지 못해 자서전 대필작가로 근근히 먹고 사는 종석은 15년 만에 찾아온 경민의 방문에 당황한다. 경민은 무시당하고 짓밟혀　지우고 싶었던　중학교 시절과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철이(목소리 김혜나)' 이야기를 종석에게 꺼낸다. 그리고 경민은 학창시절의 교정으로 종석을 이끌어, 15년 전 그날의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려 하는데...”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19361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19360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19292

이곳은 얼음처럼 차가운 아스팔트와

그보다 더 차가운 육신이 뒹구는 세상이다

‘돼지의 왕’에 대한 놀라움으로 가득한 평가들을 접할 때마다 얼마나 대단한 작품일지 궁금했는데, 실제로 접해보니 그런 환호에 가까운 만장일치의 평가가 당연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돼지의 왕’은 잔혹하고 처참하다.

힘이 넘치고 그 힘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잃지 않고 있다.

작품 속에서의 등장인물들처럼 그때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한 사람들은 이 작품에 대해서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때 그 시절이 끔찍하고 괴롭기만 했던 사람이기 때문인지 이 작품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섭기만 한-지독하기만 한 진실을 고통스럽게 외치려고 하는 듯이 느껴진다.

‘돼지의 왕’은 회상을 하는 두 주인공의 기억들이 중심을 이루기는 하지만 그 기억들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만이 있으며 그것들을 기억해 내면서 그들은 오랜 기간 잊고 싶었지만 잊을 수 없던 사건들을 하나씩 꺼내게 된다.

그리고 그 꺼내게 되는 그들의 고통스런 기억들 중 가장 기억하기 싫은 진실을 마지막에서야 꺼내게 되고 그 진실을 통해서 그들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우리들에게 질문한다.

작품 속에서 꺼내지는 기억들은 잔혹하기만 하다.

과연 저런 일들이 있었을지 의문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은 극단화 시켰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도 그런 공간에서 있어봤기 때문에 ‘돼지의 왕’이 만들고 있는 학교 안에서의 계급-신분에 따른 구분과 행동은 끔찍했던 기억들을 다시금 생각나도록 만들고 있다.

먹는 자와 먹이가 되는 자라는 사회 구조의 은유로서 이해되는 ‘돼지의 왕’은 단순히 과거를 막연하게 다루기보다는 그 과거가 어떻게 지금으로 이어지는지를 그리고 그 벗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에서 우리들은 엉망으로 엮여져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이미 ‘돼지의 왕’을 너무나 잘 설명하고 있는 여러 글들이 있어서 더 이상 뭐라 말할 내용도 특별히 없기는 하지만 살벌하고 지독한 현실을 정직하게 담아내고 있고, 폭력적이기만 한 그리고 결국은 그 세계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에 대해서 ‘돼지의 왕’은 보는 내내 괴로움을 느끼게 만들면서도 그걸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작품 속에서는 두 명의 우상이 등장하고 있다.

한명은 우상이었지만 우상이 되기보다는 그저 현실을 순응하며 받아들이는 인물이고,

다른 한명은 우상이기 보다는 하나의 일탈된 존재로서 이해되지만 그 또한 결국에는 현실에 어느 정도 수긍을 하려고 한다.

‘돼지의 왕’이 특별한 점은 바로 후자의 인물이 결국은 현실을 받아들이려 하는 순간 그것에 대해서 돼지라고 자학하듯이 자신들을 비웃는 가장 밑바닥에 존재하는 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과감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한명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상이 우상으로서 존재하도록 의도하고 있고,

다른 한명은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회피를 하려고 하고 있다.

둘 다 적절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선택이 틀렸다고 단정을 지을 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괴롭고 부당함에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말 그대로 돼지로서의 삶에 대해서 그 부당함을 외치고 싶어도 외칠 수 없었던 그들의 삶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애매한 판단을 하는 것 같고, 그런 그들의 딱한 삶에 대해서 그 부당함에 대해서 부당함을 (약간은 삐뚤어진 방식으로) 말하려고 했던 이가 그들의 우상으로서 그대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이해될 것 같기도 하기 때문에 그들의 선택을 그리고 그들의 행동을 옹호하지는 못하지만 비난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여하튼, ‘돼지의 왕’은 비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잔혹한 과거를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우리들의 지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만들고 있다. 우리들이 그저 순응하고 받아들이면서 굴욕을 굴욕으로 생각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합리화 시키면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한번쯤은 그런 생각을 달리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진심 속에서 완성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단순히 악을 악으로써 대항하는 것이 아닌 좀 더 다른 방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되기도 하지만 ‘돼지의 왕’은 그런 방식으로까지 접근하지는 않고 있는데, 그런 점이 아쉽다고는 생각되지 않게 되기도 하다. 어째서냐면 그런 삶은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없는 삶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전혀 다른 방식의 삶은 하나의 본보기로서의 삶이 아닌 말 그대로 자신의 선택으로서만이 가능한 스스로가 만들어 갈 수밖에 없는 삶이기 때문에 어쩌다보니 나이가 먹게 되었고 어쩌다보니 지금의 내가 되어버리는 삶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허튼 소리이거나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이라 논의의 대상으로서 생각되기는 아직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

그저 조금씩 더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들의 삶처럼 저주하듯이 살아가는 것이 아닌 좀 더 자신의 삶을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되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

일종의 운명애,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가는 삶이 되어가기를 바라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우상으로서

누군가의 삶을 본보기로서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삶을 그것을 그대로 바라보고 개척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우선은 내 자신부터 그래야만 할 것이다.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을 조금이라고 해보기는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