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대중문화) - 여성포털이지데이

“이와이 슌지가 제작했다. 청소년들의 러브스토리이다. 감독은 텔레비전 드라마의 각본가로 유명한 기타가와 에리코다. 풋풋한 사랑을 보고픈 이들에게 이렇게 매력적인 조합이 더 있을까? 이제 시작한 연애커플이 대학진학을 계기로 이별을 생각한다. 아름다운 촬영과 생생한 연기가 흔들리며 고민하는 이들의 심리를 투명하게 전한다.”

사람에 따라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개나 줘야 하는 개밥에 불과하기도, 그것만이 삶의 유일한 이유가 될 정도로 다양함을 만들어내지만 누구나 사랑이라는 감정이 갖고 있는 삶에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지간하면) 인정하려고 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수많은 방식으로 사랑을 경험하기를 그리고 그것을 반복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이와의 설렘과 복잡한 심경으로 가득한 두근거림에 관한 영화인 ‘하프웨이’는 풋풋함으로 가득한 작품일 것이고, 이런 방식의 작품을 꾸준히 좋아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1시간 25분일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허전하고 심심하기만 한 1시간 25분의 시간 낭비일 것이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진행과 결말을 보이고 있는 ‘하프웨이’는 그동안 좋아하고는 있었지만 고백하지 못했던 마음을 우연히(실수로) 고백하게 되면서 소년과 소녀는 가까워지게 되고, 그들이 가까워지면서 알게 되는 주변사람들과 그들이 함께하는 여러 모습들을 근접 촬영을 하듯이 사실적으로 찍어내고 있다. 사실적인 느낌을 최대한 강조하기 위해서 카메라는 쉬지 않고 흔들거리며 들고 찍고 있는데, 이와 같은 방식이 사실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고 마치 친구들이 그들의 모습을 캠코더로 남긴 자료를 편집한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효과가 얼마나 작품을 이와 같은 분위기의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뜻하지 않은 고백을 통해서 가까워진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호감이 깊어지는 과정에서 알게 된 소년의 진로(대학) 선택에 충격을 받은 소녀가 느끼는 당황스러움과 배신감 그리고 소년이 소녀를 위해서 자신의 꿈을 멈추는 과정과 함께 그로 인한 소녀의 기쁨과 불안감을 영화는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보다는 따뜻하고 유머 있게 전달하고 있다.

좋게 받아들이든 나쁘게 받아들이든 만화적인 느낌이 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프웨이’는 장난스러움과 혼란스러움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고,

그 혼란스러움과 어지러움을 화면은 흔들거리면서 놓치지 않고 담아내려고 하고 있다.

마치 현기증으로 어지러워하는 소녀의 모습처럼

강가로 곤두박질치면서도 기쁨에 겨워 웃음을 멈추지 않는 소녀의 모습처럼...

결국 소년의 꿈을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믿으며 이 짧은 소동은 끝맺고 있고, 그 끝나지 않은 ‘진행 중’의 상황에서 영화는 마무리 된다.

어떻게 그들의 선택이 결론지어질지는 모른다.

누구도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그들의 선택이 올바른 선택이기를 바라고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이라는 것이 올바른 선택과 진심인 선택이 다를 때가 있고, 그렇게 다를 때야 말로 사람의 마음은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기 힘들게 된다. 그 선택이 올바른 선택인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소년이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소녀의 진심처럼 말이다.

때로는 그저 진심을 따르는 것이 올바른 선택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진심을 따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그리고... 그 진심을 따르지 않은 선택을 했을 때 사람은 평생 후회를 하며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진심을 따르지 않은 선택이 올바른 선택일지라도 말이다.

그 씁쓸함을

그리고 혼란스러움을 ‘하프웨이’는 담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는 이 영화를 본 사람은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허전하기만 한 느낌이 드는 영화지만 그래도 그런 복잡함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에는 성공한 것 같다.

참고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본에서 제작되는 이와 같은 성향(일종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의 작품들의 배경은 대부분 도쿄가 아닌 지방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마도 도쿄라는 공간에서는 풋풋함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는 않을까? 순수함을 담기에는 도쿄는 지나칠 정도로 더럽혀진 곳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