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감독 잭 카디프에 관한 다큐”

영화라는 예술형식에 있어서 촬영감독의 위치는 애매함으로 느껴질 것이다.

감독과 같이 전체를 아우르고 방향을 제시하거나 철학 혹은 의미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아니고, 배우와 같이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아닌 그 사이에 있는 어중간한 느낌이 들 것이고, 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혹은 감각을 보여준다고 해도 그것을 알아주는 이들은 극소수이거나 무척이나 예민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존재감은 무척이나 중요하면서도 극히 부분적으로만 다뤄지고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이 영화를 만들어내는데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쉽게 중요성을 잊게 되는 촬영감독에 관한 다큐멘터리인 ‘카메라맨 - 잭 카디프의 삶과 일’은 영화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또는 알고 있지는 못했더라도 그가 참여한 작품들은 알고 있을 잭 카디프에 관한 짧은 헌정이다.

그가 2009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일종의 추모적인 성향도 있는 작품인 것 같은데, 사망 전에 제작된 것인지 아니면 사망 후에 제작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인터뷰들을 중심으로 그와 작업한 다양한 감독들과 배우들에 대한 짧은 소감 그리고 그가 작품을 통해서 담고자 했던 혹은 표현하고자 했던 화면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다루면서 그가 어떤 화면을 만들어내려고 했는지와 그렇게 만들려고 했던 화면들이 어떤 이들의 영향 아래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솔직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와 함께 작업을 했던 몇몇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좀 더 다채롭게 그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하고는 있지만 크게 인상적인 인터뷰는 없었고, 오히려 탁월한 감독이자 영화광인 마틴 스콜세지의 예리한 분석과 해박한 지식이 그에 대해서 그리고 그가 참여한 영화에 대해서 보다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마틴 스콜세지의 공이 가장 큰 것 같다.

짧은 상영시간으로 인해서인지 잭 카디프가 참여한 대표적인 작품 몇 가지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을 뿐이지 그에 대해서 보다 깊이 있게 다루지는 못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평면적으로만 느껴지게 될 뿐인 것 같다.

그와 작업한 감독들과 배우들과의 몇몇 일화들이 생각보다 비중 있게 다뤄지면서 잭 카디프보다 그들에 대한 비화들을 다루는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잭 카디프와의 인터뷰 내용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는지 아쉬운 느낌이 많은 작품이었다.

그가 더욱 멋지고 아름다운 화면을 그리고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어떤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았는지에 대한 내용도 두드러지게 다루지 않고 있고, 영화의 기술적 변화들 속에서 촬영감독으로서 어떤 고민과 변화에 적응해야만 했는지에 대해서도 별도로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의 전성기 시절에 대한 짧은 회고만으로 이뤄진 작품으로 느껴지게 된다.

촬영감독의 어중간한 위치처럼 이 작품도 어중간한 느낌만 들 뿐이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부각시키는데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는 느낌이었다.

아쉬울 뿐이다.

그처럼 탁월한 촬영감독에 관한 작품임에도 이정도로 얼버무리고 있을 뿐이니...

대가의 여유로움과 회고에 대해서 매우 부족함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참고 : 1. 마틴 스콜세지는 특수효과의 발달로 인해서 영상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진실성이 많이 부족해졌다며 무척이나 아쉽다는 듯이 말하고 있고, 잭 카디프도 지금은 작업 환경이 많이 달려졌다고 말하며 비슷한 아쉬움을 말하고 있지만, 오히려 잭 카디프는 그런 변화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다는 느낌도 들었다. 흑백영화부터 특수효과로 떡칠한 영화까지 온갖 영화들을 다 경험해보았기 때문인지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2. 잭 카디프는 미술가들 중에서 터너와 베르메르, 고흐를 언급하고 있다. 그들의 작품들을 떠올리며 그가 만들어낸 화면들과 비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