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사는 노부부 톰과 제리는 소박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과거의 잘못된 선택과 그로 이한 상처로 힘들어하는 제리의 직장동료 메리, 퇴직을 앞두고 삶의 기쁨을 찾지 못하는 톰의 친구 켄 등 부부는 주위의 가족과 친구들의 외로움과 슬픔, 기쁨과 행복을 함께하는 벗이 되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 조이가 여자 친구 케이티를 소개하는 자리에 갑자기 메리가 찾아오고, 그녀는 그간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데...”

삶에 대한 무의미함과 무기력함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중년의 여성이 등장하면서 시작하고 있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가족의 모습을 바라보며 삶에 대한 무의미함과 무기력함에 빠진 여성의 모습을 바라보며 작품을 끝맺고 있는 마이크 리의 ‘세상의 모든 계절’은 낭만적인 제목처럼 낭만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삶에 대해서 그리고 인생에 대해서 조금은 관조하고 조금은 되돌아보게 만드는 영국식 티타임과 같은 느낌의 작품이다.

우울함으로 가득한 표정으로 삶에서 어떠한 재미도 행복감도 느끼지 못해 잠을 못 이루는 중년의 여성을 상담하는 상담사 제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항상 어수선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제리의 친구 메리와 제리의 남편인 지질학자 톰 그리고 톰의 친구 켄과 톰과 제리의 하나뿐인 아들인 조이까지 등장인물들은 한명씩 늘어나고 있고, 그들의 이야기는 조금씩 확장되고 있다.

늙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늙어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는 작품이지만,

삶에 대한 만족과 행복이라는 것의 달콤함과 씁쓸함,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것에 대해서 보여주기도 하는 작품인 ‘세상의 모든 계절’은 작품을 사계절로 나누고 있고, 겨울의 싸늘함과 회색빛을 비춰주며 작품을 끝맺고 있다.

따스한 분위기가 감도는 작품이지만 그 따스함 속에서 냉정함 또한 잃지 않고 있는 작품이기도 한데, 이런 느낌은 실수를 한 메리에게 여전히 따뜻하게 그리고 정중하게 대하지만 차갑게 바라보고 있는 제리의 모습과도 같은 느낌인 것 같다.

한명씩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이 풀어놓는 자신만의 고민들은 영화적인 재미를 안겨주기 보다는 우리들의 일상적인 고민들과 큰 차이를 안겨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고민들을 들으며 우리는 우리들의 고민들을 그리고 삶을 떠올리게 된다.

은퇴의 시기를 놓치고 주변의 친구들도 다들 떠나서 외로움에 빠진 켄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고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환멸하지만 자신도 그 젊은이들 중 한명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지만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만 하고 있는 메리는 기복이 심한 감정과 외로움에 괴로워 하지만 어떻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를 막막해 하고 있고, 그렇게 막막함으로 삶을 허비한다.

아내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한 충격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막막하게 생각하는 톰의 형은 그 혼란스러움에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즐거움 속에 대화를 나누는 동생의 가족들 앞에서도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다.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이들의 모습과 함께

삶에 만족하며 지내는 톰과 제리 그리고 그들의 아들인 조이의 모습은 대비되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그들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들의 삶도 놓여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힘겨운 이들을 감싸 안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행복의 여유를 누리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질투심도 느끼게 되지만 불평하지 않고 주변을 챙기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호감을 갖게 되기도 하다.

정답 없는 삶에 대해서 어떠한 정답을 알려주기 보다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과

조금은 뒤쳐진 혹은 무언가 풀리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이의 모습도 보여주면서

그 모든 것이 부질없기도 하다는 모습의 혼란스러움에 어쩔 줄을 모르는 이의 모습까지 담아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계절’은 교훈을 던지는 것도 아니고 정답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막막함으로 살아가고만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안도감을 갖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함께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