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저 제이슨 피어스가 ‘스피리추얼라이즈드’ 이전에 활동하던 밴드였다는 식으로 가볍게 다뤄지는 ‘스페이스 맨 3’이지만 그들의 정규 앨범을 그리고 정규 앨범 이외의 앨범들을 접해본 사람들은 ‘스페이스 맨 3’를 그렇게 가볍게만 다룰 수 없는 밴드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스페이스 맨 3’의 음악만 놓고 보더라도 그들의 음악을 통해서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데, 성긴 느낌의 기타 사운드와 반복적이면서 최면을 거는 느낌의 멜로디 그리고 웅얼거리듯이 목소리를 내는 보컬은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음악을 접해본 사람들로서는 익숙한 방식으로 생각되겠지만 ‘스페이스맨 3’는 그보다는 조금은 허전한 느낌이 감돌면서 다른 분위기를 그리고 느낌을 안겨주고 있다.
시끄럽고 혼란스러운데도 맥빠진 느낌은 안겨준다고 해야 할까?
스리피추얼라이즈드의 초기 음악과는 일정부분 유사하기는 하지만 후기의 감정을 고양시키고 절정으로 향하게 되는 성향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보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영향 아래 있다는 느낌이 드는 곡들도 있고, 포스트 펑크의 영향도 느껴지면서 아직은 자신들만의 것을 들려주면서도 영향을 받은 것들도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는 (뻔하디 뻔한) 말을 하게 만들고 있고, 후기 앨범들에서는 멤버들의 갈등으로 인해서인지 뭔가가 부족하다는 기분을 갖게도 만드는데, 그 뭔가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지적하지 못하기 때문에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어쩐지 시원하지 않은 느낌이 항상 있기 때문에 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환각이 혹은 싸이키델리아가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는 말로 결론을 내리게 될 뿐이다.
그저 제이슨 피어스의 역량이 조금은 덜 영글었기 때문이라는 성급한 결론으로 향하게 된다.
워낙 골수팬들이 많은지 꾸준히 LP로 재발매 되고 있는 그들의 앨범들인데,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호평을 받은 정규앨범들 보다 데모 모음집과 같은 ‘Taking Drugs to Make Music to Take Drugs To’ 앨범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항상 그렇듯이... 다른 사람들이 선호와는 조금은 다른 것 같다.
제이슨 피어스와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팬들이라면 이미 스페이스 맨 3의 음악을 접해보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기타로 만들어내는 노이즈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면 찾아 들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