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39년,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를 포기한 형 때문에 본의 아니게 왕위에 오른 버티. 권력과 명예, 모든 것을 다 가진 그에게도 두려운 것이 있었으니 바로 마.이.크! 그는 사람들 앞에 서면 "더더더..." 말을 더듬는 콤플렉스를 가졌던 것! 국왕의 자리가 버겁기만 한 버티와 그를 지켜보는 아내 엘리자베스 왕비, 그리고 국민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 게다가 지금 세계는 2차 세계 대전중! 불안한 정세 속 새로운 지도자를 간절히 원하는 국민들을 위해 버티는 아내의 소개로 괴짜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를 만나게 되고, 삐걱거리는 첫 만남 이후 둘은 기상천외한 치료법을 통해 말더듬증 극복에 도전하게 되는데…”

2011년 아카데미의 선택은 예상과는 달리 ‘킹스 스피치’였고(혹은 예상대로 ‘소셜 네트워크’를 선택하지 않았고), 이 작품에 대해서 별다른 정보를 접하지 못한 대부분의 (나와 같은) 사람들은 ‘킹스 스피치’가 매년 만나게 되는 아카데미용 작품이라고 쉽게 예상하게 될 것이고, 실제로도 예상대로인 작품이기는 했지만 생각보다는 다양한 흥미를 찾아내게 되기도 하는 작품인 것 같다.

즉, 그동안의 아카데미용 작품들에 비해서는 다른 느낌이 있기는 하다. 물론, 그것이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런 말이 비판적으로 들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비난을 하기 위해서 꺼내게 되는 말은 아닌데, 고리타분한 아카데미 회원들이 좋아할 요소들이 듬뿍 담겨 있고 그런 요소들이 가득하면서도 그것 외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요소들 또한 채워져 있다는 뜻이 그렇게 비난하려고 하는 소리로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게 칭찬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이지도 않겠지만...

보여주려고 하는 부분만을 보지 말고 조금은 다른 것들도 보게 된다면 꽤 근사한 작품인 것 같다.

2차 세계 대전 직전의 혼란기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킹스 스피치’는 말을 더듬는 콤플렉스를 가진 버티(조지 6세)가 어떻게 자신이 갖고 있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지와 함께 언어 치료사 로그와 갖게 되는 우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작품의 중심 이야기는 말을 더듬는 문제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일반인인 언어 치료사 로그와 왕족인 버티가 전혀 다른 성격인 그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우정을 맺게 되는지를 다루고 있고, 그렇게 우정을 맺게 되고 말 더듬증을 치료하는 과정을 통해서 그동안 갖고 있었던 버티의 마음 속 응어리들(어린 시절에 겪었던 괴로움과 아버지에 대한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 형제들의 놀림으로 인한 정신적인 위축, 위기의 시대에 대중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 등)을 털어내고 위대한 지도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이런 과정을 감독인 톰 후퍼는 짜임새 있게 진행시키고 있는데, 처음 연설을 하면서 버티가 얼마나 부담을 갖고 있는지와 실제 연설을 하면서 그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시작과 함께 어떤 과정을 거쳐서 로그와 버티가 만나게 되는지 그리고 전혀 어울리지 않던 그들이 어떻게 가까워지고 서로를 이해하며 우정을 갖게 되는지를 전형적이면서도 부족함 없이 담아내고 있다.

빼어나다면 빼어날 것이고,

흠잡을 곳 없이 잘 채우고 있다고 칭찬하고만 싶어진다.

마치 빈틈없이 차려입은 콜린 퍼스의 영화 속 모습처럼.

영화는 세밀하게 영국식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고,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서의 각각의 등장인물들을 (마치 인물화 / 풍경화처럼) 배치되고 있는데, 간간히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과 위트 있는 대사들은 그리고 발음들은 진지하게만 작품을 이끌어가지 않고, 적당하게 다뤄지는 갈등(아버지와 아들, 형과 동생, 로그와 버티)과 그리고 역사 속 비화들은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관객들은 보다 흥미롭게 작품을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

왕은 그저 상징적인 존재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그 상징성이 갖고 있는 중요성으로 인해서 다뤄지고 있는 부분적인 갈등요소들은 간단하게만 다루고 있지만 생각 이상의 흥미를 갖도록 만들고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영화에서 마지막 부분에서 다뤄지고 있는 독일에 대한 선전포고(이는 2차 세계 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과도 같은 상징성을 갖는다)와 같은 성격을 갖는 대중들에게 행하는 첫 번째 연설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생각나게 될 것 같은데, 마지막을 화려하게 만드는 우아함으로 가득한 연설 장면은 마치 멋진 교향곡 연주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뛰어난 연출과 연기 그리고 장면들이었고, 그 장면 속에서 대중들이 연설에 어떻게 설득되는지를 그리고 힘을 얻게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잘 담아내고 있고, 그 장면들이 성공적으로 담아지면서 이 작품의 우아함은 완성되는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연출과 멋진 각본에 배우들이 더해주는 기막힌 연기는 안정적인 작품이 더욱 기품 있는 작품이 되도록 만들고 있는데, 점점 더 자신이 얼마나 재능 있는 배우인지를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인지를 콜린 퍼스는 확인시켜주고 있고, 부드럽게 그의 연기를 받아주고 있고 거기에 작품에 활력을 더하게 하고 있는 제프리 러쉬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는 말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주된 이야기 흐름과 요소들 보다는 작품에서 비중 있게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보다 흥미로운 부분들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첫 번째는 언어 치료사인 로그가 항상 연극배우가 되기를 꿈꾸지만 그것 이루지 못하는 좌절을 보여주는 부분인데, 그는 언어 치료사라는 직업에 만족하지 않고 연극배우가 되기를 바라는 것 같고, 이는 보다 왕다운 왕이 되기를 바라는 버티의 모습과 겹치면서 둘의 관계를 보다 친밀하게 만들려고 하고는 있지만 그다지 비중 있게 혹은 설득력을 갖도록 진행되지는 않는 것 같다. 간단한 언급 혹은 로그가 입체감을 갖도록 하는데 그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로그와 버티가 일반인과 왕이라는 존재에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 관계가 변화되는 과정을 그리고 상황에 따라 그 변화되는 모습을 세밀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

두 번째로는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왕이라는 상징적 존재의 연설’이다. 버티가 투덜거리며 말하듯이 아무런 실질적인 권력이 없음에도 대중들은 왕이라는 존재에 큰 의미를 두고 있고, 그들이 갖고 있는 의미를 구체화하는 왕의 연설은 더욱 중요함을 더하게 된다.

이 연설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왕이라는 상징적 지배자와 지배받는 자들인 대중들이 긴밀함을 더하게 되고 관계는 맺어지게 된다. 그리고 연설을 통해서 대중들은 지배자의 언어에 집중하게 되고 이는 미디어를 통해서 더욱 확산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부분을 감동적으로 만드는 영화적인 연출에만 집중하고 있지 문제의식에 사로잡히지는 않는다.

세 번째로는 로그가 언어 치료를 하는 방법인데, 그가 사용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정신분석적인 요소가 많은데, 로그와 만나기 이전에 행하는 언어 치료 방법들과는 달리 보다 심리적이고 내면적인 방식으로 언어를 치료하는 로그의 방식은 정신분석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무척이나 유사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고, 흥미로운 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미디어가 갖고 있는 중요성을 언급하게 되는데, 수많은 장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확성기와 라디오를 통해서 연설을 듣게 됨으로써 말하는 존재에 종속되고, 그 (지배자의) 언어에 설득된다는...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권력의 입장에 맞춰지게 된다는 점을 ‘킹스 스피치’에서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고 있고, 왕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그저 배우와 같은 존재처럼 보여주는 존재가 되어버렸고, 대중들에게 보여지게 되는 존재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점에 대해서도 간단한 대사로서만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킹스 스피치’는 지금과 같이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2차 세계 대전의 혼란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독려한 조지 6세와 같은 존재가 등장해주기를 혹은 그처럼 자신이 갖고 있던 콤플렉스 / 부담감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불안감에 빠진 자신들을 독려해줄 수 있는 존재가 등장하거나 지금의 지도자들이 그런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부담감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 부담감을 이겨내고 자신이 갖고 있는 콤플렉스도 이겨내며 혼란의 시기를 이겨낼 수 있게 응원하는 조지 6세의 모습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지도자의 모습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호감이 크면서도 불만 또한 큰 이유는 이처럼 다양하게 뻗어나갈 수 있고, 흥미로운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도 그저 아카데미용으로만 작품을 꾸미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좀 더 다뤘으면 하는 부분들을 그리고 언급들을 상세하게 다루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각시키려고도 하지 않고 지나치듯 다뤄지기만 하고 있어서 갖게 되는 아쉬움 때문인 것 같다.

‘킹스 스피치’는 이처럼 기본적으로는 좋은 작품이지만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는, 그리고 더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걸작이 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참고 : 사랑을 위해서 왕이 되기를 거부하는 윈저 공작(버티의 형)에 대한 작품 속 묘사는 지금까지의 낭만적인 모습만을 부각시켰던 일반적인 방식과는 달리 그들의 무책임한 모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시대적 변화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에 대한 평가가 좀 더 객관적이게 되었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