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절친한 친구가 성장하여 하나는 유명한 갱이, 하나는 신부가 되는데 신부는 뒷골목의 불량 청소년들을 선도하려고 애쓰지만 갱이 된 친구를 소년들이 우상으로 생각하고 그를 따르기 때문에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다가 갱 친구는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신부는 그를 찾아가서 부탁한다. 아이들이 너를 우상으로 받드는 이상에는 그애들도 자라서 너처럼 될것이라고. 그러니 죽을때 제발 비겁하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죽어달라고 부탁한다. 친구는 자기는 그렇게 죽을 수 없다며 거절한다. 사형집행의 날. 가스실에 들어간 그는 마침내 제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다. 그는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그 사실이 보도되자 자신들의 영웅이 비겁하게 죽어갔다는 것을 안 소년들은 마침내 신부의 품으로 돌아온다.
1930년대에 워너 브라더스가 제작한 여러 갱스터/범죄 멜로드라마를 대표하는 영화들 중 하나인 이 영화는 제임스 캐그니와 팻 오브라이언이 앙상블을 이뤄 연기한 수많은 영화들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를 통해 캐그니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지명되었으며, 그 외에도 이 영화는 최우수 감독상(마이클 커티즈), 최우수 각본상(롤랜드 브라운) 등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제임스 캐그니의 강렬한 연기가 인상적인(물론, 제임스 캐그니가 강렬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 적이 없기는 하지만) ‘더러운 얼굴의 천사’는 전형적인 갱스터 영화이면서도 교훈성을 강조하는 조금은 독특한 성향의 작품이다.
물론, 제임스 캐그니의 또다른 대표작 중 하나인 ‘공공의 적’에서도 결말 부분에서 하나의 교훈을 던지며 작품을 마무리 짓기는 했지만 그것을 교훈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지나친 폭력성에 대한 일종의 안정장치와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 ‘더러운 얼굴의 천사’와 같이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교훈적이고 반성적인 방향을 보여준 것 같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더러운 얼굴의 천사’는 조금은 이례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불량스러운 행동을 일삼는 록키와 제리의 어린 시절의 모습과 함께 감옥 생활을 전전하며 성장하는 록키의 모습을 속도감 있게 보여주는 초반 장면 이후에 보여주는 이야기 진행은 다양한 갱스터 작품들과 필름 느와르 작품들을 접한 사람들이라면 새로울 것 없는 진행일 것이고 전형적인 진행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불량스러운 생활에서 벗어나 성직자의 길을 걷게 되는 제리의 모습이 조금은 일반적인 느낌이 들지는 않을지라도 나머지는 일반적인 이야기 진행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모든 죄를 혼자 짊어지고 감옥 생활을 한 후 알게 된 동료의 배신과 그로 인해서 분출되는 분노, 출소한 뒤 다시금 만나게 된 절친한 친구 제리와 어린 시절 항상 괴롭혔던 소녀였지만 이제는 매력적인 여성이 된 로리와의 만남 그리고 록키를 따르게 되는 그의 어린 시절의 모습들을 간직하고 있는 불량소년들과의 만남까지... 지금 보게 된다면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공식과도 같은 진행방식이겠지만 당시로서는 속도감 있으면서 정교한 구성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와 같이 애매한 느낌이 드는 뻔하고 상투적인 진행이 제임스 캐그니의 인상적인 연기로 인해서 매우 날카로운 긴장감을 만들어내게 되고, 일반적인 진행으로만 느껴지던 평범한 장면들은 잡화점에서의 총격전과 제임스 캐그니의 폭발 직전의 모습으로 인해서 보다 속도감을 더하게 되고 깊은 인상과 강렬함을 보이기 시작한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역시나 제임스 캐그니를 최고의 갱스터 배우라고 꼽는 것 같다.
이후의 진행 과정은 아주 특별하게 다룰 수 있는 부분은 크지 않지만 안정적이면서 연기자들의 개성 있는 연기로 인해서 부족함 없는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진행 속에서 록키가 신부 제리에게 전달한 거액의 기부금과 그 기부금을 거절하며 나누는 대화는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이후의 이야기는 그 장면으로 인해서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래, 록키
내가 이 돈을 받는다고 치자
스스로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겠지
하지만 절대 그럴 수 없을 거야
체육관에 있는 동안 내 아이들은
순수하겠지만, 밖으로 나가면...
범죄와 범죄자들이 판치는
썩은 환경에 둘러 싸여지겠지
그래, 너도 그 중 하나야
우리 아이들이 우러러 보는 범죄자...
그들을 존경하고 동경하고 흉내 내겠지
정직이 미덕이라는 것을 아무리 가르쳐봤자...
보이는 것은 부정이 미덕인데 어쩌겠어?
건달과 깡패라는 존재는 아이들에게...
성공한 사업가나 인기 있는 영웅과 동등하게 여겨지고 있어
너, 프레지어, 그리고 키퍼...
여타 부패한 정치인들은 네가 멋대로 주무르지
그래,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야
내가 뭘 가르치던, 네가 다 버려놓지
그들에게 쉬운 길을 보여주니까 가장 쉬운 길은
부정부패와 권총이라는 것을
제임스 캐그니의 폭발 직전의 강렬한 연기와는 다른 팻 오브라이언의 신뢰감을 만들고 믿음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연기는 대조적이면서도 서로 다른 모습을 더욱 강조하기 때문에 인상적인 것 같고, 이후 보여주는 격렬한 총격전과 함께 자신의 죽음조차도 두려움을 줄 수 없다며 사형장으로 향하는 록키의 모습은 왜 갱스터 작품을 말할 때 그리고 필름 느와르 작품을 말할 때 제임스 캐그니를 가장 먼저 언급하게 되는지 깨닫게 해준다.
생각해보면, 불우한 성장 과정으로 인해서 폭력적인 성향만을 보이는 젊은이와 반대로 종교에 뜻을 품고 젊은이들을 선도하는 신부로 성장한 두 친구의 이야기는 자주 접해보지는 못했을 지라도 몇 번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이야기일 것이고 조금은 식상하다는 느낌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를 떠올려 본다면 그리고 연기자들의 멋진 연기와 함께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잘 짜여져 있는 이야기 구성은 평범함 이상의 비범함을 전달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제임스 캐그니(그리고 팻 오브라이언)가 자리를 잡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거액의 기부금을 거절하며 나누는 대화는 무척 인상적이었고, 그 장면을 정점으로 범죄세력과 그리고 그 범죄세력과 공모하며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권력집단과 대립하기를 결심하며 친구인 록키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제리의 발언과 실천은 당시의 그리고 지금의 미국 사회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해당되는 선언이자 선전포고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아직까지도 한국사회에는 그와 같은 이가 무척이나 드문 것 같고, 이처럼 모든 것을 걸고 누군가를 위해서 희생하는 (찾기 드물었던) 사람들의 도전이 결국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에 무척이나 안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안타까움을 그저 안타까움으로만 남길 수도 없을 것이다.
연기자들의 멋진 연기들과
감동을 안겨주는 마지막 결말은 평범한 진행과 이야기 구성에서 얼마나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참고 : 1.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반복적으로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부딪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슬럼가의 풍경인 것 같다.
2. 한국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보면서 1990년대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인 ‘모래시계’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그 드라마가 이 작품에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작품은 정반대에 위치하는 작품이라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더러운...’의 록키가 마지막까지 갖고 있던 최소한의 자존심까지도 뭉개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친구의 무척이나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는 장면과 ‘모래시계’의 마지막까지 허세에 가까운 용기를 감탄하듯이 보여주며 검사인 친구마저도 그에게 고개를 숙이는 (필요 이상으로 미화시킨) 장면은 그 이후 한동안 어린 청년들이 자신들의 희망 직업에 ‘조폭’을 꼽을 정도로 정신적인 오염을 만들었던 모습을 떠올리며 과연 무엇이 진짜 멋이고 용기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3. 나중에 보다 거물이 되는 험프리 보가트의 (상대적으로) 젊은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가 비열한 연기를 보이는 장면들에서 이후의 쿨~함으로 가득하고 자신만의 규칙으로만 행동하는 그의 모습(‘빅 슬립’ 또는 ‘카사블랑카’)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그런 모습만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비열한 연기 또한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