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범죄자들인 티덥과 치카모, 그리고 살인 누명을 쓰고 있는 23살의 보위(팔리 그랜저). 이들 세 명의 죄수들이 교도소를 탈출한다. 그들은 치카모의 형인 모블리와 그의 딸 키치(캐시 오도넬)가 살고 있는 집에 은신하면서 은행 강도를 모의한다. 결국 은행을 터는 데는 성공하지만 차 사고를 나면서 치카모가 경찰을 쏘게 되고 부상당한 보위는 키치에게 맡겨진다.

에드워드 앤더슨의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 <우리 같은 도둑>을 각색해 만든 니콜라스 레이의 놀라운 데뷔작. 나중에 동일한 원작을 가지고 로버트 앨트먼이 1974년에 만든 영화와는 비교를 불허하며 어떤 평자로부터는 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을 포함하고 나서도 미국 영화사상 단연 최고의 데뷔작으로 꼽힐만한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영화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나 <올리버 스톤의 킬러> 등에서도 그려진 도주 중인 두 남녀의 이야기를 비정한 필름 누아르와 낭만적인 러브 스토리가 절묘하게 배합된 방식으로 들려준다.”

니콜라스 레이의 데뷔작인 ‘그들은 밤에 산다’는 영화 역사상 가장 탁월한 데뷔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고, 그런 사전 지식이 없어도 두 남녀의 사랑과 슬픈 결말에 깊은 인상을 느낄 수 있는 만족스러운 작품일 것이다.

흔히 말하는 청춘남녀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사랑과 비극이라는 주제를 이 작품보다 더 충실하게 담아내고 잇는 작품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밤에 산다’를 보게 된다면 이와 유사한 성향의 여러 작품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고, 그와 같은 작품들을 떠올리게 된다면 떠올린 작품들이 어떤 점에서 이 작품보다 더 좋았는지도 생각나게 될 것인데, 그렇게 찾게 된 장점들이 대부분 이 작품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과 이 작품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었던 것을 잊으면 안 될 것 같다.

도주하는 세명의 탈옥범의 모습과 그들 중 유난히 젊고 순진한 모습을 한 보위라는 청년의 모습을 보여준 뒤 뒤쳐진 그를 찾아온 키치라는 여성을 등장하고 그 둘이 어떻게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지 그리고 보위가 얼마나 순진하기만 한 생각을 갖고 다른 탈옥범들과 함께하는지를 보여준 다음 그들 셋이 은행털이를 모의하는 모습과 성공적으로 은행을 털게 되지만 도주 중에 사고가 나게 되어 보위만 다시금 키치의 간호를 받으며 지내게 되기까지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이 간략하고 깔끔하게 진행시킨다.

이런 순발력 있는 진행과 별다른 군더더기 없음은 헐리우드 고전 작품들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진행이고 속도인 것 같다.

그렇게 키치와 보위는 또다시 함께하게 되고 그들은 서로에 대한 호감이 호감만이 아닌 사랑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함께 길을 떠나게 된다.

도주 속에서 그들은 서로에 대해 더욱 강한 사랑을 느끼게 되고 서로를 위하게 되지만 보위가 그동안 다른 탈옥범과 함께 저지른 범죄들로 인해서 그들은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고 도망치기만 하게 되고, 이로 인해서 키치는 임신 중에 병을 얻게 된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서 당황하게 된 보위는 그녀를 위해서 그녀를 두고 혼자 떠나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떠남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짧은 몇 마디를 남기기 위해 키치에게 향하게 되지만 기다리고 있던 경찰들에 의해서 보위는 총격으로 사망하게 되고 키치는 보위의 진심을 확인하며 슬픔에 빠지게 된다.

앞에서 말 했듯이 이미 ‘그들은 밤에 산다’에 영향을 받은 여러 작품들로 인해서 이 작품은 조금은 익숙한 느낌이 들지만 이후의 작품들에 가리게 되지 않고 여전히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보위가 보여주는 순진함과 젊음의 매력

키치가 보여주는 보위에 대한 믿음과 사랑

그리고 그들의 서로에 대한 사랑과 함께 처음부터 예감되었고 그 불길한 예감대로 일어나게 되는 비극까지

사랑과 낭만 그리고 비극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으며 그 비극 속에서 그들의 모습과 사랑이 보다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매우 낭만적이면서도 비극적인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다.

낙관적이기만 한 보위의 순진한 혹은 지나치게 단순하기만 한 모습과 그런 순진하고 단순하게만 생각하던 낙관이 붕괴되어감에 따라 혼란스러워 하는 보위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고, 마지막까지 키치에 대한 사랑을 후회하지 않는 모습은 지독히도 아름다웠다. 물론, 보위를 사랑하게 되고 그의 곁에서 언제나 함께하고자 하는 키치의 모습과 함께 보위의 죽음을 바라본 후 그가 남긴 짧은 편지를 읽으며 그의 진심을 다시금 확인하는 키치의 모습과 그의 이름을 반복하며 말하는 모습 또한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낭만과 비극이 아름답게 함께하고 있고, 청춘남녀의 사랑을 인상 깊게 그리고 잊을 수 없도록 담아내고 있는 니콜라스 레이의 연출은 뛰어남 그 자체이고 그가 첫 작품부터 보여준 범상치 않은 능력은 작품 활동을 계속하면서 더욱 빼어난 능력을 선보이게 된다.

처음부터 부족함 없는 시작을 보여주었고, 이후에도 여러 우수한 작품들을 발표한 니콜라스 레이의 놀라운 데뷔작일 것이고, 청춘남녀의 사랑과 비극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얘기할 때 항상 가장 먼저 얘기를 꺼내게 될 작품일 것이다.

고전은 불멸한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작품이라는 말로 글을 마감하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