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청춘을 찾고 싶은 알피(안소니 홉킨스)는 조강지처인 헬레나(젬마 존스)를 버리고 어린 삼류 여배우와 결혼을 발표한다. 그런 남편의 배신으로 절망에 빠진 헬레나는 점쟁이를 만나 마음의 평화를 얻고, 그들의 딸 샐리(나오미 와츠)는 소설가 데뷔 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지 못하고 있는 반백수 남편 로이(조쉬 브롤린)와 다툼이 끊일 날이 없다. 결국 로이는 건너편 창가의 붉은 옷을 입은 신비스런 여인에게 집착하게 되고, 샐리 역시 부유하고 매력적인 직장 상사 그렉(안토니오 반데라스)에게 빠져들기 시작하는데… 삶의 위기와 사랑의 유혹 앞에 선 여덟 명의 남녀, 그들을 둘러싼 예측불허 로맨스가 펼쳐진다!”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인생은 시끌벅적한 아무 의미 없는 것'

우디 알렌이 얼마나 셰익스피어의 말에 충실한 감독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최근작 ‘환상의 그대’는 셰익스피어의 말 그대로 인생에 대한 시끌벅적하고 아무 의미 없음에 대한 작품일 것이고 그 시끄러움과 수다스러움 그리고 의미 없음에 실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반대로 그러한 이유로 인해서 보다 의미 있는 작품으로 바라보게 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할 것이다.

최근의 우디 알렌의 작품들의 성향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으며 특별히 새로운 방향이나 특징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는 ‘환상의 그대’는 여전히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삶과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얘기를 하려고 있고, 그 의미 없음과 함께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인생의 알 수 없는 방향성에 대해서 그는 여전히 수다스럽게 우리의 정신을 빼놓고 있다.

유럽에서의 작품 활동에 만족감을 갖고 있는지 이번 작품도 영국에서 제작되었으며,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을 하여 그것만으로 조금은 정신없이 느껴질 수 있을 것이고 잠시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얘기하는 등장인물들로 인해서 1시간 30분 가량의 영화 상영 시간이 다양한 장소에서 별의별 주제로 수다를 떨고 있다는 느낌의 작품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수다스럽고 떠들썩한 분위기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그런 와중에도 송곳으로 찌르듯이 날카로운 통찰력을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갑작스러운 황혼 이혼을 통보받아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을 등장시키며 작품은 시작하고 있고, 그녀와 이혼한 남편 그리고 그녀의 딸과 사위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되고 있고, 그들 각자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들 속에서 그리고 감정의 변화 속에서 삶에 대해서 경험할 수 있는 대부분을 경험한 노년의 감독이 전해주는 냉소와 삶에 대한 부질없음 그리고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황혼 이혼 뒤에 노년의 남녀가 겪는 각자의 사랑과 함께 후회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다짐

부족한 글재주에 괴로움에 빠진 소설가가 창문 건너편 여성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어 접근하게 되는 과정과 그녀의 마음을 빼앗은 뒤 결별한 아내의 모습을 반대편 창문을 통해서 바라본 다음 창문을 가리게 되는 이야기와 함께 함께 친구가 써낸 소설을 자신이 쓴 것처럼 발표하여 불길한 미래를 예감하게 만드는 내용

자신을 고용한 사장의 관심을 느끼며 본인도 그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지만 그런 끌림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좌절 등

이와 같이 다양한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그런 진행 속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진행과는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감정은 흘러가고 관계는 변하게 된다. 후회와 반성 그리고 그와 같은 경험을 통해서 좀 더 성숙하게 된다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달리 우디 알렌의 작품은 그저 흐트러지고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는 과정으로 나아갈 뿐인데, 이와 같은 우디 알렌의 방식을 어떤 이들은 납득하지 못하거나 불만스럽게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이야 말로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도 있게 된다.

하지만 그와 같은 입장을 진지하고 논쟁적으로 진행하려고 하지 않고, 항상 그렇듯이 온갖 수다와 시끌벅적함 그리고 혼잡스러움으로 가득한 그의 작품으로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게 바라볼 수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좀처럼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지 않고 연신 고개를 움직이며 바라보듯이 카메라는 인물들을 그리고 상황들을 잡아내고 있기 때문에 고정되지 않는 혼란스러움은 더해지기만 한다.

최근의 작품들에서 이미 보여주었던 것들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을 뿐이라는 핀잔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연출과 통찰력을 선보여주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앞서게 될 것 같고, 능수능란한 연출력에 어떻게 만들어도 기본 이상을 하게 되는 거장의 손길이 느껴진다는 말로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