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설의 고향' 스토리의 옴니버스 영화로, 흑발(The Black Halr), 설녀(The Woman Of The Snow), 귀 없는 호이치(Hoichi, The Earless), 찻 잔 속에(In A Cup Of Tea) 등 4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보게 된 ‘괴담’은 영화 세트를 통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의 연속이라는 평가에 관심이 가게 되어서 보게 된 작품이고, 역시나 그런 평가에 쉽게 동의하게 되는 아름다운 장면들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4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영화 ‘괴담’은 제목은 괴담이지만 그다지 괴기하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은 내용들로 채워져 있는 작품이다. 약간은 기묘한 수준이랄까?

1960년대에 비해서 무서움으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지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저 등장인물들이 겪고 있는 고난에 딱함을 느끼기만 했을 뿐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작품은 일본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전해져 내려오는 내용인 것 같고, 그런 이야기의 유사함에 큰 관심을 갖게 될 수 있기도 하겠지만 어차피 이 작품을 통해서 전래되는 이야기의 유사성에 대해서 논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본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만 얘기를 꺼내고 그 이상 나아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3개의 단편과 미완성 느낌의 하나의 단편으로 구성된 ‘괴담’은 아름다움에 탐닉하는 것 같은 화면들의 연속이고, 세트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미학적인 영상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세트를 통해서 만드는 아름다운 영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잊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다.

낭만적이거나 초현실적인 혹은 거대한 풍경화를 그리려고 하는 것 같은 화면들로 가득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배경 속에서 인물들은 그림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그곳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급격하거나 지나치게 감정을 담고 있는 움직임을 배제하고 흔히들 말하는 일본적인 움직임과 표정변화 그리고 감정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문화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은 것 같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세 번째 이야기인 ‘귀 없는 호이치’를 꼽을 것 같고, 개인적으로도 앞선 두 작품에 비해서 심심한 시작과 진행을 보이다가 매우 인상적인 결말로 향하는 과정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가장 놀라운 장면 중 하나인 온몸에 불경을 써내려가는 장면은 압권 중의 압권일 것 같다. 물론, 이전에 바다에서 벌이는 전쟁을 표현하는 장면들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어쩐지 에필로그와 같고 끝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끝내야 하는 작품의 심경을 엿보게 만드는 것 같은 네 번째 이야기인 ‘찻 잔 속에’까지 더해지면서 일본식 음식과 차를 대접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 정갈한 작품에 좋은 인상만 남게 되는 것 같다.

더 이상 무슨 방법으로 이 작품보다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허탈감에 빠지게 만들기만 하는 아름다움에 탐닉하는 장면들로 가득한 ‘괴담’은 무섭기 보다는 아름다운 작품이고 기묘한 이야기로 채워진 작품인 것 같다.

영화가 담아내는 미학에 대해서 그리고 세트가 만들어낼 수 있는 풍부한 화면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주 챙겨보게 될 것 같다.